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8.07.18 14:51 / 기사수정 2008.07.18 14:51
[엑스포츠뉴스=전성호 기자] 스포츠팬들에게 2군이란 그다지 좋은 뜻이 아니다. 2군은 주로 '강등'되거나, '전전'하거나, '절치부심'하는 곳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상에서 벗어나 긴 재활기간을 이겨내고 재기를 노리는 선수나 아직 1군에서 뛰기는 부족하지만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선수들이 꿈을 가지고 뛰는 곳이 또한 2군이다. 그래서 어떤 팬들은 2군을 장차 팀의 기둥이 될 선수들이 실력을 갈고 닦는 곳이란 의미로 '미래군'이란 이름으로 부르기도 한다.
2군 경기의 매력
2군 리그 경기는 1군 경기가 가지지 못한 여러 장점을 가지고 있다. 비록 1군 선수들에 비해 경기력은 조금 떨어지고 화려한 전광판이나 열렬하고 웅장한 서포터즈의 조직적인 응원도 없지만, 무료 관람이 가능한데다 그라운드와 관중석의 거리가 굉장히 가까워 경기 중에 선수들이 외치는 소리까지 잘 들릴 정도로 관람의 질이 높다. 팀의 유망주나 입단테스트를 치르는 선수를 미리 만나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때로는 관중석 한쪽에서 경기를 관람하는 1군 선수들을 직접 만나는 행운을 얻기도 한다.
지난 17일, 상암월드컵 보조경기장에서 FC서울과 수원삼성의 2군 리그 경기가 있었다. K-리그의 대표적인 라이벌이기에 무더운 날씨에 2군 경기임에도 상암 보조구장에는 6백 명 가까운 관중이 들어찼다.
특히 이날은 수원의 차범근 감독이 경기장을 찾아 많은 팬이 경기 시작 전 차 감독과 함께 사진을 찍고 사인을 받는 기쁨을 누렸다. 서울의 안상현, 수원의 남궁웅 같이 부상 중이거나 이날 경기에 뛰지 않는 선수들도 만날 수 있었다.
K-리그에서 가장 두터운 선수층을 보유하고 있는 팀들답게 2군 경기 멤버도 화려했다. 수원은 북한 국가대표 안영학이 주장 완장을 찼고, 얼마 전 부상에서 복귀한 지난해 신인왕 하태균을 비롯해 안효연, 배기종, 문민귀, 최창용 등 1군 못지않은 화려한 진용을 자랑했다. 이에 맞서는 서울은 심우연, 이상협, 안태은, 천제훈, 이상우 등 유망주 선수들과 U-18팀인 동북고 선수들 위주로 구성되었다.
지난 3월 2군 리그 개막전에서는 서울이 김은중의 결승골을 앞세워 3대 2로 승리를 거둔 바 있었다. 양 팀의 경쟁의식은 이날도 예외가 아니어서 초반부터 치열한 경기가 펼쳐졌다. 서울은 입단테스트 겸 참가한 경희고 서승훈이 선제골을 기록하며 앞서 나갔지만 전반전이 끝날 무렵 수원의 안영학이 기습적인 땅볼 프리킥 골을 성공시키며 경기는 다시 균형을 이뤘다.
후반전 역시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졌지만 양 팀 골키퍼의 선방이 이어지며 경기는 결국 무승부로 끝을 맺었다. 그러나 이날 양 팀은 라이벌 의식을 바탕으로 1군 경기 못지않은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펼치며 2군 리그 역시 K-리그가 주는 또 하나의 즐거움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개선돼야 할 문제점
여러 장점을 가진 2군 리그 경기지만 문제점은 존재한다. 앞서 언급했지만 그라운드와 관중석의 거리가 굉장히 가까운 점은 장점인 동시에 때로는 치명적인 문제점을 야기하기도 한다. 라이벌 간의 대결이 벌어지거나 경기 중 거친 플레이나 애매한 판정이 나와 승부에 영향을 미칠 경우 양 팀 관중석의 열성 팬들은 듣고 있기 민망할 정도의 폭언과 거칠다 못해 오싹한 비방응원이 쏟아낸다. 이는 선수들과 상대팀 관중에게 그대로 전달돼 때로는 격한 감정싸움이 벌어지기도 한다.
지난해 서울 서포터즈와 당시 수원 소속이었던 안정환이 충돌했던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후에도 2군 경기에서는 팬들의 폭언과 오물 투척으로 인해 선수와 관중, 혹은 관중과 관중의 충돌이 종종 벌어지고 있다. 다행히 이날 경기에서는 지난 사례로 인해서인지 양 팀 관중이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에서 경기를 지켜봤지만 언제라도 ‘사건’이 벌어질 수 있는 환경은 여전했다. 때문에 이에 대한 구단 차원의 관리와 관중 자체적인 정화 움직임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경기장이 제대로 확보되지 않아 경기 시작 몇 시간 전에 장소가 변경되거나 경기가 취소되는 경우도 빈번하다. 이럴 경우 공지가 제대로 되지 않아 오후 시간을 쪼개 경기장을 찾는 팬들이 헛걸음을 하는 문제가 발생하며, 2군 리그 자체의 신뢰성에 금이 가기도 한다.
이러한 문제점이 개선되고 각 구단과 연맹이 2군 리그 경기를 팬들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기회로 삼는 발상의 전환이 이루어져 2군 리그가 활성화된다면, 2군 리그는 구단 마케팅의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뿐 아니라 더 이상 '그들만의 리그' 내지는 '패배자의 리그'로 인식되지 않게 될 것이다. 이는 2군에서 뛰는 선수들에게도 심리적, 정서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줄 뿐 아니라, 또 하나의 축구문화를 형성시켜주는 좋은 무대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사진 (C) 엑스포츠뉴스 김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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