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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s 초점] 싸이의 딜레마, "초심 잡아라" vs "맨날 똑같은 곡"

기사입력 2017.05.17 00:05

김미지 기자

[엑스포츠뉴스 김미지 기자] "초심 잡은 곡이 더 이상 나오지 않는다." vs "맨날 똑같은 스타일의 곡이 지겹지도 않은가."

가수 싸이가 총 10곡이 수록된 정규 8집을 내놓자, 대중의 관심이 일제히 쏠렸다. '월드 스타' 싸이가 이번에는 어떤 곡으로 돌아왔을지, 대중은 기대 혹은 우려를 한꺼번에 내비치며 그를 기다렸다.

그리고 드디어 '4X2=8'의 전곡이 세상에 나왔을 때, 대중은 여러 갈래로 나뉜 의견을 제시하기 시작했다. 물론 '아이 러브 잇'(I LUV IT), '뉴페이스'(NEW FACE)에 찬사를 보내는 팬들이 대다수였지만, 양극화로 나뉜 다른 의견도 분명히 존재했다.

일부 팬은 싸이에게 '초심'을 권했다. 그에게 '엽기 가수'의 호칭을 붙여줬던 데뷔곡 '새'처럼, 혹은 충격적인 가사로 통쾌함까지 선사했던 '19금' 수록곡들처럼 신선한 충격을 달라는 것. '이 십원 짜리야', '나 한 순간에 새 됐어'의 싸이를 원하는 팬들이 '강남스타일' 이후 싸이가 앨범을 발매할 때마다 하는 말이다.

또 다른 팬들은 싸이에 '변신'을 요구했다. 항상 비슷한 콘셉트의 안무, 뮤직비디오, 단어 반복 등 똑같은 패턴을 고수한다는 것이 그들의 의견이다. 신나는 비트의 음악으로 중독성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싸이가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줬으면 하는 마음으로 펼치는 주장.

전혀 다른 두 갈래의 의견에, 싸이는 매번 앨범을 낼 때마다 오랜 시간을 투자해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대중에 좋은 곡을 선사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는 것은 어떤 가수든 마찬가지겠지만 싸이의 경우는 더 했다. '강남스타일' 이후 국내외 이목이 모두 쏠렸고, 그 기대를 뛰어넘는 곡을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감 그리고 '원히트 원더'라는 일각의 비아냥을 떨치기 위한 압박감도 심했을 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싸이에 대한 양갈래 평가는 '젠틀맨', 7집 '칠집싸이다' 그리고 8집 '4X2=8'까지 어김없이 이어졌다. 음원이 공개되자 마자 차트를 올킬하고 뮤직비디오 조회수가 고공행진하는 가수로서 어쩌면 감수해야 할 의견이지만, 워낙에 두 주장이 양극화 돼 있어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 지. 싸이의 딜레마 역시 시작됐다. 

초심에 초점을 맞추자니, 항상 똑같은 콘셉트만 한다며 등을 돌리고. 새로운 콘셉트를 들고 나오면 초심을 잃어서 옛날 같지 않다는 평가가 그 즉시 들려오기 때문이다.

앞서 8집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싸이가 말했듯, 현 음원시장은 휘발성이 너무 강하다. 공개된 지 몇 시간 만에 성패가 갈리며 며칠이 지나면 수록곡들은 전혀 화제가 안 된다.

싸이는 '이러한 상황 속에서 정규 앨범을 발매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생각지는 못하지만' 이라는 전제를 덧붙이며 타이틀곡을 비롯한 수록곡 10곡 모두 들어주기를 당부했다. 1년 반을 꼬박 딜레마에 갇혀 있던 싸이가 각자 색이 다른 10곡으로 나름대로의 돌파구를 찾은 것이다. 그들의 바람대로 어떤 곡은 '초심'에 집중했고, 어떤 곡들은 '변화'에 집중했다. 또 어떤 곡들은 두 가지 방향을 적절히 섞어 만들었다.


1. '아이 러브 잇'

'아이 러브 잇'은 또 다른 타이틀곡 '뉴 페이스'보다 싸이의 초심에 가깝다는 평을 받았다. '니 시방 밥은 자셨냐', '생선을 먹을 땐 가시 발라먹어', '수박을 먹을 땐 씨 발라먹어' 등의 독특한 가사로 발매 직후 큰 화제를 모았다. 통쾌함까지 선사하는 '아이 러브 잇' 가사에 많은 팬들은 '새'의 독특했던 가사를 떠올렸다.

2. '뉴 페이스'

혹자는 '뉴 페이스'의 안무를 보고 '강남 스타일' 이후 계속해서 시그니처 안무 노림수를 둔다고 비판하지만, 사실 싸이는 데뷔곡 '새' 때부터 시그니처 안무로 유명했다. '뉴 페이스'는 '아이 러브 잇'에 비해서 기존 싸이보다 좀 더 새로운 스타일의 곡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3. '마지막 장면' (feat. 이성경)

배우 이성경의 피처링으로 많은 활약을 모았던 곡. 특히 싸이 특유의 말하는 듯한 가사와 랩이 눈길을 끈다. 싸이는 '마지막 장면' 가사가 써지지 않아 가수 은퇴까지 고민했었다고 전하며 '젊은 피' 비아이에게 도움을 받았다고 밝혔다. 데뷔 초기인 24세 초심을 잡기 어려웠다던 싸이가 실제 20대 중반인 '젊은 피'들에게 도움을 받았던 곡 중의 하나. '마지막 장면'은 음원 공개 직후 일부 차트에서 타이틀곡을 제치고 1위를 하는 등 높은 기대감을 입증했다.

