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영화 '박열'(감독 이준익)이 관객들을 찾았다. 역사 속에 가려져 있던 박열의 삶이 이준익 감독의 섬세한 연출 속에 스크린 속에 녹아났다.
'박열'은 1923년 도쿄, 6천 명의 조선인 학살을 은폐하려는 일제에 정면으로 맞선 조선 최고 불량 청년 박열과 그의 동지이자 연인 가네코 후미코의 믿기 힘든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박열'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시점은 1923년, 관동대지진이 일어났을 당시다. 일본 내각은 민란의 조짐을 느끼고 이를 막기 위해 "조선인들이 우물에 독을 타고, 폭동을 일으킨다"는 유언비어를 퍼뜨린다. 이에 간토대학살이라고 불리는, 무고한 조선인 6천여 명이 3일 만에 학살당한다.
국제사회의 비난이 두려웠던 일본이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선택했던 인물이 바로 박열이다. 그는 1923년 4월, 정신적 동지 가네코 후미코 등 한국인 14명과 일본인 5명 등이 모여 만든 '불량한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뜻을 담고 있는 아나키스트 단체 '불령사'로 활동하고 있었다.
일본에서는 이들을 '불온하고 불량한 조선 사람'이라는 의미의 '불령선인'이라고 지칭하며 날을 세웠다. 박열은 일본의 계략을 눈치 채고, 가네코 후미코와 함께 일본 황태자 폭탄 암살 계획을 자백하며 사형을 무릅쓴 재판을 시작하게 된다.
영화 속 장면, 대사 하나하나는 모두 철저한 고증을 거쳐 구현됐다. 제작진은 1920년대 박열과 가네코 후미코가 활동했던 모든 시기의 신문 원본을 찾아내며 고증에 힘을 더했다. 영화를 보면서 '고증이 아닌 것'을 찾아내는 것이 오히려 더 어려울 정도로, 철저한 실화에 바탕을 두고 만들어졌다.
이러한 노력은 배우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박열 역에는 이제훈이, 가네코 후미코 역에는 최희서가 열연했다. 이제훈은 당시 실제 단식 투쟁을 벌였던 박열처럼 실제 단식에 임하며 쇠약해지는 모습을 실감나게 표현했다. 최희서는 탄탄한 일본어 실력과 연기력을 바탕으로 일본 제국주의를 강하게 부정했던 신념을 담아냈다.
일제강점기라는 어두웠던 시기지만, 자신만의 굳건한 이념을 따랐던 이들의 삶에서 다시 한 번 현실을 되짚어 보게 된다. 이준익 감독은 "'박열'을 통해 시대를 막론하고 젊은이가 가지고 있는 순수한 신념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했다"며 "과연 현재에 살고 있는 우리가 일제강점기의 박열만큼 세상을 정면으로 보고 살아가는지 되묻고 싶다"고 전하기도 했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지만 곳곳에 편하게 웃을 수 있는 포인트가 있는 점도 '박열'이 더욱 가깝게 다가오는 점이다. 유쾌함과 뭉클함의 공존 속에, 순수한 신념이 전하는 뜨거운 울림이 자연스럽다. 129분. 12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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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