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짧은 시간동안 성장을 거듭해왔다. 아는 사람은 일찍부터 그 싹을 알아봤다는 데뷔작 '북촌방향'(2011)부터 개봉 3년이 지난 후에도 여전히 두고두고 회자 중인 '족구왕', 자신의 존재를 좀 더 많은 대중에게 각인시켰던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을 거쳐 첫 상업 영화 주연인 '임금님의 사건수첩'(감독 문현성)까지, 배우 안재홍의 다양한 얼굴을 만나볼 시간이 더해지고 있다.
26일 개봉하는 '임금님의 사건수첩'에서 안재홍은 천재적 기억력의 어리바리 신입사관 이서 역을 맡았다. 예리한 추리력을 가진 막무가내 임금 예종과 함께 투톱을 이루는 이선균과의 남다른 조화가 유쾌하게 다가온다.
개봉을 앞두고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안재홍을 만났다. 이른 시간부터 이어진 인터뷰를 비롯해 빈틈없이 이어지고 있는 홍보일정. 인터뷰 중간 쉬는 시간에는 영화 '라라랜드'의 OST를 들으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주연 배우의 무게감이 큰 것 같다"는 장난 어린 인사말에 "열심히 해야죠"라며 옅은 미소와 함께 대답을 전한다.
안재홍은 '임금님의 사건수첩'을 준비하면서 이전보다는 더 많은 걱정이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걱정이 당연히 없을수가 없었죠. 경험이 없었으니까, 시작하기 전에 마음가짐도 좀 달랐고요. 많은 자본이 들어갔고, 대중을 만족시켜야 하는 목표가 분명한 상업영화에서 이런 큰 역할을 잘 할 수 있을까, 제 몫을 해낼 수 있을까 하는 것들이요. 그런데 너무나 재미있는 이야기였고, 제게도 굉장한 기회가 될 것 같아서 용기를 냈었어요."
영화는 예종과 이서가 한양을 뒤흔든 괴소문의 실체를 파헤치기 위해 과학수사를 벌이는 코믹수사활극을 표방하지만, 그 안에서는 점차 성장해가는 이서의 모습까지 함께 엿볼 수 있다.
"이서라는 캐릭터를 '어떤 부분에서 두각을 나타내야 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하지는 않았다"고 차분하게 캐릭터를 준비한 과정을 전한 안재홍은 이야기를 이어가는 내내 안재홍은 자신과 거의 모든 신을 함께 했던 이선균의 도움에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정말 힘을 내서 하는 그 중에, 이선균 선배님이 많이 이끌어주셨죠. 저 혼자 해내게 내버려두지 않고, 저를 끌어주셨어요. 굉장히 많은 도움을 받았고, 선배님과 같이 연기하면서 '시각이 정말 다르시구나'하는 것을 많이 느꼈죠. 그동안 꾸준하게, 대중에게 신뢰를 쌓으면서 영화와 드라마의 주연을 이끌어 오신 분이잖아요. 후배로서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장면을 만든다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요. 예전에는 잘 몰랐던 부분이었는데, 저도 옆에서 많이 배우게 됐죠. 배우려고 배우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같이 주고받으면서 뭔가 느낄 수 있는 그런 것이요. 이전까지는 못해봤던 경험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두 사람은 지난 해 5월 4일 크랭크인 해 9월 6일 촬영을 마무리하기까지, 4개월 간 함께 하며 돈독한 정을 쌓았다. 촬영이 없는 날 함께 야구장에 간 모습이 중계화면과 사진으로 포착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고, 곳곳의 맛집을 함께 찾아다니며 자신들만의 맛집 투어 리스트를 완성하기도 했다.
"작년 여름이 가장 더웠다고 하잖아요. 야구 경기 사진은, 찍히는 줄 몰랐어요.(웃음) (사진이 공개되고 나서) 주위에서 갑자기 연락이 폭주하더라고요. 하필 그날 다른 지역의 경기가 다 우천취소 되고, 제가 갔던 광주 챔피언스필드 경기만 진행돼서 많은 야구팬들이 주목했던 경기였다고 하더라고요.(웃음) 그때 마침 광주 세트장 촬영이 예정돼 있었고, 쉬는 날이어서 이선균 선배님, 제작사 대표님, 동시녹음하는 형들, 매니저 분들이랑 같이 가서 봤던 것이었어요. 저는 사실 야구를 막 챙겨보지 않고, 직관도 몇 번 가본 적이 없는데 그날은 경기도 정말 재미있었고, 자연스럽게 응원하게 됐죠. 승리요정, '승요'가 됐어요.(웃음)"
주변의 맛집을 꼽아달라는 얘기에는 군산의 간장 게장 집, 목포의 게살범벅, 부안의 젓갈정식, 전주의 콩나물국밥집 등의 이름이 막힘없이 나왔다. "저희끼리 계속 중간 체크를 하면서 순위를 매겼어요. 거의 일치하더라고요"라며 해맑게 웃어 보이는 그다.
