기사최종편집일 2024-09-20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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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타강견'과 '폼생폼사'

기사입력 2005.02.17 09:06 / 기사수정 2005.02.17 09:06

김종수 기자








숀헤어에서 리오스, 존슨까지…

 


◇과연 미래는 있을까…? 엎친데 덮친 99년◇

'호타강견' 윌리엄 브릭스(William Briggs)
'폼생폼사' 트레이시 샌더스(Tracy Sanders)

 

■ 현재, 그리고 미래의 에이스마저…

드림리그와 매직리그로 나뉘어져 진행되었던 99시즌 프로야구, 해태 타이거즈는 롯데, 현대, 두산과 함께 드림리그에 속한 채 시즌을 맞았다.

상대팀들을 떠나 해태는 눈으로 보이는 전력자체만으로도 그다지 희망적이지 못했다.

가장 큰 악재를 꼽아보자면 역시 현재, 그리고 미래의 에이스를 한꺼번에 잃어버렸다는 것이었다. 정민철과 함께 리그를 양분하고있던 최고의 우완선발투수 이대진이 어깨부상으로 쓰러졌고, 투병 생활 중이던 김상진이 6월 10일 짧은 생을 마치고 영원히 돌아오지 못할 곳으로 가버렸다.

꾸준함의 대명사 이강철마저 부상으로 시즌을 접은 사실까지 포함하면 에이스급 투수 3인이 가동 불가능한 상태가 되어버린 것이다.

4월은 11승 11패로 5할 승률을 거두며 2위로 그럭저럭 버티어나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5월에는 21승 27패로 성적이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꼴찌로 내려앉았고 이후 한번도 5할승률을 거두지 못한채 60승 69패 3무의 성적으로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게 된다. 시즌이 끝난 후 이강철은 10년 연속 10승이라는 프리미엄을 무기로 삼성 라이온즈에 3년간 8억의 계약금을 받는 조건으로 이적하면서 첫 FA사례를 남기게 된다.

투수왕국이었던 타이거즈의 에이스들이 속속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 최고의 용병들이 이끈 '한국시리즈'

한국시리즈에서 맞붙은 한화 이글스와 롯데 자이언츠, 비록 최후의 패권은 한화가 차지했지만 두팀 모두 예상된 우승후보가 아니었다는 점에서 매 경기 묘한 감동과 재미를 주었고, 99시즌 프로야구는 어느때 못지 않은 최고의 명 경기를 연출하였다.

먼저 준 우승팀 롯데 자이언츠.
롯데역사상 최고의 용병대박은 단연 99시즌이다.
롯데구단 아니 한국프로야구 역사상 최고의 용병중 하나로 꼽히는 '영원한 부산갈매기' 펠릭스 호세(Felix Jose)와 '귀여운(?) 기교파투수' 에밀리아노 기론(Emiliano Giron)이 부산에 첫 입성을 마친 해이기 때문이다.

호세는 두산의 우즈와 마찬가지로 별다른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엄청난 임팩트를 보여주었다. 타율, 장타력, 홈런, 타점, 득점 등은 물론이거니와 눈으로 보이지 않는 위압감까지… 야구 외적인 부분과 몇 해 뛰지 않았다는 점에서 감점요인이 없었다면 우즈보다도 한수 위의 용병으로 꼽을 만큼 명실상부한 한국리그의 배리 본즈였다.

3할2푼7리, 36홈런, 122타점, 12도루, 79볼넷, 119삼진을 기록한 호세는 삼성과의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광주산 애니콜' 임창용으로부터 끝내기 3점홈런을 터뜨리는 등 '해결사'적인 부분에서도 손색없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 유명한 '대구구장 폭력사건'이 회자될 때마다 심심찮게 거론되기도 하는 호세는 언론을 통해 많은 부분에서 부정적으로 비춰진 것이 사실이나 실제로는 모여든 어린이들에게 일일이 사인을 해주는 등 정이 많고 따뜻한 사나이였다고 한다. 배영수 안면강타사건(?)등 유달리 삼성구단과 인연이 좋지 않았던 용병이다.

공이 빠른것도 그렇다고 제구력이 뛰어난 편도 아니었지만 일명 '마법의 서클체인지업'이라 불리는 구종 하나로 포스트시즌의 고무팔 역할을 톡톡히 해냈던 기론은 처음에는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의외의 '대박'을 터트린 이른바 '효자용병'케이스이다.

긴 팔에서 나오는 특이한 릴리즈포인트가 시야에 묘한 착각을 일으켰고, 스피드에 비해 월등하게 좋았던 종속을 바탕으로 '마당쇠'역할을 확실히 해냈던 용병이다.

