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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 인사이드] 김연아와 함께 주목해야 할 선수들

기사입력 2008.05.16 09:49 / 기사수정 2008.05.16 09:49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스포츠와 예술이란 두 장르를 가로지르는 미묘한 선 사이에서 균형을 맞춰가며 스포츠로 발전한 대표적인 종목이 바로 피겨스케이팅입니다.

최근 화려한 점프기술의 경연장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지만 빙판 위에서 여러 가지 예술적인 움직임을 표현하는 피겨는 단순히 점수로 순위를 가리는 스포츠이기 전에 예술과 오락의 경연장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번 달 17일과 18일에 걸쳐 목동아이스링크에서 벌어지는 '페스타 온 아이스'는 엄연히 말해 '피겨 대회'가 아닌 '아이스 쇼'입니다. 세계 각지에 있는 뛰어난 선수들이 한데 모여 점수로 경쟁을 펼치는 것이 아닌 피겨가 지니고 있는 예술성과 오락성을 보여주고자 하는 데에 많은 취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이 배출한 최고의 선수인 김연아(ISU 여자싱글 랭킹 2위)가 참가하는 것이 가장 화자가 되고 있지만 김연아 외에 눈여겨볼 만한 선수 몇 명을 꼽아보려고 합니다.

아라카와 시즈카(여자 싱글) - 일본

이번 대회에 초청받은 외국 선수들 가운데 가장 많은 시선을 받고 있는 선수는 바로 아라카와 시즈카입니다. 2006 토리노 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 유명한 그녀는 현재 프로선수로 활동하며 피겨해설가로도 명성을 쌓고 있습니다.
 
특히, 현 세계랭킹 1위인 아사다 마오를 비롯해 일본의 선수들이 김연아와 경쟁관계인 것을 감안한다면 일본 내에서 김연아를 객관적으로 뛰어나게 치켜세워주는 피겨 전문가들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러나 같은 피겨선수로서 김연아의 뛰어남을 누구보다 강조했던 일본 피겨인이 바로 아라카와 시즈카였습니다. 일본 내에서는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간의 여러 가지 분석과 비교가 나타나고 있지만 흔히 아사다 마오가 기술에서 월등히 앞서고 예술적인 표현력에서 김연아가 어필한다고 하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김연아의 평가에 있어서 반드시 필요한 점프의 정확성과 다양성, 그리고 스핀과 스파이럴의 유연함과 트리플-트리플 점프 조합의 우수성 등을 가장 정확하게 짚어내어 준 이가 바로 아라카와 시즈카였습니다. 물론 일본 자국 내의 선수들에게 편중되는 관심과 칭찬은 당연한 것이겠지만 그 가운데서도 아라카와는 김연아에 대해 극찬을 아끼지 않은 일본 피겨인입니다.

초등학교에 들어가자마자 피겨를 시작한 그녀는 3학년 때, 3회전 점프를 성공시켜 주변인들을 놀라게 하였던 유명한 일화도 가지고 있습니다. 아직까지도 어느 선수들보다 가장 아름답다고 평가받는 아나바우어(허리를 뒤로 젖히고 활주하는 기술)가 트레이드마크였던 아라카와는 동계올림픽이 끝난 뒤 은퇴를 선언하고 프로로 전향하여 여러 가지 아이스쇼와 자선행사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다카하시 다이스케(남자 싱글) - 일본

현 ISU 남자 싱글 세계랭킹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선수로 지난 2월에 한국 목동에서 벌어진 4대륙 대회에 참가해서 쿼드(4회전) 점프를 두 번이나 성공시키며 1위를 차지해 한국 팬들에게 익숙한 선수입니다.

쇼트프로그램에서 항상 검은 유니폼을 입고 나와 백조의 호수 힙합 버전의 배경음악속에서 연기해 '블랙 힙합 스완'이라고도 불리는 다카하시는 현란한 스텝과 화려한 기술을 자랑하고 있는 선수입니다. 지난 시즌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2위에 오르면서 올 세계선수권 우승후보로도 점쳐졌지만 프리스케이팅에서 트리플악셀에서의 실수와 쿼드 점프의 불발로 인해 메달 권에서 벗어나 4위를 기록했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가장 힘이 넘치고 경쾌한 연기를 펼치는 선수로 유명하며 여자 경기에서 볼 수 없는 고난이도의 점프 기술이 보고 싶다면 다카하시만한 선수도 드물 것입니다.

조니 위어(남자 싱글) - 미국

남자 싱글에 참가하는 선수들 중 김연아와 페어경기를 펼친다고 해서 가장 많은 관심을 얻고 있는 선수입니다. 그러나 김연아와는 별개로 현역 남자 피겨선수들 가운데 이번 세계선수권 우승자인 캐나다의 제프리 버틀과 함께 가장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선수입니다.

