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8.06.23 09:12 / 기사수정 2008.06.23 09:12
[6월 23일 엑츠 모닝와이드]
Monday Essay - 히딩크의 마법은 보편적인 진리.
평범한 것들을 거부하고 세인들의 상식을 뛰어넘는 비범함은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합니다.
그러한 능력을 발휘한 당사자는 일순간에 영웅으로 추앙받습니다. 지금 유로 2008에서 또다시 기적 같은 연승행진을 펼치고 있는 러시아 팀의 중심엔 거스 히딩크 감독이 있습니다. 그의 이러한 행보가 한국 축구 팬들에게 더욱 회자가 되는 것은 2002 월드컵에서 이룩한 한국 팀 4강 진출의 위협이 러시아란 팀을 통해 유로 2008에서 재현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히딩크 감독은 유로 2008 조별리그 예선전에서 잉글랜드를 제치고 결코 축구강국으로 부를 수 없었던 팀인 러시아를 본선으로 이끌었습니다. 러시아 대표팀 감독이 되기 전에 히딩크는 2002 월드컵에서 대한민국을 4강에 진출시켰고 2006 월드컵에서는 호주 팀을 이끌고 16강에 진출했습니다. 그리고 이젠 러시아란 팀마저 강팀으로 변모시켰습니다.
그가 추구하는 축구 스타일은 한국 팬들에게도 익숙한 'Total Soccer'입니다.
다른 말로는 'Physical Soccer'로도 불리고 있는데 전후반 90분을 쉴 틈 없이 뛸 수 있는 체력을 바탕으로 수비수들과 미드필더, 그리고 공격수들이 부지런히 움직이는 것을 필요로 합니다. 최고의 조직력을 완성하는 것이 바로 히딩크가 추구하는 근본적인 축구입니다.
히딩크가 그동안 맡았던 한국과 호주, 그리고 러시아 팀의 공통점을 찾아본다면 모든 포지션에 위치한 선수들이 특정한 플레이에 얽매이지 않고 강한 체력을 바탕으로 시종일관 부지런히 움직이면서 공격과 수비를 모든 팀원들이 유기적으로 협력해나가는 플레이를 목격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특정한 선수들의 개인기에 의존하지 않고 축구라는 스포츠가 근본적으로 창출할 수 있는 최고의 조직력을 완성하는 것이 바로 히딩크가 지향하고 있는 축구입니다. 언뜻 보면 어느 감독들이라도 이러한 축구를 완성해 나갈 거라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축구가 아닌 다른 종목들도 기본이 가장 가르치기 어렵다는 것처럼 ‘가장 보편적’인 것을 완성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 중 하나입니다.
히딩크의 비범함은 결코 그의 '타고난 천재성'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그는 자신이 믿고 따르는 신념으로 내세우는 것은 현장에서 직접 겪은 산 경험입니다. 히딩크는 지금까지 항상 성공 가도만 달려온 지도자가 아닙니다. 때론 실패를 직접 맛보면서 패배를 단지 ‘추락’으로 끝내지 않고 ‘발전을 위한 경험’으로 승화시킨 것이 오늘날의 히딩크를 만든 큰 원천이었습니다.
아무리 훌륭한 스포츠 지도자라 하더라도 늘 승승장구할 수는 없습니다. 빡빡한 일정 속에서 짜인 경기들을 치러나가다 보면 승패는 항상 공존하게 됩니다. 감독의 의도한 방향이 성공했다면 여기에 더욱 완벽을 가하고 실패한 부분이 있다면 무엇이 잘못됐는지를 스스로 깨달아 팀 전력의 향상에 약으로 써야합니다.
이것은 아주 보편적인 부분이자 모든 지도자들이 기본적으로 이룩할 과제입니다. 그러나 쉽게 말로는 내뱉을 수 있어도 결코 이것을 제대로 실천해 내는 것은 어렵습니다.
히딩크 감독은 선수들에게 중요한 것을 깨닫게 하고 기본기의 중요성과 체력의 강조를 증명하기 위해 강한 카리스마와 리더십으로 선수들을 이끌어 왔습니다.
