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8.07.25 10:14 / 기사수정 2008.07.25 10:14
외국 캐스터들과 해설자들은 때때론 선수들을 자극시키는 말을 하며 생동감을 불러 넣습니다. 또한 위트가 넘치고 풍자적인 발언도 해 보는 이들을 지루하게 만들지 않습니다.
특히, 미국의 스포츠 뉴스를 보면 단순히 소식을 전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스포츠 아나운서들은 뉴스를 전하면서 재치 있는 멘트까지 추가합니다. 자유분방한 방송보도는 미국과 유럽 등지의 스포츠 뉴스에서 고스란히 나타납니다.
그러한 방송들 중, 필자의 기억에 뚜렷이 남은 보도가 있었습니다. 두 남자 아나운서가 나와서 시종일관 조크를 나누고 있었는데 바로 세계적인 여자테니스 스타인 마리아 샤라포바가 자신 같은 남자에게 흥미를 가질 것이라며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미국을 비롯한 서구에서도 마리아 샤라포바(22, 러시아)는 이제 단순한 테니스 선수가 아닙니다. 혹자들은 그녀를 테니스 라켓을 든 ‘패션모델’로 부르고 있으며 실제로 할리우드를 비롯한 유명 패션쇼와 행사가 있을 때에 샤라포바는 단골손님처럼 나타납니다.
그리고 샤라포바 스스로도 “테니스 이외에 모델 일을 상당히 즐긴다. 나는 내 자신이 기뻐하고 즐기는 일이라면 거절하는 타입이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샤라포바는 테니스 선수와 모델 일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1987년 러시아에서 태어난 샤라포바는 어린 시절 미국 플로리다 주로 이적해 그곳에서 테니스 선수의 꿈을 키워나갔습니다. 아버지인 유리 샤라포바의 극성스러운 지도아래 훈련을 받아온 그녀는 183cm에 이르는 큰 키에 뛰어난 운동 신경을 가졌으며 테니스에 천부적인 재능을 가졌었습니다.
2003년 AIG 재팬오픈에서 우승하며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시작한 샤라포바는 2004년 윔블던 테니스대회에서 우승하면서 전 세계에 자신의 이름을 떨쳤습니다. 스트로크를 할 때마다 지르는 소리 때문에 ‘괴성의 소녀’로 불렸던 그녀는 윔블던 우승의 성과도 있었지만 빼어난 외모와 늘씬한 몸매로 단숨에 모든 이들의 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샤라포바가 인기를 끌기 전에 여자테니스 최고의 인기선수는 같은 러시아 출신의 안나 쿠르니코바였습니다. 쿠르니코바가 메이저 대회 우승을 거둔 적은 단 한번도 없었고, 테니스 실력도 그리 뛰어나지 않았지만 출중한 외모와 스타기질 때문에 한 해 동안 1000만 불 이상을 벌어들인 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샤라포바는 쿠르니코바에 비해 실력도 갖추고 있었으며 2004년 윔블던 우승으로 반짝하고 사라진 것이 아니라 매번 출전하는 대회마다 꾸준한 성적을 유지해 가면서 세계 정상권의 랭커로 도약해나갔습니다.
그러한 샤라포바가 최고의 정점을 이룬 순간은 2006 미국 US 오픈에서 우승할 때입니다. 꾸준하게 좋은 성적을 냈지만 메이저대회 우승은 윔블던 대회 이후로 없었던 그녀에게 일부 언론들은 ‘상업성에 변색된 엔터테이너’란 비난을 퍼부었습니다. 그러나 샤라포바가 빼어난 경기력으로 US 오픈을 정복하자 비난은 사라지고 수많은 찬사가 쏟아졌습니다. 또한 이 대회가 치러진 뉴욕에서는 한동안 샤라포바를 ‘여왕’처럼 대우해줬습니다.
