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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s 인터뷰] '하루' 변요한 "풀어낼 숙제 많아…연기하는 지금이 행복"

기사입력 2017.06.19 07:00 / 기사수정 2017.06.19 00:19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뚜벅뚜벅, 한 발자국씩 차분하게 걸어온 배우 변요한의 발걸음이 영화 '하루'(감독 조선호)를 통해 또 한 페이지를 완성해냈다.

'하루'는 매일 눈을 뜨면 딸이 사고를 당하기 2시간 전을 반복하는 남자 준영(김명민 분)이 어떻게 해도 바뀌지 않는 시간에 갇힌 또 다른 남자 민철(변요한)을 만나 그 하루에 얽힌 비밀을 추적해 나가는 미스터리 스릴러. 지난 15일 개봉해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변요한은 사설 구급차 운전기사 민철 역을 맡았다. 아무것도 없는 자신을 믿고 따라와 준 아내 미경(신혜선)이 아이를 갖고 싶다고 하자, 민철은 답답한 마음에 미경에게 화를 내고 집을 나간다. 하지만 다음 날 사고 무전을 받고 출동한 교통사고 현장에서 주검이 된 미경을 발견하고, 자신에게 믿기지 않는 하루가 반복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하루' 개봉을 앞두고 변요한을 만났다. 변요한은 "김명민 선배님의 말처럼 정말 최고의 스태프들과 함께 했던 현장이었어요. 정말 좋은 스태프들을 만났고, 저 역시 믿는 구석이 있었죠.(웃음) 몸만 힘들었는데, 힘들어야 된다고 생각했고요. 책(시나리오)을 보는 순간 그랬어요. 그게 작품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였고요"라고 '하루'와 함께 했던 당시를 떠올렸다.


'하루'는 타임루프(이야기 속에서 등장인물이 동일한 기간을 계속해서 반복하는 것)를 소재로 했다. 영화를 시작할 때부터 흔히 비슷하게 생각할 수 있는 '타임슬립'과 '타임루프'의 개념을 잡아가는 것으로 출발했다.

"(전작)'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로 타임슬립물을 찍었었잖아요. 타임루프와의 차이점이 무엇일까, 확실히 공부하고 들어갔죠. 그리고 다큐멘터리도 봤어요. 가해자가 피해자가 되고,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좋은 사례와 안 좋은 사례들이요. 우리 영화에서는 가해자가 피해자 되고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데, 그렇다면 결국 마지막에 본질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고민했어요. 비극이 좋은 걸까 해피엔딩이 좋은 걸까 했을 때, 사건의 크기와 상관없이 결국은 사랑, 용기인 것 같다고 생각했죠. 타임루프는 하나의 장치이고, 결국에는 드라마 메시지였던 것 같아요."

변요한이 연기한 민철은 극한의 감정으로 달려가는 인물이다. 함께 호흡을 맞춘 김명민이 "변요한은 대사 없이 표정만으로도 감정을 불러일으킬 만큼 굉장히 풍부한 감성을 가지고 있다"고 극찬할 정도로 변요한은 눈빛과 표정만으로도 아내를 잃은 절망감을 절절하게 표현하며 관객들의 몰입도를 높인다.

타임루프 소재의 특성상 같은 장소에서 감정의 변화를 달리해 계속해서 촬영하는 과정을 거쳐야 했다.

"굉장히 힘들었다"고 회상한 변요한은 "한 곳에서 한날 촬영을 한 것인데, 연기를 맞추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제가 처음 촬영한 것이 준영과 만나서 "다 해봤는데 안 된다, 미경이만 살리면 된다"고 소리치는 장면이었어요. (김)명민 선배님이 한 달 전에 먼저 촬영을 하고 계셨는데, 발판을 잘 마련해주셔서 정말 편안하게 촬영할 수 있었죠. 정말 감사해요"라고 김명민에 대한 고마움을 표했다.

매 작품에 새로 들어갈 때마다 무섭고, 두려운 감정을 느껴온 시간들이다. '하루'를 통해서는 '적어도 계산하면 안 되겠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꼈다. 이에 어느 때보다도 솔직하게 연기에 임했다.

