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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립다! '노무현입니다'②] 이창재 감독 "노무현 8주기, 외롭지 않았으면…" (인터뷰)

기사입력 2017.05.23 14:30 / 기사수정 2017.05.23 14:43

김선우 기자


[엑스포츠뉴스 김선우 기자] 23일,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 8주기다. 포털사이트에는 일찍부터 '노무현 8주기'가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며 그를 추억하는 이들의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나아가 이틀 뒤인 오는 25일, 노무현 대통령의 8주기를 외롭게 하지 않을 영화 '노무현입니다'(감독 이창재)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노무현입니다'는 국회의원, 시장 선거 등에서 번번이 낙선했던 만년 꼴찌 후보 노무현이 2002년 대한민국 정당 최초로 치러진 새천년민주당 국민경선에서 지지율 2%로 시작해 대선후보 1위가 되는 반전과 역전의 드라마를 생생하게 담아낸 다큐멘터리 영화다.

'노무현입니다'는 예매율 또한 한국 영화 중 1위를 기록하며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영화의 연출을 맡은 이창재 감독은 22일 엑스포츠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 주실 줄은 꿈에도 몰랐다. 지금껏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들면서 이런 경험이 없어서 아직까지도 와닿지 않는다"고 입을 뗐다.


이창재 감독이 '노무현입니다'를 만들게 된 계기는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그리움과 좋아도 좋다고 표현할 수 없는 사회적 분위기에서 비롯됐다고. 하지만 이 감독이 영화를 기획할 당시만 해도 '노무현입니다'는 제목도, 개봉여부도 불투명한 상태였다.

"사실 3~4년 전에도 이 영화를 생각한 적이 있다. 그런데 결국 현실적인 여건에 부딪혀서 제작으로까지 이어지진 못했다. 그러다가 작년 총선 이후 국면전환이 되면서 한 번 해보자 싶었다. 그런데 막상 시작하니 역시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우리의 영화가 제작됨을 알릴 수가 없었다. 몇몇 투자자들과 지인들은 무모한 도전이라고 했다. 그런데 이 영화를 만들어 갈수록 오히려 용기를 얻었다. 노무현 대통령의 모습을 알아 갈수록 내 생각보다 더 큰 분이었고, 그분은 마지막까지도 청년의 기개로 살아온 분이다. 나도 모든 것에 두려울 게 없었다. 자신의 이름까지도 숨겨가며 도움을 주신 분들, 큰 결정을 내려 영화를 택해준 전주국제영화제 등 감사한 분들이 참 많다"

이 감독은 '노무현입니다'의 개봉을 '기적'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영화를 제작할 당시 "8주기에는 부디 노무현 대통령이 외롭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개봉도 생각지 못했고, 유튜브라도 공개하려고 했다. 그런데 이렇게 환경이 바뀌고 영화관에서 더 많은 분들이 볼 수 있게 돼서 감사하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창재 감독은 스스로 "나는 친노가 아니었다"라고 말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임기를 하고 있을 당시 이 감독은 미국에서 영화 공부를 하던 중이었다. 노 대통령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했다. 그가 한국으로 돌아왔을 땐 노 대통령에 대한 여론이 악화된 때였고, 자연스레 이 감독 또한 노 대통령을 부정적으로 바라봤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참 경솔했던 거 같다. 주변 사람들의 말, 미디어에서 나오는 말만 곧이 곧대로 믿어서 노 대통령을 좋아하진 않았다. 그런데 서거하신 뒤에 노제를 갔는데 응어리가 지더라. 뭔가 미안함이 있었다. 마음껏 울 수도 없었다. 의외로 나같은 감정을 지닌 분들이 많더라. 노무현 대통령을 그리워하는 사람도, 이후에 그에 대해 알게 된 사람도, 10대들처럼 노 대통령에 생소한 이들도 그에 대해 알아가고 마음껏 울 수 있는 2시간이 되고 싶어 이 영화를 만들게 됐다. 이 영화는 정치 영화가 아니다. 사람 노무현에 대해 알아주시길 원하고 만들었다"

