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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 인사이드] 그랑프리 파이널 개최 링크, 이대로는 안 된다

기사입력 2008.06.07 13:03 / 기사수정 2008.06.07 13:03

조영준 기자



  작년 12월,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개최된 2007~2008 ISU 그랑프리파이널대회에서 김연아(18, 군포수리고)가 2연패를 달성했었습니다. 그랑프리 파이널은 김연아가 2년 연속으로 제패한 대회라 국내 피겨 팬들에게는 그만큼 친숙한 대회입니다.

  그런데 2008~2009 그랑프리파이널대회의 개최지가 한국으로 선정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습니다. 이번 달 16일부터 20일까지 유럽의 작은 도시국가 모나코에서는 제52차 ISU(세계빙상연맹)정기총회가 개최됩니다. 한국빙상연맹도 그랑프리 파이널 개최지 선정 및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에 대한 의견을 조율하기 위해 한국빙상연맹 직원들을 파견할 예정인데 이미 작년 토리노 대회에서 다음 개최지로 한국이 언급되었습니다. 그리고 현재로선 그랑프리 파이널개최지가 한국으로 결정되는 것이 거의 유력시 되고 있습니다.

  한국은 그동안 ISU 4대륙 대회를 3번이나 개최한 경험이 있고 지난 5월 달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페스타 온 아이스’ 공연의 성공적인 성과로 매력적인 피겨시장국가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2008~2009 그랑프리 파이널이 한국에서 개최된다는 전망이 유력시 되면서 벌써부터 이 대회를 유치하고자 하는 도시들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최고 수준의 국제대회를 유치하고자 한다면 여기에 걸맞은 링크가 국내에 있는지부터 유념해봐야 합니다.

  한국에서 국제적인 경기를 치를만한 여건이 되는 링크경기장은 5000석 규모의 목동아이스링크와 25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고양시 어울누림 빙상장 정도입니다. 그러나 그동안 이 장소에서 개최된 국제대회와는 달리 그랑프리 파이널은 차원이 전혀 다른 대회입니다.

  그랑프리 파이널 대회는 ISU에서 개최한 총 6개의 그랑프리대회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둔 선수들이 참가해 이른바 한 시즌을 정리하는 최고의 선수를 뽑는 ‘왕중왕전’입니다. 세계선수권과 더불어 국제피겨대회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대회인 그랑프리파이널은 미국의 저명한 스포츠 채널인 ESPN을 통해 미국전역과 캐나다에 방송되는 것은 물론, 유럽지역과 일본 등에서 가장 관심을 가지고 중계하는 대회입니다.

  이렇게 규모가 크고 전 세계 피겨 팬들이 주목하는 대회라면 이 대회가 열리는 링크장 역시 국제적인 수준에 걸맞은 곳으로 지정해야 합니다. 그러나 목동아이스링크는 물론, 4대륙 대회개최에서 드러난 고양시 어울누림 빙상장의 열악하고 불편한 환경은 도저히 그랑프리 파이널을 개최하는데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또한 중요한 부분은 이러한 링크의 환경이 한국피겨에 대한 인상을 세계인들에게 각인시켜준다는 것입니다.

  김연아란 세계 최고의 선수가 배출되고, 윤예지(14, 과천중)와 곽민정(14, 평촌중)같은 유망주들이 속속들이 나타나고 있는 것을 계기로 한국피겨스케이팅은 대중들에게 점점 친숙한 종목으로 다가서고 있습니다.

  그러나 몇몇 선수들의 선전과 세계 각국의 피겨선수들의 뛰어난 연기를 볼 수 있는 아이스쇼가 성공했다고 해서 그 국가의 피겨수준이 격상되는 것은 아닙니다. 피겨의 대중화가 발전하는 가운데 그랑프리 파이널이란 가장 큰 국제대회를 치르려고 하지만 이 대회를 감당할만한 링크장이 없다는 것이 한국 피겨계의 그늘입니다.



