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4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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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 인사이드 - 슈퍼스타즈 온 이이스 프리뷰] '비운'의 스케이터 김나영, '행운'의 스케이터로 거듭나라.

기사입력 2008.07.19 04:01 / 기사수정 2008.07.19 04:01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1999년, 전국남녀스케이팅종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초등학교 3학년생인 소녀가 있었습니다. 

어릴 적부터 운동에 재능이 있는 것 같아 시작한 피겨스케이팅에서 이 소녀는 남다른 재능을 발휘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초등학교 2학년 때인 98년에 전국종별선수권초등부에서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그리고 99년에도 어김없이 초등부에서 1위를 차지했는데 우승은 못했지만 유난히 점프를 잘하고 스케이트를 기가 막히게 타는 같은 또래의 소녀가 눈에 띄었습니다.

그리고 1~2년이 흐르면서 상황은 완전히 역전돼 버리고 점프를 유난히 잘하던 그 소녀는 국내에서 벌어지는 모든 대회를 석권하더니 2002년에는 슬로베니아에서 벌어진 트리글라프트로피 노비스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그 소녀가 바로 김연아(18, 군포수리고)였습니다.

98년과 99년에 전국종합선수권 초등부에서 우승했던 소녀는 김나영(18, 인천연수여고)이었습니다. 김연아가 지닌 특별한 재능과 성과는 눈부신 것이었지만 김나영도 그 누구보다 피겨를 즐기고 심취해 있던 소녀였습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거치면서 계속 스케이트선수로 남은 김나영은 중학교 3학년이 되던 해에 국가대표로 발탁되는 행운을 얻었습니다.

그러나 김나영에게 문제는 항상 부상에 있었습니다. 고질적인 골반부상이 김나영의 발목을 붙잡고 있었지만 2006년 12월에 닥친 교통사고로 목과 허리 부상까지 당했습니다. 여기에 ‘퇴행성관절염’까지 겹친 김나영은 성한 곳이 없는 ‘부상병동’이 돼, 피겨를 포기해야하는 순간에까지 이르렀습니다.

김나영의 부모님은 고심 끝에 피겨를 관두는 생각을 하게 됐지만 김나영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지속적인 재활을 통해 더이상 피겨를 하기엔 무리인 몸을 추슬러갔으며 국가대표란 자신의 지위를 책임지기 위해 피나는 훈련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김나영의 눈물겨운 노력은 마침내 결실로 이어졌습니다. 부상과 사고를 이겨낸 김나영이 올 초에 열린 전국종합선수권대회 시니어부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입니다. 그리고 김연아가 2007 세계선수권대회 3위에 오른 성적으로 얻은(국제빙상연맹의 규정에 따르면 한 선수가 상위 3위권에 진입하면 그 선수가 속한 국가 선수들 중, 한 명이 세계선수권에 참가할 수 있음)세계선수권 대회 출전 티켓 1장을 따냈습니다.

처음으로 최고의 대회인 세계선수권대회에 참가하게 됐지만 김연아가 경기를 치르기에 무리인 몸으로 떠났듯이 김나영도 제대로 된 경기를 치르기에 온전한 몸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모처럼 찾아온 기회를 포기할 수 없었던 김나영은 전 세계인들이 지켜보는 가장 큰 무대에 올라 선전했지만 기록은 본인의 기대와는 달리 저조했습니다.

김나영은 2008 예테보리세계선수권대회 쇼트프로그램에서 47.96에 머물렀습니다. 본인의 최고 기록인 53.08에 미치지 못하는 기록이었습니다. 그리고 롱프로그램에서는 더블 악셀을 시도하지 못하고 연기의 구성요소를 연결하는 연기력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지지 못해 79.36에 그쳤습니다. 프리스케이팅과 쇼트프로그램을 합산한 종합 점수는 127.32를 기록하며 여자 싱글 종합 19위를 기록했습니다.

당초 본인이 기대했던 것 보다는 저조한 기록이었지만 부상을 안고 처음으로 출전한 세계선수권에서 얻은 경험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었습니다. 지금도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했을 당시, 너무나 긴장감이 몰려와서 처음엔 앞도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는 김나영은 알렉세이 야구딘과 예브게니 플루센코, 그리고 일본의 아사다 마오와 안도 미키, 그리고 토리노 동계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인 사샤 코헨 등과 함께 아이스 쇼 무대에 서게 됐습니다.

비록 김나영의 인지도가 김연아에 비해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지만 김연아를 제외한 국내 시니어무대의 2인자라는 것을 감안 할 때, 김나영에게 쏟아지는 시선이 많지 않은 것은 아쉬운 부분입니다.

일본의 아사다 마오가 현 세계랭킹 1위이고 김연아의 라이벌로서 나름대로 인지도를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하지만 이번 아이스쇼에서 국내언론들이 부각시켜주고 새롭고 조명해 줄  필요가 있는 선수는 마오를 비롯한 다른 선수들이 아닌 김나영입니다.

국내에서도 김연아의 그늘에 가려져서 빛을 보지 못한 김나영이지만 부상과 사고를 이기고 지금의 위치까지 걸어온 김나영의 눈물겨운 피겨 인생은 분명히 조명 받아야 할 사례입니다.

올 그랑프리 시리즈에서 김나영은 시리즈 마지막 경기인 일본 NHK 트로피대회에서 아사다 마오와 나카노 유카리, 그리고 미라이 나가수 등과 함께 출전하게 됩니다. 비록 두 대회가 아닌 한 대회에만 출전하게 되었지만 이렇게 서서히 국제무대에서 경험을 쌓아가고 있는 점은 김나영의 성장에 밑거름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김연아를 제외한 국내시니어 부의 챔피언인 김나영이 지금보다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어야 한국피겨스케이팅이 고르게 발전을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늘 홀로 쓸쓸하게 국제대회에 참가하는 김연아에게도 커다란 지원군이 되어줄 것입니다.

골반과 허리, 목, 그리고 무릎 등, 성한 데가 없는 몸을 이끌고선 난방이 안 되고 빙질도 좋지 않은 국내의 열악한 빙상장에서 눈물을 머금고 스케이트를 탄 김나영은 한국피겨스케이팅이 배출한 출중한 인재 중 한 명입니다.

[사진 = 김나영 (C) 엑스포츠뉴스 장준영 기자]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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