'다이너마이트타선'으로 유명한 99시즌 우승팀 한화 이글스.
댄 로마이어(Dan Rohrmeier)와 제이 데이비스(Jay Davis), 두 타자용병은 호세 만큼은 아니었지만 그에 근접하는 활약을 선보이며 한화의 창단 첫 우승에 커다란 역할을 해주었다.
이제는 어엿한 한화를 상징하는 '대표용병'으로 자리매김한 데이비스.

호리호리한 체격만으로 봤을 때는 정교하고 발빠른 타자로 생각하기 쉽지만 장타력에 우수한 수비능력까지 갖춘 그야말로 국내리그에서는 흔치않은 5-tool(타율, 파워, 주루, 수비, 어깨)플레이어이다.

3할2푼8리에 30홈런, 106타점, 35도루, 41볼넷으로 30-30클럽까지 가입했던 그는 올 시즌에도 국내리그에서 뛸 예정인데, 용병타자가 세울 수 있는 대부분의 통산기록은 그의 손에서 세워질 것이며 앞으로도 당분간은 깨지기 힘들 것 같다.

 2할9푼2리, 45홈런, 109타점, 74볼넷을 기록했던 로마리어는 배트를 뒤로 뉘이는 폼이 인상적인 거포형 백인 1루수이다. 99년 그가 친 45홈런은 외국인타자 홈런 기록으로 베이스러닝도 공격적이었고 특히 의욕이 좋았던 선수로 평가받고 있다. 다만 의욕이 지나쳐 선수, 코칭스탭에까지 이런저런 충고를 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하지만 그만큼 적극적이고 팀원으로서의 의식이 강했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언젠가 삼성과의 경기에서 '라이언킹' 이승엽의 홈런타구를 데이비스가 걷어내자 대구관중들이 오물을 던지며 난동을 부렸을 땐 1루측 관중들에게 가서 "제발 이러지 말라"고 호소하기도 한 의리·의욕파이다. 그러나 당시 스포츠신문들은 나서기 좋아하는 용병이라는 식의 일방적인 기사를 내보냈었다. 상당히 씁쓸한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어쨌든 이 두명의 우수한 타자용병은 이영우, 장종훈 등 기존의 토종간판타자들과 함께 짜임새있는 강타선을 구축해 한국시리즈우승이라는 위업달성의 선봉장 역할을 해냈다.


■ 호타강견과 폼생폼사

'호타강견' 윌리엄 브릭스(William Briggs)와 '폼생폼사' 트레이시 샌더스(Tracy Sanders).

한명의 용병에 의존했던 98시즌, 그것도 함량미달의 기량이었던지라 용병 덕을 전혀보지 못했던 타이거즈에 드디어 남들과 똑같은 2명의 용병진이 구성되었다. 

물론 이때는 해태보다 사정이 더 안 좋았던 또 다른 호남팀 쌍방울 역시 비아노와 앤더슨이라는 용병을 선발했었기는 하지만 말이다.

브릭스와 샌더스, 비록 한화나 롯데처럼 최고수준의 용병들은 아니었지만 나름대로 확실한 특기를 가진, 충분히 전력에 보탬이 되는 그런 용병들이었다.

2할 4푼7리의 타율에 133개라는 삼진숫자를 자랑했던(?) 샌더스는 타이거즈 역사에서 가장 강력했던 타자중의 하나였다. 타율과 삼진갯수만으로 따지고 볼 때는 형편없는 수준으로 치부해버릴 수도 있겠지만 홈런이 무려 40개였고 타점 역시 94타점, 볼넷은 무려 105개였다.

타석에서 모든 것을 홈런, 삼진, 볼넷으로 3등분해버린 불가사의한 타자로 자신이 기록한 101개의 안타 가운데 54개를 장타로 채웠고, 9할8푼3리의 OPS를 기록했다. 특히 지방구장에선 대부분의 홈런을 장외포로 장식했다. '폼생폼사'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화끈, 시원한 강타자였다.

빠른 발과 넓은 외야수비 그리고 리그최고수준의 강견(强肩)을 바탕으로 한 외야에서의 '빨랫줄송구'가 일품이었던 브릭스는 약간은 반항적인 성격에 잔 부상이 많은 편이었지만 경기에 대한 집중력과 야구센스는 무척이나 뛰어난 편이었다.

빠른 발에 비해 도루갯수는 6개로 많지 않은 편이었지만 188cm, 98kg의 큰 체구를 감안했을 때 충분히 감안할 수 있는 부분이었으며 2할8푼3리, 23홈런, 74타점으로 전체적으로 고른 팀공헌도를 자랑했다.

이 두명의 용병에 양준혁, 홍현우가 가세한 해태는 팀성적을 떠나 210개라는 프로야구 역대 팀 최다홈런을 터트리는 기염을 토할 수 있었다.

투수력과 타선의 짜임새로 승부하던 타이거즈가 오로지 중심타선의 힘만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던 흔치않던 시즌이었다. 재미는 있었지만 타이거즈팬이라면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은 시즌일 것이다.

 



김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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