인터뷰를 이어가던 중 이창재 감독은 "이 영화를 만들고서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이 있다면, 보수주의자에게 들었던 이야기다"라고 말해 궁금증을 자아냈다. 이어서 그는 "지인 중에 보수주의자인 분이 계시다. 그 분이 이 영화를 보고선 '내가 오해를 했다. 아직도 정치인 노무현에 대해서는 다른 의견이지만, 최소한 인간 노무현에 대해서는 다시 생각하게 됐다'라고 하시더라. 정말 최고의 찬사였다"라고 이야기했다.


'노무현입니다'에는 노무현 대통령의 친구 문재인 대통령부터 30년간 운전기사를 맡았던 최측근까지, 일명 '노무현의 사람들'이 등장해 인터뷰를 담았다. 이 감독은 "생각보다 섭외가 어렵지도 않았다. 노무현의 사람들 또한 노무현 대통령과 닮아있다. 두 발 벗고 나서 많이 도와주셨다"라며 "그러면서도 솔직함도 닮았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기억을 물으니 좋은 점부터 아닌 점까지 모두 말하더라. 오히려 그래서 더 진정성이 느껴지고 모두 닮았다고 생각했다"라고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인터뷰를 마치고 가던 길에 다시 인터뷰 장소로 돌아와 다시 인터뷰를 할 정도로 정성을 다했다. 대선후보 시절 바쁜 스케줄 속에서도 기꺼이 친구 노무현을 위해 자신의 속 이야기도 꺼내 들었다. 그러나 그마저도 자신이 아닌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이야기였다고.

"문재인 대통령은 겸손이 몸에 체화된 것인지, 본인 위주의 이야기는 잘 하지 않는다. 본인에 대한 질문을 해도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시더라. 이야기를 하기 힘들었을텐데 말씀해 주셔서 감사했다. 유서를 직접 읽으시고는 '친구가 오랫동안 준비했던 이별인데 못 알아챈 거 같아 마음에 걸린다'라고 하시더라. 눈물이 났지만 우리에게 그 모습을 보이진 않으셨다. 다시금 감사드린다"

이창재 감독에게 노무현 대통령이 이 영화를 보면 뭐라 할 거 같느냐고 물으니 "수고했다고 하실 거 같다. 노 대통령은 간섭을 안 한다고 하더라. 각자의 영역을 존중해 주셨던 분이다. 예를 들어 자신에 대한 정치광고도 담당자에게 한 번도 뭐라 한 적이 없고 믿고 맡겼다는 이야기를 수차례 들었다. 다큐멘터리 영화가 인터뷰이를 만족시키기가 어려운데, 이번에 도와주신 분들도 모두 좋다고만 해주시더라. 그 분들은 왜 아쉬움이 없겠는가. 다들 이해해주신거 같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창재 감독은 '노무현입니다'가 본인에게 남긴 의미, 그리고 관객들에게 새겨졌으면 하는 의미에 대해 이야기했다.

"나 또한 이 영화를 만들면서 정치인 노무현이 아닌 사람 노무현에 대해 더 많이 알게된 계기가 됐다. 정치인 노무현이 아닌 사람냄새 팍팍 나는 노무현을 추억하고 싶어서 만든 영화다. 관객들 또한 그 점을 느낀다면 그걸로 나는 성공이다. 흥행 여부는 후 순위다. 삭막한 세상 속에서 2002년에는 이런 일도, 기적도 있었구나 하면서 그게 국민들의 힘이었구나 느끼면서 희망을 느끼셨으면 좋겠다. 2시간 남짓한 시간이지만 이 시간만큼은 모두가 힘든 것들을 내려놓고 편안한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sunwoo617@xportsnews.com / 사진 = CGV아트하우스, 영화사 풀



김선우 기자 sunwoo617@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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