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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의 밤하늘을 장악한 '부산 갈매기'

기사입력 2008.08.29 11:42 / 기사수정 2008.08.29 11:42

박형규 기자

[엑스포츠뉴스=박형규 기자] '베이징 하늘에 부산 갈매기가 떴다.!'


[이승언(28), 경남대학교 국문학과 4학년]



올림픽 야구 결승전이 열렸던 베이징 우커송 야구장. 그곳에 다름없는 '부산갈매기' 한 마리가 떴다.

2002년 월드컵을 방불케 할 만큼 1루와 3루, 그리고 외야에 한국응원단들이 움집 하여 극소수에 불과한 쿠바응원단들을 제압했다.  현지의 한국 교민들, 그리고 각지에서 온 응원단들이 자리를 잡은 가운데, 부산 사직구장이나 잠실구장처럼 공식 응원단이나 응원단장이 있는 것이 아니었기에 야구장의 95퍼센트를 잠식한 한국응원단이었지만, 현실적으로 그 목소리가 하나가 되기는 힘들었다.

하지만, 적어도 3루 내야석만큼은 그러한 우려를 불식하듯 한 남자가 나타나 3루 내야석에 위치한 응원단들을 하나로 만들었다.


3루 내야석 중간엔 등번호 '10', 이대호가 마킹된 하늘색 롯데의 올드 유니폼을 입고 응원단을 진두지휘한 한 남자가 있었다.

바로, 경남대학교 국문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인 이승언(28)씨였다.

선수들이 타석에 등장할 때마다, 소리 높여 울부짖으며 응원단들을 하나로 묶었다. 이승언씨의 각고의 노력 끝에 3루내야석에 위치한 한국 응원단들은 그를 따라 한국대표팀 선수들을 연호했고,
그 결과는 정말 대단했다.

분산되어 있는 응원단들의 목소리가 이내 하나가 되었다. 응원단이 외치는 '대한민국~'은 사직구장이나 잠실구장을 연상케 할 만큼 그 파괴력이 대단했다.

특히, 이승언씨는 롯데의 올드 유니폼을 입고 올 정도로 대단한 롯데의 광팬이었기에, 타석에 이대호가 들어설 때면 이대호의 응원가를 불렀고, 강민호가 들어설 때면 강민호의 응원가를 불렀다. 한국의 야구팬이라면 모두가 알만 큼 중독성 있는 응원인 강민호의 '롯데의~ 강민호'를 '한국의~ 강민호'로 개사하여 불렀다. 

다음은 이승언씨와의 일문일답.

박형규 기자, 이하 박] 올림픽 야구 결승전을 직접 보게 된 소감은?

이승언, 이하 이] 올림픽 야구가 올림픽 정식종목으로서의 마지막인데, 이러한 역사적 현장을 직접 보게 되어 정말 기분 좋습니다. 게다가 올림픽 마지막 야구 결승전에서 한국이 승리하여 금메달을 따게 되어서 너무 자랑스럽습니다. 최후의 승자는 역시 대한민국이었습니다.

박] 롯데 올드 유니폼을 입고 오셔서 눈에 띄었는데요. 입고 오신 까닭이 있다면?

이] 어렸을 적부터 롯데의 광팬이었습니다. 제가 지금 마산에 사는데, 부산이나 마산에서 열리는 롯데의 홈경기는 거의 모두 가는 편입니다. 물론, 대한민국을 응원하러 여기에 왔지만, 롯데의 주축선수인 이대호와 강민호를 더욱더 연호하기 위해 롯데 유니폼을 입고 왔습니다.

박] 3루 내야석에 분산된 목소리들을 하나로 묶는데 지대한 역할을 하셨습니다.

이] 처음 1,2회 때는 그냥 조용히 관전했는데, 3루 내야석을 보니 몇몇 쿠바팬들을 제외하고는 모두다 한국인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응원을 주도하는 사람들이 적었고, 목소리가 매우 분산되어 하나가 되지 못하여, 선수들에게 힘을 불어줄 수 없는 거 같아서 제가 직접 나서게 되었습니다. 제가 한 역할은 별로 없습니다. 3루 내야에 모여있는 자랑스런 대한민국의 국민 들이 모두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죠.

박] 대한민국 야구가 금메달을 차지하였습니다. 기분이 어떠신지?

이] 정말 감동이었습니다. 제가 원래 눈물이 없는 편인데, 절로 눈물이 났습니다. 역시나 대한민국 야구는 강했습니다. 지난 WBC때 미국과 일본을 연파하고도, 어이없는 경기규정으로 인해 좌초하게 되었는데, 이번엔 다른 팀들이 찍소리도 못할 만큼 9전 전승으로 정상을 차지했습니다. 이제 더 이상 한국 야구를 무시하지 못합니다. 대한민국 야구는 세계 최고입니다.

박] 대한민국 야구가 금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이제 롯데만 잘하면 되나요?

이] 네. 그렇습니다. 기본적으로 대한민국을 응원하기 위해 직접 이곳에 왔지만, 사실은 한국야구 대표팀의 주축인 이대호와 강민호, 송승준 선수를 보기 위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한국 야구가 정상을 차지하였으니, 이제는 롯데만 잘하면 됩니다. 지금 피 말리는 4강 싸움을 하고 있는데,
이 기세를 몰아 롯데도 가을에 야구를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우리 부산과 마산의 꿈입니다. 2000년 이후 가을 야구를 한 적이 없는데, 이번에는 반드시 가을에 야구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롯데가 살아야 한국 야구가 산다는 것이 이번 2008년에 증명되고 있지 않습니까? 이 기세로 몰고 간다면 이제 사직구장은 무조건 만원 관중입니다. 제가 장담합니다.



박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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