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8.07.16 10:12 / 기사수정 2008.07.16 10:12
[엑스포츠뉴스=하완수] 배구의 묘미를 얘기해보라고 한다면 호쾌한 스파이크와 블로킹 또는 강 스파이크를 받아내는 디그를 보면서 오는 짜릿한 전율 등이 배구를 즐기는 즐거움일 수 있지 않을까요?
개인적으로는 팀에서 세터를 맡다 보니 시합을 하다가 가장 기분 좋은 순간이 상대의 블로커들을 속이고 공격수에게 노블락의 공격을 만들어 주었을 때 짜릿한 기쁨을 느끼곤 합니다.
하지만, 시합을 보거나 관전하면서 느끼는 짜릿함은 블로킹에 비할 수 있는 것이 없는 것 같습니다. 특히 상대팀의 주공격수의 스파이크를 1:1 블로킹으로 막아내는 것을 볼 때마다 저도 모르게 불쑥 일어나 박수를 쳐대곤 합니다.
우리나라의 불세출의 공격수 중에 임도헌과 김세진이라는 스타가 있습니다. 두 명 다 아시아에서는 최고의 공격수자리에 있었고 임도헌이 힘을 바탕으로 하는 강력한 스파이크가 주무기였다면 김세진은 높이를 바탕으로 빠른 손목을 장점으로 하는 기술의 배구를 많이 구사하는 편이였습니다.
김세진과 임도헌의 가장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대부분의 배구팬이 이 두 명을 얘기할 때 그들이 구사했던 화려하고 멋진 스파이크를 추억하며 그리워합니다. 하지만, 이 두 명의 공통점은 뛰어난 공격수임과 동시에 최고의 블로커였다는 사실입니다.
임도헌 선수의 경우 라이트 블로킹의 교과서라고 불릴 만큼 손모양과 블로킹 높이가 타선수들과 비교해 월등한 기량을 보여주었습니다. 블로킹을 하기 위해 점프를 한 이후에도 공격수의 공격타법에 따라 손의 모양을 바꾸는 기술과 공을 쓸어담는 팔의 움직임은 볼 때마다 저를 감탄하게 하였습니다. 세계최고의 공격수라고 지칭되던 김세진 선수조차 가장 까다로운 상대 선수로 임도헌 선수를 지칭할 정도로 그의 블로킹 실력은 뛰어났습니다.
김세진 선수는 1:1 블로킹에서 빼어난 실력을 발휘했습니다. 김세진의 위치가 상대 레프트 주 공격수를 막는 위치였기 때문에 그의 1:1 블로킹의 위력은 단지 블로킹 1개를 잡는 이상의 위력과 효과를 발휘했습니다.
제자리 점프와 공격타점이 거의 비슷한 (제 기억으로는 전성기 때 공격타점이 340cm, 블로킹높이가 339cm로 거의 같았던 걸로 기억합니다.)특징을 살려 블로킹의 높이가 국내선수들 중에서는 가장 높았던 것 같습니다.
센터 블로킹이 타이밍으로 블로킹을 잡는다고 본다면 사이드 블로커들은 높이로서 확실히 공격 각의 한쪽을 막아주어 수비가 용이하게 하는 블로킹을 해야 한다는 면에서 볼 때 김세진의 블로킹은 높이뿐만 아니라 상대의 공격을 막아내는데 거의 완벽에 가까운 실력을 보여주었습니다.
배구시합에서 공격수가 세터의 토스를 받아서 스파이크를 할 때까지 평균 0.5초에서 1.5초 정도가 걸린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짧은 순간이 공격수와 블로커들 사이에서는 엄청난 머리싸움이 벌어지는 순간입니다. 완벽한 리시브에 이은 팀플레이의 경우 블로킹이 어렵다고 보지만 리시브의 불안이나 공격 디그를 한 이후의 2단 토스의 경우 공격수나 블로커들 모두 꼭 성공시켜야 하는 부담스러운 순간입니다.
또한, 공격수에게 올라가는 공 또한 높고 완만하기 때문에 블로킹을 하는 선수나 공격을 하는 선수나 상대의 수를 읽기 위해 온 신경을 집중합니다. 블로커들은 2단 토스가 된 공의 높이와 위치를 보면서 블로킹의 위치를 잡습니다. 공격수의 몸과 자신의 반대 발이 일치되는 가상의 라인을 잡아서 블로킹의 위치조준을 끝냅니다. 그렇다고 그냥 만만히 당할 공격수들이 아닙니다.
공격수는 공격수 나름대로 상대 블로커들의 위치를 피해 공을 스파이크하기 위해 스텝을 밟으면서 곁눈질로 확인을 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몸의 위치로 혼란을 주기 위해 마지막 스텝을 밟으면서 몸을 좀 더 대각방향으로 열든지 아님 직선을 때리기 위해 완전히 열어서 손목으로만 직선으로 틀어 때리기 위한 모션을 취하기 시작합니다.
그럼 블로커들은 자신의 정해진 위치에서 점프를 시작하면서 팔의 위치를 상대방이 스파이크하기 위해 점프를 시작한 순간의 몸의 위치와 일치시키면서 각을 좁혀 들어갑니다.
공격수들은 이 순간 최종 결정을 합니다. 도저히 블로킹을 피할 각이 나오지 않는다면 터치 아웃 또는 밀어넣기 블로킹의 사이가 벌어져 있다면 블로킹 사이 직선 각을 보이면 직선으로 틀어 때립니다.
블로커들도 대충 감을 잡습니다. 특히 블로커들은 점프를 해서 손을 집어넣을 때 '이건 잡았다.'라는 감이 상당히 정확히 맞아떨어집니다. 특히 공격수들이 기교를 부려서 반 크로스 폼에서 크로스로 틀거나 직선으로 돌릴 때는 손 모양을 돌리거나 팔로 코트 안쪽으로 쓸어담는 기술로 공격수를 차단합니다.
우리가 그냥 배구를 관람하거나 tv로 시청할 때 공을 붕 올라가서 스파이크를 때리고 상대블로킹이 이를 멋지게 잡아내는 장면을 보면서 환호하거나 탄식을 자아내는 그 순간을
만들어내기 위해 공격수와 블로커들은 그 짧은 순간 아주 긴 머리 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배구를 즐겨보시는 팬들의 경우 네트를 사이에 두고 벌어지는 공격수와 블로커들 사이의 머리 싸움을 눈여겨보시는 것도 배구를 즐겁게 관람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묘미가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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