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8.05.30 13:53 / 기사수정 2008.05.30 13:53
K-리그 2008시즌 전반기 결산 ②
'수원에게 찾아왔던 세 번의 위기'
[엑스포츠뉴스=전성호 기자] 삼성 하우젠 K-리그 2008시즌 전반기의 최고 화두는 역시 수원삼성의 독주였다.
수원은 지난 석 달간 16경기를 치르는 동안 컵 대회 포함 14승 2무, 무패행진을 벌였고 리그 최다득점(26득점), 최소실점(8실점)을 기록했다. 또한, 무실점 7연승, 9경기 연속 2득점 이상, 2득점 이상 무실점 7연승 등의 신기록을 쏟아내기도 했다. 리그에서는 2위 성남을 승점 9점차로 따돌리며 압도적인 성적을 거두고 있고 컵 대회도 A조 1위를 달리고 있다. FA컵에도 16강에 올라있어 이런 추세라면 1999년 수원이 세웠던 시즌 전관왕의 위업도 다시 한번 달성할 수 있을 분위기다.
물론 이렇게 압도적인 모습을 보이는 수원에게도 시즌 초반 여러 번의 위기가 찾아왔다. 그러나 수원은 그러한 위기들을 극복하며 더욱더 그들의 상승세에 힘을 더했고 '위기는 곧 기회'란 격언을 완벽하게 증명해 보였다.
스타급 플레이어의 이적
사실 2008시즌 시작 전, 수원삼성이 이렇게까지 독주체재를 구축할 것이란 전망은 누구도 하지 못했다. 팀의 주요 선수였던 안정환과 김남일이 2007시즌이 끝나고 각각 부산과 빗셀고베로 이적하고 '계륵' 나드손이 브라질로 돌아갔지만, 안영학을 부산에서 영입하고, 박현범, 조용태 등 신인들을 드래프트를 통해 선발한 것 외엔 특별한 전력 보강이 없었기 때문이다.
기존의 수원은 매 시즌 이적시장에서 공격적인 선수 영입을 통해 전력을 보강하면서 '레알 수원'이란 별칭까지 얻었었지만, 차범근 감독은 올 시즌 새로운 스타 플레이어의 영입 대신 기존의 젊은 선수들의 활용을 선택했다. 자칫 도박이 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그러나 덕분에 기존의 같이 뛰던 선수들 간의 조직력은 극대화되었고, 젊은 선수들에게는 열심히 하면 주전으로 뛸 수 있다는 동기를 부여했다.
차 감독의 이런 선택은 적중했다. 시즌 전 예상과는 달리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수원은 그 어느 때보다 강했다.
2년차 용병 에두가 광주와의 시즌 첫 경기부터 2골을 넣으며 K-리그에 완벽하게 적응한 모습을 보였고 출장 시간 확보를 위해 팀을 옮기려다 차범근 감독의 만류에 팀에 남았던 신영록은 자신의 별명 '영록바'다운 플레이를 보여줬다. 서동현은 주로 '조커'로 출전했음에도 절정의 골감각을 선보이며 9골로 팀 내 득점 2위에 올랐고, 신인 조용태 역시 기대 이상의 활약을 보이며 수원 공격진의 깊이를 더했다.
올 시즌 수원의 독주체재에 가장 큰 힘을 불어놓고 있는 삼인방 - (왼쪽부터) 박현범, 서동현, 조용태
신인 박현범은 조원희와 함께 강력한 '더블 볼란치'를 구성하며 김남일의 공백을 무색하게 했다. 올 시즌 새롭게 주장을 맡은 송종국은 정신적으로 팀의 중심이 되던 안정환과 김남일 대신 새롭게 팀의 구심점으로서의 역할을 담당했고 그가 이끄는 수원의 포백 라인 역시 건재했다.
수원은 전반기 K-리그에서 가장 많은 파울을 기록했지만 최소 경고 팀이기도 했다. 퇴장은 한 번도 당하지 않았다. 이것은 수원 수비가 얼마나 효율적인 경기운영을 했는지를 보여준다.
서울과의 두 차례 맞대결
시즌 초반 안정된 전력으로 연승행진에 시동을 걸던 수원에게 FC서울과 열흘 간격으로 가진 컵 대회 2라운드와 리그 5라운드 경기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경기들이었다. 일단 두 경기가 모두 상암에서의 원정이라는 점도 부담이었지만, K-리그 최고의 라이벌전으로 떠오른 서울과의 경기에서 패할 경우 받는 심리적인 타격 역시 클 것이기 때문이었다.
