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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이병규'를 보며 '주니치 이병규'를 그리다

기사입력 2008.05.16 10:53 / 기사수정 2008.05.16 10:53

박형규 기자

[엑스포츠뉴스=박형규 기자] 한때 모든 LG 팬들을 한데 묶었고, 열광토록 만든 응원이 있었다. 팀이 이기고 있던 지고 있던, 분위기가 좋든 나쁘든 이 응원구호가 응원단장의 입에서 나올 때면 모든 관중이 기립하여 자신이 낼 수 있는 최대한의 목청을 쏟아 부었다. 바로 LG를 대표하는 간판타자였던 이병규의 응원이다. "LG의 이병규~ LG의 이병규~ LG의 이병규~"

LG 트윈스의 5월 성적은 12게임 2승 10패. '지옥의 9연전'에서 1승8패를 하며 최하위로 주저앉았다.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는 LG에 진정 필요한 것은 바로 '해결사'다. 이대호, 김태균, 김동주 등 각팀에는 이른바 '해결사'를 자처하며, 찬스에서 자신의 힘으로 경기의 판도를 바꿔 놓을 수 있는 힘을 가진 선수를 데리고 있다. 야구라는 종목이 9명이 힘을 합쳐야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여 승리할 수 있는 스포츠지만, 때로는 한두 선수의 힘으로 경기의 승패를 바꿔놓는 경우도 많다.

LG는 바로 그런 '해결사' 능력을 과시하는 선수가 없어 큰 골칫거리다. 그러한 모습은 5월 14일에 벌어진 우리 히어로즈와의 '2008 삼성 PAVV 프로야구' 잠실경기에서 여실히 나타났다. '신인왕 후보'인 막내 정찬헌이 첫 선발등판하여 6이닝 동안 6개의 삼진을 곁들여 1실점으로 틀어막았지만 4번의 득점찬스를 무위로 끝낸 타선 때문에 잘 던지고도 패전투수가 되었다.

2회말 LG의 공격. 8번 타자의 등장에 1루 쪽 LG 팬들은 평소보다 큰 함성을 보낸다. 상위타선도 아니었고, 황금찬스 상황도 아니었다. 하지만, LG 관중은 열광했다. 바로 이병규의 등장. 순간 경기장을 찾아온 관중은 예전의 향수를 느끼게 되었다. '우리에게는 한국 최고의 호타준족이 있었는데…….' '이병규만 있었더라도…….' 비록 관중은 겉으로 표현은 하지 않았지만 여러 가지 만감들이 교차하는 듯한 아쉬운 표정들을 지었다.

총 1164경기에 출전하여 통산타율 3할1푼2리 123홈런 134도루를 기록하며 '호타준족의 대명사'로 불리면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이병규. 1997년 프로에 데뷔하자마자 3할 타율을 올리며 '센세이션'을 일으키면서 신인왕을 수상했고, 1999년엔 30홈런 31도루로 30-30클럽을 이루어냈으며, 2005년에는 타격왕을 차지하기도 했다. 4차례의 안타 왕과 6차례의 골든글러브 수상까지 일궈내며 LG에 있어서 이병규의 존재는 뉴욕 양키즈의 캡틴인 데릭 지터와도 같았다.

하지만, 그는 현재 LG에 없다. 14일 8번 타자로 타석에 들어선 선수는 경북고-한양대를 졸업하고 2006년에 신고선수로 입단한 이병규다. 통산기록이 12타수 3안타를 기록하고 있는 경험이 일천한 선수다. 5월 10일엔 부상 여파가 있는 최동수 대신 대타로 나와 1타점 적시타를 때렸고, 11일에도 대타로 타석에 들어서서 안타를 기록했다. 최근 안 좋은 LG의 팀 분위기의 개혁과 혁신을 위해 대대적인 물갈이를 선언한 김재박 감독의 뜻에 따라올 시즌 첫 선발출전을 하게 되었다.

그가 14일에 기록한 성적은 3타석 2타수 무안타 1볼넷. 공교롭게도 같은 날 '주니치의 이병규'는 공수에서 맹활약을 펼치며 팀의 3연패를 끊었다. 지난해 두산에서 활약하며 다승왕을 차지했던 야쿠르트의 다니엘 리오스를 상대로 시즌 6호 홈런을 때리기도 했으며, 3-1로 앞서던 7회 2사 3루 상황에서 대타 미야데 류지의 타구를 멋진 다이빙캐치로 걷어내며 실점을 막아내기도 했다. 그리고 15일에도 타점을 기록하며 3경기 연속 타점을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14일 우리와의 경기에서 1번의 무사 2루 찬스, 2번의 1사 2루찬스, 1번의 1사 3루찬스에서 단 1점도 얻지 못했던 LG. 그러한 여건에서 LG의 이병규를 보며 주니치의 이병규를 오버랩하는 LG의 팬들. 하지만, 주니치의 이병규는 현재 LG에 없다. 그저 10년간 LG에서 맹활약하며 최고의 사랑을 받았던 한때의 선수일 뿐이다. 주니치의 이병규가 아닌 다른 대안을 찾아야만 한다.

이제 퇴출당한 제이미 브라운을 대신하여 로베르토 페타자니가 팀의 중심타선에 활력을 불어넣어 줄 것이며,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최동수도 곧 컴백한다. 엄지손가락 부상으로 고생하고 있는 박용택도 곧 제 컨디션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페타자니-최동수-박용택이면 다른 구단의 클린업에 비해 뛰어나진 않더라도 그리 부족하지도 않다.
 
최하위를 달리고 있는 '위기의 LG'에 가장 필요한 것은 간간이 오는 찬스에서 '클린업'이라는 단어처럼, 루상의 주자를 깨끗하게 청소시켜 줄 수 있는 LG 타선의 응집력이다. 다행히 15일 경기에서 전날 경기를 설욕하며 연패를 끊었지만, 14일 경기에서처럼 득점권 찬스에서의 무기력한 모습이 지속된다면, 탈꼴찌의 가능성은 쉽지 않아 보인다.

[사진=왼쪽부터 LG 트윈스 이병규, 주니치 드래건즈 이병규 (C) LG 트윈스 제공]




박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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