샤라포바는 국내에서도 적지 않은 인기를 누렸습니다. 2004년 한솔오픈에 참가해 우승을 했었고 2005년 9월 달에 열린 ‘현대카드 슈퍼매치’에서는 당시 세계랭킹 7위였던 비너스 윌리엄스와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이벤트 매치를 가졌습니다. 결과는 윌리엄스의 완승으로 끝났지만 샤라포바는 모 방송사의 오락프로그램에도 출연하며 국내 언론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았습니다.
4대 메이저 대회 중, 윔블던과 US 오픈을 정복한 샤라포바는 남은 호주 오픈과 파리 오픈에서 우승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그리고 올해 초에 벌어진 2008 호주오픈에서는 현 세계랭킹 1위인 아나 이바노세비치(세르비아)를 2-0으로 누르며 꿈꾸던 호주오픈의 트로피를 품에 안았습니다.
이렇게 승승장구하던 샤라포바였지만 실력만큼은 세계 최고로 인정하지 않는 전문가들이 많았습니다. 스타성과 실력을 고루 갖춘 샤라포바지만 테니스의 재능과 실력만 놓고 본다면 전 세계랭킹 1위였던 쥐스틴 에넹(벨기에)에게 더 점수를 주는 이들이 많았습니다.
에넹은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가장 화려한 기록을 남긴 여자 테니스 선수입니다. 에넹은 2003년 파리오픈에서 우승했고 같은 대회에서 2005~2007년 동안 3연패의 금자탑을 이룩했습니다. 또한 US 오픈도 2003년과 2007년에 우승했고 호주 오픈은 2004년에 우승컵을 가져갔습니다. 비록 윔블던에서는 무관에 그쳤지만 여자선수들 중 가장 빠르고 정확한 백핸드와 포핸드를 가졌던 선수가 바로 에넹이었습니다.
대중들에게 큰 인기를 얻었던 샤라포바에 비해 에넹은 테니스 마니아들에게 뜨거운 지지를 받았습니다. 비록 에넹은 고별 메이저대회가 된 2008 호주오픈 8강전에서 샤라포바에게 0-2로 완패했지만 실력적으로는 샤라포바보다 한 수 위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두 선수의 상대전적은 6승 3패로 에넹이 우위)
에넹이 은퇴하자 공석이었던 세계랭킹 1위는 자연스럽게 2위였던 샤라포바에게 돌아갔습니다. 그러나 2008 파리오픈에서 우승했던 아나 이바노세비치에게 1위를 빼앗겼으며 ‘턱시도 반바지’차림으로 화제를 모았던 2008 윔블던 테니스에서는 2회전에서 세계랭킹 154위의 쿠드리야프체바에게 0-2로 패하는 수모를 겪었습니다.
파리오픈과 윔블던의 부진을 털기 위해 와신상담 중인 샤라포바는 얼마 전, 미국의 경제잡지인 포브스가 발표한 여자스포츠인 소득 순위에서 1위에 올랐습니다. 테니스 대회 출전 상금은 물론, 광고출연료와 모델료 등을 합쳐서 지난 한 해 동안 240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고 포브스지가 밝혔습니다.
세계여성스포츠 선수들 중, 가장 많은 패션화보가 인터넷을 통해 서계곳곳으로 전송되며 연예인 못지않게 일거수일투족이 언론의 기사로 보도되는 샤라포바는 테니스 선수를 넘어서서 ‘스포테인먼트’의 훌륭한 표본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아무리 실력이 좋다하더라도 스포츠 외의 다른 요소로 인해 경기장을 떠났던 불운한 선수들이 많았었습니다. 물론 샤라포바도 힘든 상황이 많았겠지만 그러한 점을 극복하였고 꾸준하게 테니스선수의 길을 걸어왔습니다.
샤라포바의 최대 라이벌이었던 에넹은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했습니다. 베이징올림픽이 얼마 안 남은 시점에서 샤라포바는 또 다른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올림픽 금메달’입니다. 어릴 적부터 메이저대회의 트로피만큼이나 꿈꾸어왔던 올림픽 금메달을 향해 샤라포바는 다시 정진해나가고 있습니다.
[사진 = 마리아 샤라포바 (C) 남궁경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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