지도자와 선수들의 가장 이상적인 관계는 다른 것이 아닙니다. 너무 수직적인 관계도, 너무 수평적인 관계도 아닌 서로 의사 소통교환이 합리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관계에 놓이는 것입니다.
모래알 팀이 서로 합쳐지려면 정신적인 부분에서 팀원들과의 벽이 없어져야 합니다. 히딩크 감독은 한국 팀을 맡으면서도 이것을 강조해서 나이로 직계가 이루어진 한국대표팀의 고질적인 상하관계를 새롭게 바꾸었습니다. 히딩크 감독은 "제대로 된 패스는 기술적인 부분도 중요하지만 팀원들과의 신뢰가 있어야 제대로 이루어진다"고 말했습니다.
선수들에게 결코 가볍게 다가서지 않으면서도 모든 선수들과 의견소통을 원활하게 해내는 리더십은 훌륭한 지도자들만이 가지는 덕목입니다. 이렇게 정신적으로 완전한 팀워크를 만든 다음, 히딩크는 선수 구성원들의 가장 이상적인 조합을 만들어 내기 위해 여러 가지 실험을 거듭합니다.
팀의 포메이션을 이리저리 바꾸어보고 아기자기한 실험을 거듭하는 것은 어느 감독들에게서 볼 수 있는 현상입니다. 그러나 실험의 방향성과 목적을 분명하게 쫓고 있는 감독들과 아무런 확신 없이 이렇게 해봤다가 저렇게 해보는 감독들은 서로 간에 명암이 엇갈립니다. 물론 전자의 감독들이 극히 드문 것은 사실이죠.
히딩크 감독은 좋은 결과를 내놓지 못할 때도 결코 선수들에게 실망감을 내비치거나 변명을 늘어놓지 않았습니다. 강팀을 만들기 위해 가는 하나의 과정임을 스스로가 분명히 자각하고 있는 히딩크가 이런 일로 의기소침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죠.
그가 항상 자신감을 내비치고 선수들을 믿고 독려하고 있는 점은 다른데 이유가 있어서가 아닙니다.
바로 자신이 걸어가고자 하는 열정과 신념이 뚜렷해서입니다. 물론 결과에 대한 불안감은 있겠지만 합리적이고 철저한 과정 속에서 얻어진 결론이 나쁠 가능성은 적습니다. 2002 월드컵을 앞둔 시점에서 히딩크가 ‘우리는 세상을 놀라게 할 준비가 돼있다.’라고 자신 있게 말한 것은 결코 허풍이 아니었습니다. 강한 열정과 신념에 따라 그토록 철저하게 준비해왔는데 결과가 나쁘다면 오히려 그것이 크나큰 이변이 되겠지요.
유로 2008에서도 러시아가 그리스와 스웨덴, 그리고 네덜란드를 차례로 이긴 것은 결코 이변이 아니었습니다. 러시아의 전력 상승과 선수들의 투지, 그리고 상대의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들어서 일격을 가하는 전략은 강팀에게서 볼 수 있는 요소들입니다.
2002 월드컵 때, 한국이 홈그라운드의 이점과 심판의 편파판정 속에서 4강에 진출했다는 의견들이 쏟아졌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럴 만한 실력이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22일, 북한과의 2010 남아공 월드컵 예선경기에서 시종일관 무기력하게 전전하면서 무승부를 기록한 한국 대표팀이었지만 적어도 6년 전인 2002년의 한국대표팀은 '강팀'이었습니다.
상대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 약점에 치밀하게 대비하는 분석력, 그리고 언변을 통한 심리전 등도 승부의 열쇠였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보편적인 과제'에 있었습니다. 현학적인 인물들보다 간단명료하고 기본에 충실한 사람들이 비범하게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히딩크 역시 복잡하고 현학적인 인물이 아닙니다. 보편적인 과제를 누구보다 훌륭하게 해낼 수 있는 지도자의 중요성을 히딩크를 통해 다시금 느끼게 됩니다.
[사진(C) 유로 2008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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