여성 팬들에게 크게 어필할 만한 꽃미남인 것도 그렇지만 그러한 외모에 걸맞게 너무나 부드럽고 아름다운 연기로 강한 동작과 스텝이 특징인 다카하시 다이스케와는 대조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그랑프리 러시아 대회에서 1위를 차지하며 급부상한 조니 위어는 공교롭게도 김연아와 함께 나란히 참가한 그랑프리 대회인 러시아와 중국 대회에서 1위를 차지했습니다. 스핀과 스파이럴이 여자선수 못지않게 유연하고 유아한 것이 특징인 조니 위어는 트리플-트리플 콤비네이션과 트리플 악셀을 장기로 지니고 있었지만 최근 적지 않은 남자선수들이 쿼드 점프를 구사하는 것을 의식했는지 그도 최근에 들어서 쿼드 점프를 구사하고 있습니다.

이번 세계선수권에서는 동메달을 획득했고 작년 그랑프리 파이널에서는 4위를 기록했습니다.

알리오나 사브첸코 & 로빈 졸코비(페어) - 독일

현역 페어 세계챔피언이고 2007 그랑프리 파이널 우승자이자 올 세계선수권 금메달리스트입니다. 두 스케이터간의 호흡이 무엇보다 중요한 페어에서 이 두 선수가 보여주는 리프트(남자선수가 여자선수를 들고 펼치는 연기)는 최고의 수준을 가지고 있으며 리프트에서 내려오면서 펼치는 사브첸코의 점프가 이들을 세계 1위로 이끌었습니다.

김연아도 가장 좋아하는 페어 팀으로 이들을 손꼽고 있는데 여자 싱글 경기에 익숙해져 있던 한국의 피겨 팬들에게 그와는 또 다른 듀오들의 연기에 참맛을 느껴보고 싶다면 이 팀의 연기를 강력하게 추천해 주고 싶습니다.

윤예지(특별 선수) - 한국

김연아라는 세계 최고의 선수를 배출했지만 한국은 아직도 피겨의 변방국이자 선수들에 대한 지원은 열악하기 짝이 없습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과연 김연아와 함께 국제적으로 경쟁력을 갖춘 선수가 등장할 것이냐는 의문이 일었지만 그 어려운 문제에 해답을 내린 유망주가 바로 윤예지입니다.

윤예지가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작년 만 13세의 나이에 최연소 국가대표로 뽑히면서부터입니다.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피겨를 시작한 윤예지는 5학년이 되던 해부터 출전하는 국내대회를 휩쓸기 시작했으며 급기야 처음으로 출전한 국제대회인 2008 트리글라프 트로피 대회 노비스부분(13세 이하)에서 금메달을 획득했습니다. 한국에서는 김연아가 노비스 대회에서 우승한 이후 두 번째로 이룩한 쾌거였습니다.

아직 14살에 불과한 어린 선수인 윤예지의 장점은 스핀의 회전력과 유연성입니다. 비록 김연아가 10대 초반의 나이에 살코, 룹, 토룹, 플립, 러츠 등의 점프 기술들을 모두 트리플로 뛰었던 것에 비하면 윤예지는 아직 살코와 토룹만을 트리플로 뛰고 있으며 현재 나머지 점프도 트리플로 뛰기 위해 노력 중에 있습니다. 그러나 스핀만 놓고 본다면 어린 시절의 김연아보다 윤예지가 낫다는 것이 주변인들의 평가입니다.

자신의 특기인 스핀을 더욱 살리고 룹과 플립, 러츠 점프를 트리플로 완성시키는 것이 지금의 윤예지가 가지고 있는 목표입니다. 여기에 상체에서 이루어지는 표현력을 더욱 늘린다면 윤예지가 월드 노비스 대회에 이어서 월드 주니어 대회에서도 우승할 가능성은 한층 커집니다.

김연아를 봄으로서 여자 피겨의 정점을 확인하고 은퇴한 아라카와 시즈카의 연기를 보면서 향수에 젖을 수 있습니다. 또한, 다카하시와 조니 위어를 보면서 현 남자 싱글의 시류를 확인할 수 있으며 사브첸코와 졸코비를 보면서 최고의 페어연기도 만끽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윤예지를 만나는 순간, 한국피겨의 미래도 점쳐볼 수 있습니다. 이번 아이스쇼를 발판 삼아 한국에서의 피겨는 단지 김연아라는 선수에 국한된 것이 아닌 더 넓은 인지도를 얻기 위해 한 걸음 더 도약해야 할 것입니다.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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