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6 06:05
연예

[엑's 초점] '7일의 왕비', 사극의 '상상력' 어디까지 허용해야할까

기사입력 2017.06.24 10:00 / 기사수정 2017.06.24 04:21

김주애 기자

[엑스포츠뉴스 김주애 기자] '7일의 왕비' 서사가 역사 왜곡이냐 드라마적 상상이냐는 기로에 섰다.

지난 달 31일 첫 방송된 KBS 2TV 수목드라마 '7일의 왕비'는 역사상 가장 짧은 기간인 7일 동안 중전의 자리에 올랐던 단경왕후 신씨(박민영 분)와 중종 이역(연우진)의 사랑이야기를 바탕으로한 역사 로맨스물이다.

이에 더해 폐비된 단경왕후를 그리워하며 매일 부인의 사가를 바라보는 중종을 위해 바위에 자신의 치마를 걸쳐놓았다는 신씨의 이야기를 담은 치마바위 설화를 차용했다.

단경왕후는 진성대군 이역의 부인으로, 중종반정으로 중전의 자리에 오르지만 연산군(이동건)의 손위처남이자 중종반정을 반대했던 아버지 신수근(장현성)이 죄인이 되며 폐위된다. 

작가는 이러한 역사적 사실에 기반을 두고 연산군-진성대군-신채경(단경왕후 신씨)의 삼각관계를 상상해 새로운 이야기를 써내려가고 있다. 처음 이러한 설정이 풀렸을 때 역사를 아는 대중들은 경악했다. 연산군과 신채경의 관계는 고모부와 처조카 관계였고, 연산군의 여성 편력이 심했다고는 하나 중전과는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고 알려져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첫 방송이 시작된 뒤로는 탄탄하게 쌓여가는 셋의 서사에 많은 이들이 호평을 보내왔다. 작가는 연산군이 채경이를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아역부터 차곡차곡 서술했다. 어디에서도 사랑받지 못하는 연산이 아무런 편견없이 자신을 바라보는 어린 채경에게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는 클리셰지만 그만큼 아련했다.

그러는 중 연산에 의해 서로의 정인이 된 어린 이역과 채경의 사랑도 설득력 있게 전개됐다. 원수로 시작해서 친구로, 또 같은 뜻을 펼치는 동지로 서로를 신뢰하게 된 두 사람은 결국 생이별을 겪으며 약 10년 동안 서로를 그리워했다.

역사가 이역과 채경의 사랑이 이루어진다고 스포일러를 해주고 있어도 수 많은 사람들이 연산군과 채경의 사랑을 응원한다는 점에 있어서, 작가는 삼각관계를 잘 이끌어가는 중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희대의 폭군이라 기억하는 연산군을 매력적인 서브남으로 그리기 위해서는 많은 미화가 필요했다. 때로 드라마를 보면 진성대군 이역의 조력자인 자순대비(도지원)과 윤명혜(고보결)가 가만히 있는 연산군을 괴롭히는 악역처럼 보이기도 한다.

물론 올바른 역사관 교육은 학교 교육 과정중에 이루어져야한다. 모두가 역사 공부를 제대로 한다면 사극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픽션과 실제 역사적 사실을 헷갈일 일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아직은 학교 교육만으로는 불가능하다. 텔레비전 드라마가 역사 공부를 채 시작도 안한 어린 아이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 인물과 사건에 대한 견해가 180도 달라질 수 있는 사실 왜곡에는 좀 더 신경을 써야하지 않을까.

비슷한 시기에 방송 중인 '군주'와 '엽기적인 그녀'가 퓨전사극이라는 길을 택해 역사 왜곡의 불편함은 떨치고, 사극의 재미를 더한 것을 생각하면 '7일의 왕비'가 더욱 아쉽다. 드라마 시작부터 '역사 왜곡'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녔으며 이로 인해 드라마의 재미와 상관없이 시청을 포기한 사람들도 있기 때문.

아름다운 방송 화면에 설득력 있는 전개, 그리고 배우들의 열연까지 '역사왜곡' 드라마로만 끝나기에 아쉬운 '7일의 왕비'. "이 드라마는 역사 속 인물을 모티브로 삼아 재구성한 이야기입니다. 실제 역사적 사실과는 다름을 알려드립니다."라는 가상고지로 모든 왜곡을 덮기에는 연산군, 진성대군, 단경왕후라는 이름이 가지는 의미가 크다. 

savannah14@xportsnews.com / 사진 = KBS, SBS

김주애 기자 savannah14@xportsnews.com

ⓒ 엑스포츠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

주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