4. '러브' (feat. 태양)

음원 공개 후 댓글에서 '명곡'이라는 칭찬을 많이 받았던 '러브'는 싸이의 랩과 빅뱅 태양의 꿀성대가 어우러져 완성됐다. 자신의 이야기로 시작해 듣는 이의 이야기로 확장되는 싸이의 전매특허 가사가 돋보적인 곡. 태양은 단 네 줄의 후렴구로 곡의 분위기를 이끌었다.

5. '밤' (feat. B.I, BOBBY)

싸이가 강조했던 '젊은 피' 비아이와 바비가 동시에 등장하는 곡. JYP 박진영이 MBC '무한도전' 가요제에서 유재석에게 제안했다 퇴짜맞은 곡을 싸이가 가져와 새롭게 만들었다. 중독성 넘치는 후렴구 가사, 주체할 수 없는 비트 등은 기존 싸이의 스타일을 유지하면서도 바비와 비아이가 등장하는 부분에서 왜 싸이가 그토록 '젊은 피'를 외쳤는지 알 수 있게 해준다.

6. '위 아 영'

싸이가 가장 좋아한다는 5집 '예술이야'의 연장선상에 있는 노래. '연예인'과 '예술이야'의 뒤를 잇는 감성적이면서도 신나는 노래다. 데뷔 17년 차, 어느덧 40대가 됐지만 여전히 젊게 살겠다는 싸이의 마음이 가득 담겨 있다. 가사를 음미하며 듣다 보면 어쩐지 히트곡 '아버지'가 떠오르기도 한다. '아버지'가 부모님을 떠올리며 쓴 곡이라면, '위 아 영'에는 어느새 아버지가 된 싸이가 아이들에게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을 담은 곡이라고 볼 수 있다.

7. '팩트폭행' (feat. 지드래곤)

싸이 '초심'의 완결판. 그의 '초심'을 그리워하는 팬들에게 선사하는 걸작품이다. 근거 없는 비난을 하던 일부 대중에게 던지는 메시지를 솔직하게 담아냈다. 특히 '월드 스타'라고 칭송할 땐 언제고 지금에 와서 마음에 안 든다며 랜선 회초리질을 해대는 대중에게 날 것 그대로의 욕설을 담아 통쾌함을 선사한다. 특히 싸이는 보나마나 가사가 통과 안 될 것이 분명해 심의도 넣지 않았다고 말해 큰 화제를 모았다. 싸이의 신곡을 듣고 마치 전문가인 양 떠들었던 근거 없는 악플러들이 꼭 들었으면 하는 노래.

8. '록 윌 네버 다이'

음원 시장에서 약세를 보이는 록에 대한 싸이의 헌정 곡. 어린 시절부터 좋아했던 록을 싸이만의 스타일로 또 한번 재탄생시켰다. 댄스 가수지만 록을 좋아하는 싸이의 마음 한 켠을 내비친 곡.

9. '기댈 곳'

수록곡 10곡 중 가장 느리게 시작해 느리게 끝나는 발라드 곡. 고된 하루를 끝낸 사람들이 버스 혹은 지하철을 타고 가다 '기댈곳'을 듣는다면 자연스레 울컥할 수도 있다. 지난해 다사다난한 국가적 위기를 보며 대중에 힐링송을 선사하고 싶었던 싸이의 마음이 담겨 있다. 

10. '오토리버스' (feat. 타블로)

동시간대를 살았던 타블로와 다시 등장한 '젊은 피' 비아이와 함께 만든 곡. 싸이의 곡임과 동시에 앨범에서 다른 이의 손길이 가장 많이 느껴지는 곡이다. 워크맨과 카세트 공테이프로 대표되는 그 시절 향수와 함께, 타블로 특유의 훅 박히는 랩가사가 추억과 귀를 동시에 사로잡는다는 평을 받고 있다. 특히 곡 전체에 깔리는 옛날 곡은 지난 1993년 MBC 신인가요제에서 대상을 받은 이정옥 '숨어 우는 바람 소리'를 그대로 넣어 향수를 자극했다. 싸이는 작업 중 '오토리버스'를 모르는 비아이를 보고 충격적인 격세지감을 느꼈다고.

10개의 수록곡은 싸이의 깊은 고민 그리고 대중이 제시하는 딜레마를 극복하려는 마음까지 모두 담아냈다. '휘발성' 넘치는 현 음악시장에 정규 앨범을 들고 나온 싸이가 어떤 초심과 어떤 변화로 대중 앞에 선 것인지. 10곡을 모두 들어보고 판단하는 것이 마땅한 일. 무작정 "초심을 잃었다"고, "또 똑같은 레퍼토리"라고 욕하기 전에 싸이가 앨범에 가득 담은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이, '팩트폭행'을 당하지 않는 지름길이 아닐까.

am8191@xportsnews.com / 사진=엑스포츠뉴스DB, YG

김미지 기자 am8191@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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