"완전히 미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이걸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계산을 할 수가 없었어요. 얼굴에 실핏줄이 터질 정도로 (교통사고로 죽은 딸을 본 후) 자신을 때리고 자책하는 준영을 본 순간 멱살을 잡고 물어보고 싶었죠. 편집됐지만, 택시에 벽돌로 깨서 들어가고 싶었어요. 잘하든 못하든, 솔직한 감정으로 하자는 생각이었죠."

'하루'의 제작 비하인드 스토리를 담은 영상 등에서는 변요한이 아슬아슬한 상황 속에서도 직접 몸을 던져 연기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변요한은 "제가 할 수 있는 건 제가 하고 싶어요. 그것도 해야 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 대신 안 다쳐야하죠"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같은 판단에는 과거의 경험이 녹아있었다.

"자신감이 있으면 제가 할 수 있다고 얘길 해요. 그 대신 무리하진 않죠. 예전에 독립영화를 할 때, 다리가 부러졌는데도 병원을 안가고, 촬영장을 간다고 그랬었어요. 결국 캐스팅이 바뀌었죠. 그 때 '정말 이런 식으로 연기하면 안 되겠다'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안전 부분에서는 책임지고 해요. 대시 제가 할 수 있는 만큼 만요. 훈련을 해서 안 된다면, 그건 제가 못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죠."


'하루' 촬영을 마친 후에는 취미활동으로 복싱을 즐기며 자신에 대해 좀 더 알아가고, 나를 좀 더 사랑하는 시간을 갖고 있는 그다.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에 이어 '하루'로 두 번째 상업영화 주연에 나선 변요한은 "(상업영화로의) 안착은 없는 것 같다"고 차분하지만 단호한 어조로 얘기했다.

"제가 지금 휴식기를 가지면서 취미 활동도 하고, 호불호를 알아가고 있거든요. 나에 대해서 좀 더 사랑하고 싶고, 여러 가지로 많이 고민하고 있는 시점이에요. 안착은 없죠. 계속 숙제로 남을 것 같아요. 연기를 오래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참 아이러니한 숙명인데 그게 언제까지일지 저도 잘 모르겠고요. 제가 좋아하는 작품을 하면서 제가 생각한 책임을 지고 싶고, 잘하든 못하든 무엇이든 평가를 받잖아요. 연기라는 것도 그 중에 하나라고 생각해요. 그게 특권이라고 한다면 메시지를 전달해주고, 또 공감할 수 있는 그런 특권을 단 한명에게라도 같이 나누고 싶은 게 제가 생각하는 지점이죠."

'하루'의 이야기를 떠올리며 "사랑하고 미안하다는 말이 굉장히 쉬운 말인데 어려운 것 같더라고요"라고 말한 변요한은 "그래서 요즘에는 사랑하고 미안하다는 말을 많이 해요. 어떻게 보면 제가 듣고 싶은 말이기도 하네요. 사랑하고 응원한다는 말을 듣고 싶을 때가 많아요. 부모님에게도 자주 해요.(웃음) '미생' 찍을 때만 해도 못했는데, '육룡이 나르샤'가 끝나가면서는 했던 것 같아요"라고 미소 지었다.

"여전히 풀어낼 숙제가 많다"고 말한 변요한은 "지금이 행복해요"라고 현재를 되짚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슬프거나 기쁠 때도 항상 연기라는 호흡 안에서 함께하고 있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다양한 연기를 하고 싶은 욕심은 항상 있죠. 독립영화를 함께 했던 형들이 나타나서 '(독립영화에) 복귀하자'고 하면 또 감사하게 할 수도 있고요. 연기를 하다 보면 심장이 터질 듯한 행복감을 느낄 때가 있는데, 그럴 때 참 좋아요. 좋은 작품들을 시도하면서, 실험해보고 싶고요. 모든 작품에서 배울 부분이 전부 있다고 생각해요. 다, 좋습니다.(웃음)"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CGV 아트하우스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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