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8.07.30 10:18 / 기사수정 2008.07.30 10:18
[엑스포츠뉴스=김도광 기자] 거인은 지쳐보였다.
발걸음은 무거웠고 기운은 빠진듯 무기력하게 곰에게 끌려만 다녔다. 엊그제 독수리 사냥에 지나치게 힘을 쏟은 탓일까. 그날의 피로가 아직 풀리지 않은듯 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대로 곰에게 무릎 꿇고 차라리 내일을 대비해야 하나 싶었다. 반면 거인을 상대하는 곰은 독이 오를대로 올라 있었다. 엊그제 사자에게 물린 상처가 아직도 화끈거리기 때문이다. 그 분풀이를 거인에게 하는듯도 보였다.
하지만 거인은 당하고만 있지는 않았다. 승부가 거의 기울어진 시점에서 최후의 한방을 위해 아껴두었던 힘을 모아 힘껏 주먹을 휘둘렀다. 승부를 뒤집기에는 어렵지 않을까하는 예상을 깨고 그 최후의 일격이 곰의 안면을 강타한 것이다. 곰은 휘청거렸고 끝내 승부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거인은 어려워 보였던 곰을 잡고 끝내 콧노래를 불렀다.
사자는 여전히 용맹했다. 거듭된 승리의 기운이 계속 이어지는듯 급기야는 용의 등에 올라 타서는 훨훨 날기까지 했다. 지난날 이빨 빠진 사자라고 놀림받던 모습은 오간데 없었고 여전히 초원의 왕으로서의 늠름한 모습만 남아있었다. 벌써 네번째 이어가는 승리다. 하지만 거인과 나란히 달리게된 상황에서 발걸음을 쉬어갈 여유는 없다. 한걸음이라도 더 딛고나서 숨을 돌려야 한다. 최근에 보여준 용맹함은 충분히 그럴만한 힘이 남아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제는 아무도 사자에게 손가락질 하지는 못하리라.
호랑이의 질주도 계속되었다. 사자와 거인을 따라잡으려면 한시도 쉴 수 없는 것이 호랑이의 입장이었다. 길목을 가로막고 선 쌍둥이의 고추가루로 다소 힘든 승부가 예상되기도 했지만 오히려 쌍둥이를 따끔하게 혼내주었다. 하지만 아직도 호랑이는 사자와 거인에 비해 제일 뒤에서 달리고 있다. 그들을 따라 잡으려면 호랑이의 질주는 계속되어야 한다. 만족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거인도 사자도 호랑이도 양보없는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의 승부는 오늘도 계속된다. 거인은 또다시 곰을 그로키 상태로 몰고갈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곰이 정신을 차리고 거인에게 따끔한 맛을 보여줄 것인가. 용맹함을 되찾은 사자는 또다시 용을 타고 고공행진을 이어갈 수 있을까 아니면 용의 반격에 혼쭐이 나게될까. 호랑이의 거침없는 질주는 계속될 것인가 아니면 쌍둥이가 뿌리는 고춧가루를 맞고 잠시 멈칫하게될까. 승부는 끝나지 않았고 그들의 물고 물리는 혈전은 오늘도 계속된다. 기나긴 여름잠을 앞에 두고 각자의 계산이 더욱 복잡해진 가운데 여전히 그들의 싸움을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하는 이유다. 어쩌면 승부는 지금부터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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