이 모든 과정이 '임금님의 사건수첩'이라는 작품을 단단하게 완성시키는 힘이 됐다. 안재홍은 "'쉬는 시간에 잘 놀았어요' 이런 개념이 아니라, 친밀함을 잘 쌓아갔던 것 같아요"라고 웃으며 "시사회 때도 영화를 보면서 그런 부분이 소중하게 담겨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게 연기로 보여질 수도 있지만, (그것과는) 또 다른 부분인 것 같아요. 그게 잘 녹아들어서, 귀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죠"라며 지난 시간을 회상했다.
'임금님의 사건수첩'은 코미디를 바탕으로 하지만 여러 장르의 재미가 줄 수 있는 다양한 요소들이 곳곳에 잘 녹아있다.
안재홍 역시 "정말 코미디만을 전면에 내세운 강조한 영화였다면 분명히 그런 부분에서 좀 더 두각을 나타내거나 뭔가 흔적을 남기는 연기를 해야 될 것 같은데, 원래부터 코미디 영화라고 콘셉트를 잡지는 않았었거든요. 유머와 코미디적인 부분들이 곳곳에 잘 녹아있는데, 웃기려고 계산되고 치밀하게 짜인 코미디가 아니라 정말로 관계에서 오는 재미가 있기 때문에 더 좋았어요. 그 속에서 (이선균)선배님과 서로에게 더 집중하고 처한 환경과 상황에 몰입하다 보니 재미있는 무언가가 더 유발된 것 같고요. '웃긴 게 아니라 재밌다'는 개념으로 다가갈 수 있어서 좋았죠"라고 자신의 생각을 풀어놓았다.
그만큼 영화 속에서 안재홍과 이선균, 두 사람이 치고받는 대사의 맛이 맛깔나게 살아난 것은 물론이다.
"그건 계산으로 따지면 정말 미묘하게 들어가야 하는 호흡이거든요"라고 말문을 연 안재홍은 "그게 잘 맞아 떨어져야 재미가 유발되는 것인데, 저와 이선균 선배는 그걸 계산하려고 하지 않고 뭔가 잘 쌓였던 것이라고 생각해요. 선배님께서 '툭' 주시면, 저는 잘 반응하면 되니까 서로 믿고 움직인 것이죠. 그런데 그게 정교하게 호흡이 만들어져서. 농축된 그런 재미처럼 느껴진 것 같아요. 이선균 선배님이 워낙 에너지가 좋으시고 연기도 굉장히 동적이라는 느낌이 많이 들었거든요. 선배님이 잘 주시면 저는 잘 받고 반응하면 됐었죠"라고 미소 지었다.
안재홍은 이번 '임금님의 사건수첩'으로 상업영화 주연에 본격적으로 발을 디딘 것은 물론, 앞서 독립영화와 저예산 영화, 드라마와 연극 등 다방면에서 활약을 펼쳐오고 있다.
"처음 '임금님의 사건수첩'을 제안 받았을 때는 임금에게 구박을 받거나 착하면서도 애쓰고 노력하는 모습들이 이전에 보여졌던 작품과 많이 유사한 느낌도 있었고, 또 그렇게 보시는 분들도 분명히 계실 것이라고 생각했었죠"라고 전한 안재홍은 "하지만 많은 분들이 그렇게 봐 주시는 것은 관심이라고 생각해요. 갑자기 '다르게 해야겠다, 살인마를 할 거야' 이런 식으로는 아직 다가가고 싶지 않아요. 좀 더 시간이 지나고 나이가 먹으면서 자연스럽게 될 수 있는 부분 아닐까요. 지금은 제가 입은 옷이 매력적이고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라고 말을 이었다.
'임금님의 사건수첩'에 이어 5월 초 방송될 KBS 새 월화드라마 '쌈, 마이웨이'에서는 현실 연애의 모습을 보여준다면서, 또 다른 느낌과 분위기의 연기를 하게 될 것이라고 앞으로의 계획 역시 밝혔다.
과거 '연기는 정확해야 한다. 과하거나 부족하면 관객에게 부담을 준다. 지나친 열연은 감상에 걸림돌이 된다'면서 닮고 싶은 작품 속 배우들의 모습을 언급했던 과거 인터뷰 이야기를 꺼내자 안재홍은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제가 그렇게 얘기를 했었나요"라고 웃으며 되물었다. 이내 다시 진지해진 표정의 그가 차분하게 이야기를 더했다. 충분히 변했을 수도 있는 자신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하면서, 끊임없이 옳은 방향으로의 걸음을 찾아가고 있다.
"그건 지금도 동감하는 바에요. 사실 2년 전의 인터뷰가 기억이 안 날 정도로,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아요. (그 사이) 더 나은 사람이 됐을 수도 있고 바뀌었을 수도 있죠. 저는 그게 좋은 방향이길 바랄 뿐이에요. 제가 했다는 그 말이 조금 오그라들긴 하지만,(웃음) 그 마음은 조금도 변함없거든요. 아직 저는 젊다고 생각해서, 제 나이 대에 할 수 있는 경험을 더 많이 해보고 싶죠.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틈이 난다면 여행도 가고요. 공연도 해보고, 기회가 된다면 단편도 찍고, 저예산·독립·상업 영화, 드라마 모두 다양하게 해보고 싶어요. 그러면서 좀 더 깊어지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죠. 그러려면 자꾸 저 스스로도 자꾸 파보고, 많이 질문하고 생각해야 할 것 같아요. 더 잘 걸어가고, 계속 더 나아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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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