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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s 현장] "'혼술남녀' 신입 PD 사망, CJ E&M의 사회적 살인" (종합)

기사입력 2017.04.18 12:04 / 기사수정 2017.04.18 12:19

이아영 기자

[엑스포츠뉴스 이아영 기자] "'혼술남녀'가 신입 조연출 PD를 죽였다."

tvN '혼술남녀' 신입 조연출 사망사건 대책위원회는 18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조사 결과와 입장, 향후 활동 계획을 발표했다.

고인 이 모 PD는 지난해 1월 CJ E&M에 입사해 4월 '혼술남녀' 팀에 배치됐다. 이후 신입 조연출로서 의상, 소품, 식사 등 촬영준비, 촬영장 정리, 정산, 편집 등의 업무를 수행했다. '혼술남녀' 마지막 촬영 날이었던 10월 21일 실종됐고, 26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로 발견됐다.

자체조사팀을 꾸린 CJ E&M은 고인의 죽음에 대해 고인의 근태 불량으로 인해 피해가 발생했으며, "타 프로그램 대비 근무 강도가 특별히 높은 편이 아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대책위에 따르면, CJ E&M은 유가족과의 합동조사는 거부하고 내부적인 자체 조사를 고집, 출퇴근 내역 등은 공개하지 않으면서 주변 인사의 주관적 진술만 토대로 고인의 근무 태만 등을 강조했다.

이날 고인의 어머니 김 모씨는 "실종을 뒤늦게 연락받고 선임 PD를 만났다. 나를 만나자마자 처음부터 끝까지 아들이 불성실했고 비정규직을 무시해 갈등을 초래했다고 아들을 힐난했다"고 말하며 CJ E&M의 책임회피를 비판했다. 또 "인간의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콘텐츠를 만드는 CJ E&M에게 인간의 생명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런 괴물들이 인간의 감정을 따뜻하게 한다고 홍보한다"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CJ E&M이 주장한 고인의 근무 태만은 근무 시간이 유동적이고 고강도의 노동이 지속되는 드라마 환경에서 흔히 발생하는 지각 등이었다고 대책위는 말했다. 또 비정규직을 모욕했다는 CJ E&M의 주장에 대해서도 "고인은 CJ E&M에서 받은 급여를 416연대, KTX 해고 승무원, 빈곤철폐연대 등에 기부한 사실이 있다"는 사실을 밝히며 반박했다.

노동의 강도에 대해서 김 모씨는 "촬영에 들어간 이후로는 얼굴을 볼 수 없었다. 오전 2~3시가 되어 들어와서 1~2시간 잤다"고 얘기했다. 실제로 고인의 통화 발신 기록 등을 살펴보면, 오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2~3시까지 연락이 이어졌다. 또 막내 조연출 4명이 2명 2교대로 근무했다는 CJ E&M의 주장과 달리, '혼술남녀' 외부업체의 진술에 따르면 두 개 팀이 촬영장과 사무실 등 동시에 모두 근무했다.

대책위는 함께 고생한 조연출이 실종됐음에도 고인을 찾으려는 적극적인 행위가 없었다는 점도 꼬집었다. 희망을 만드는 법 김동현 변호사는 "고인이 실종됐을 때도 법인카드의 행방만 찾았다. 사망하기 전까지 더 적극적인 노력을 할 수 있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 골든타임을 놓친 것"이라고 CJ E&M 측에 책임을 물었다.

대책위는 고인의 사망에 ▲CJ E&M 측에 책임이 있음을 인정하고 공식적으로 사과할 것, ▲고인의 사망과 관련한 책임자에 대한 징계 및 재발방지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온라인 서명운동, ▲'혼술남녀' 페이스북 페이지 추모 및 항의 댓글 남기기, ▲상암 CJ E&M 본사 앞 릴레이 1인 시위를 진행할 것이며, ▲드라마 현장 내 노동실태와 폭력에 대한 제보센터 운영, ▲드라마제작 종사자 문제 해결을 위한 당사자 증언대회 및 국회토론회를 추진한다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고인의 동생은 긴 싸움을 시작한 이유에 대해 "또 다른 사람이 이런 비슷한 낡은 조직문화, 시청률에 매몰되어서 다른 아픔을 겪고 누군가를 떠나 보내고 억울하게 싸우는 일이 반복될 것 같은 상황을 또다시 보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교편을 잡고 있다는 고인의 어머니는 제자들, 다른 청년들을 위해서라도 이 사건의 진실이 밝혀지길 바란다고 눈물로 호소했다.

lyy@xportsnews.com / 사진 = 이아영 기자

이아영 기자 lyy@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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