  현재 그랑프리 파이널개최를 두고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도시는 고양시와 서울특별시입니다. 서울특별시에서 치러질 경우, 목동아이스링크가 아닌 다른 일반체육관을 링크장으로 개조해서 치르는 방안도 가능하지만 고양시의 경우는 수용 규모가 2500여석에 불과하고 그랑프리 파이널을 감당하기엔 여러모로 부족한 환경을 가진 어울누림 빙상장 밖에 다른 대안이 없는 실정입니다.

  그렇다고 서울의 목동 아이스링크가 그랑프리 파이널을 치르기에 최적의 장소가 아닌 것도 사실입니다. 그랑프리 파이널은 지금까지 한국에서 개최된 대회와는 달리 세계 각국에서 수많은 기자들과 취재진들이 몰릴 것이며 일본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열성 피겨 팬들도 한국을 찾을 것입니다.

  객관적으로 따져볼 때, 이러한 인원과 규모를 감당하기엔 목동 아이스링크와 어울누림 빙상장은 여러모로 함량미달로 보입니다. 국제적인 대회를 개최함으로서 많은 이윤을 얻고자 하는 뜻도 중요하지만 그것에 앞서서 한 국가의 스포츠환경과 저변을 다른 국가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한 부분입니다.

  진정으로 성공적인 그랑프리 파이널 개최를 유념하고 있다면 김연아의 3연패 달성에만 집착할 것이 아니라 국내와 외국의 많은 피겨 팬들과 세계에서 몰려오는 취재진에게 불편을 주지 않는 대회로 완성해 나가야합니다. 그러한 의미에서 그랑프리 파이널을 개최할 수 있는 링크장을 선정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일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그나마 대안을 찾을 수 있는 합리적인 사항은 기존에 있는 좋은 체육관을 빙상장으로 개조해 쓰는 방법입니다. 그 중에서도 만명 수용 인원이 가능하며 피겨를 관람하기에 적절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는 잠실 체조경기장이 그랑프리 파이널 개최 장소에 대한 최고의 대안이 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일반적인 체육관을 빙상장으로 개조해 쓰는 것에 대한 노하우와 경험 부족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미 외국에서는 이러한 사례가 빈번히 진행되고 있으며 대표적으로 뉴욕의 메드슨 스퀘어 가든이 농구장과 아이스링크로 쓰이며 공연장이 될 수 있는 점은 가장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렇게 일개의 시설이 다목적으로 사용돼서 다양한 종목을 치룰 수 있게 된 점은 그 국가의 빙상연맹의 노력과 시의 협조가 원만하게 이루어졌기 때문입니다. 이제 올 12월 달에 열릴 그랑프리 파이널의 성공적인 개최를 꿈꾼다면 빙상연맹은 물론 시의 관계자들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현재 국내에 존재하는 링크는 그랑프리 파이널이란 굵직한 대회를 감당하기에 너무도 열악하기만 합니다. 또한, 얼마 남지 않은 기간동안 합리적인 대책을 강구하려면 지금까지 한국에서 치른 국제대회에 대한 생각도 바꾸어야합니다. 아이스쇼와 4대륙대회의 무게와 그랑프리 파이널대회의 무게는 엄연히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랑프리 파이널 때 이 대회를 찾을 국내의 수많은 팬들과 외국에서 몰려올 이들에게 최상은 아니더라도 자존심을 지킬 수 있는 환경과 무대를 보여줘야 합니다. 한국피겨는 지금부터 발전만을 생각하며 나가야합니다. 모처럼 찾아온 발전의 기회 앞에서 그저 수수방관한다면 더 이상 한국피겨의 밝은 미래는 존재하지 않을 것입니다.

[사진 = 전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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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브랜드테마] / 조영준의 피겨 인사이드. 지난 '페스타 온 아이스' 공연을 취재하면서 피겨에 이토록 열광하는 관중들을 확인한 필자는 내심 놀랬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한편으론 '한국 피겨의 대중화'란 논제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필요성도 느끼게 되었습니다.

'페스타 온 아이스'와 같은 볼거리와 이벤트도 한국 피겨의 발전을 위해서 꼭 필요한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것과 함께 한국 피겨의 기틀을 마련할 기획안이 함께 가야 많은 유망주들에게 저변을 넓혀 줄 수 있을 것입니다.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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