두 경기 모두 전반전에 서울은 수원을 강력하게 압박했다. 컵 대회 경기에서 박주영과 김한윤이 골대를 맞췄고, 리그 경기에선 박주영이 또 다시 골대를 맞추며 수원의 골문을 위협했고 수원은 두 경기 모두 전반 내내 밀리는 양상을 보였다.
그러나 수원의 저력은 강했다. 컵 대회에선 후반 서울의 집중력이 떨어진 틈을 공략해 서동현과 조용태의 연속 득점으로 서울을 무너뜨렸다. 리그 경기에선 신영록이 후반 벼락같은 두 골을 터뜨리며 서울의 무릎을 꿇게 하였다. 특히 이 경기에선 컵 대회와 달리 서울도 베스트 멤버를 출동시키며 총력전을 다했기에 기쁨은 더욱 컸다.
라이벌과의 두 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거두며 수원의, 특히 젊은 선수들의 자신감은 절정에 달했고 이는 이후의 경기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그 중에서도 서울전에서 득점에 성공했던 서동현-신영록-조용태의 골감각은 그야말로 절정에 이르렀다.
반면 상위권에서 접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었던 서울은 수원전 2연패로 인해 상승세가 한풀 꺾이고 서포터즈들의 불만이 극에 달하는 등 경기력은 물론 심리적으로도 적지않은 후유증을 겪었다.
주전들의 부상
잘 나가던 수원의 발목을 잡은 것은 주전선수들의 부상이었다. 최고조에 오른 기량을 보여주던 신영록의 발목엔 실금이 갔고, 수비의 핵이었던 마토와 주장 송종국이 연이은 부상으로 쓰러졌다. 뒤이어 중원을 책임지던 박현범마저 부상을 당했고 지난해 신인왕 하태균의 부상 복귀도 자꾸만 늦어지고 있었다. 백지훈, 안효연, 안영학도 부상으로 한 때 전력에서 이탈해 있었다.
그러나 수원의 저력은 비단 주전선수들에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2군 경기에 출전하며 컨디션을 조절하며 기회를 기다리던 뛰어난 스쿼드 플레이어들이 있었다. 2004시즌 신인왕 문민귀, 날카로운 왼발을 자랑하는 양상민, 192cm의 신예 장신 수비수 최창용은
주전 포백들의 공백을 훌륭히 메웠고 남궁웅과 배기종도 공격에서 좋은 활약을 보였다. 이들의 활약으로 수원은 주전들의 공백에도 불구하고 무패 행진을 이어갔다.
광주와의 리그 경기에서 부활골을 신고했던 배기종
특히 전반기 마지막 경기였던 리그 11라운드에서 리그 5연승을 기록하며 파죽지세를 이어가던 포항에게까지 지난 시즌 지난해 플레이오프의 빚을 갚으며 승리를 거두며 수원의 2008시즌 전반기는 성공적으로 끝을 맺었다.
이제 한 달여 간의 휴식기를 통해 부상 중이던 주전선수들이 돌아올 것이고 수원의 팀 전력은 다시 극대화될 것이다.
후반기를 바라보며
리그를 치르다 보면 굴국이 존재한다. 후반기에도 분명 전반기처럼 여러 차례 위기가 찾아올 것이다. 특히 지금 이어가고 있는 무패행진이 끝날 경우 지난해의 성남이 그랬던 것처럼 주춤할 수 있다.
그러나 수원의 힘은 개개인의 능력보다도 코칭 스태프와 선수들 간의 믿음, 톱니바퀴처럼 탄탄한 조직력, 그리고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는 능력에 있다. 이는 수원과 같은 스폰서를 달고 있는 첼시가 2005/2006 시즌 프리미어리그 우승 당시 보여주었던 힘과 매우 닮아 있다. 그리고 이런 힘의 배경에는 수원에게 진정한 '홈 어드밴티지'를 선사해주는 그랑블루의 열정적인 응원이 버티고 있다.
어쩌면 올 시즌은 수원을 누가 잡을 것인지보다는 수원이 어떻게 위기를 극복하며 우승할지에 초점을 맞추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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