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9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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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켓 다이어리] 떠나는 길, 마지막 배웅을 해 주자

기사입력 2008.05.08 11:05 / 기사수정 2008.05.08 11:05

김혜미 기자

[엑스포츠뉴스=김혜미 기자] 작년 시즌이 시작하기 전, 안양 KT&G의 연습경기를 찾았습니다. 일반 관중도 보러 올 수 있어서 몇몇 학생들도 눈에 띄었고 시즌 시작하기 전 선수들은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하며 찾은 안양실내체육관.

선수들 무리 속에서 가드인 주희정 선수와 비슷한 키와 비슷한 체격의 한 선수가 선수들 사이에서 재미있게 수다를 떨고 있었습니다. 최근에 못 본 얼굴이었던 터라 누굴까 했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박성운 선수였더랍니다.

아는 사람은 알다시피 KT&G엔 가드진이 꽤 많은 편입니다. 07-08시즌이 시작했을 때 선발은 거의 주희정 선수였고 다른 가드 선수들을 적절할 때에 기용하곤 했지요. 박성운 선수 또한 시즌 중후반부터 경기에 자주 투입되어 모습을 보였습니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뛰는 특출난 선수들처럼 그런 모습들도 아니었고, 지극히 평범하게 팀에 알짜배기 도움을 주곤 했던 한 사람의 포인트가드였습니다.

하지만, 어디 평범한 선수가 눈도장 받는다는 것이 이 세계에서 쉬운 일일까요. 정말 잘하거나 관심을 받는 몇몇 선수들 빼고는 모든 선수들은 그저 하루하루 연습을 하고 경기에 투입되면 열심히 내달리는, 그런 하루하루를 반복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모두 다 같은 꿈을 꾸지만, 그 모든 것이 똑같이 흘러가지는 않으니까요. 박성운 선수에 대해서 아는 거라고는 그저 작년까지 KT&G 선수였다는 것. 이것이 다였습니다. 지금 이 선수는 서울 SK로 이적했습니다.

처음에 소식을 들었던 건 한 포털사이트에 뜬 기사에서였습니다. 솔직히 그 소식을 들었을 때는 반신반의했다가, 그제야 실감이 나더군요. 아 정말 한 시즌이 끝났구나, 라고요. 시즌이 끝난 지 그렇게 오랜 시간이 흐른 것도 아닌데, 이제 본격적으로 선수들이 트레이드가 되고, 이적을 시작하는 때가 온 겁니다. 지독히도 길 것 같았던 시즌이 끝나고 말이죠.

솔직히 박성운 선수가 팀을 떠날 거라곤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조금 충격이었습니다. 그것이 구단의 선택인지, 본인의 선택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어떤 쪽이든 서운한 건 마찬가지니까요. 작년까지 열심히 뛰고 있던 선수가 순식간에 다음 시즌에서 다른 팀의 유니폼을 입고 친정 팀을 향해 적으로 맞서게 되는 상황이, 전혀 반가울 리도 없고요.

떠나는 건 어쩌면 이렇게 쉬운 건지도 모릅니다. 팬들은 선수에게 애정을 갖고 지켜보며 지지하고, 선수 또한 그 팀과 관중을 등 뒤에 업고 한 시즌 시즌에 최선을 다합니다. 그래서 더 아쉬운 건지도 모릅니다. 그 연결고리가 선수의 이적이라는 것에 의해 단숨에 이렇게 끊어진다는 것이. 선수가 팀을 들어오고 떠나는 것이 지극히 일상적인 일이 된 KBL 안에서 이런 말은 감성적인 말 따위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단순한 투정으로 넘겨버리기엔 남아있는 아쉬움이 더 큽니다.

이 선수가 팀에 어떤 기여를 했고, 얼마나 잘하고, 큰 도움을 주었는지도 중요합니다.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더 큰 것은 시즌 동안 동료와 같이 뛰고, 웃기도 하고 슬프기도 했던 그날들의 시간입니다. 성운 선수가 KT&G에서 짧은 시간 동안 있었던 것도 아니기에 더 크게 다가오는지도 모릅니다. 특출나게 눈에 띄는 선수도 아니었고 괴물이라는 소릴 들을 정도로 미친 듯이 잘하는 선수도 아닌, 그저 없으면 안 될 한 팀의 한 선수일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렇기에 이번 이적 소식이 더 아쉽고, 더 안타깝습니다.

모든 상황이 선수에게 유리하게 돌아가는 건 아닙니다. 타의에 의해 다른 팀으로 갈 수도 있고, 그 어떤 상황이든지 반드시 존재합니다. 이렇게 비시즌에 들려오는 이적 소식이, 다음 시즌을 기다리는 팬들에게는 기대가 될 수도 있고 실망이 될 수도 있습니다. 어떤 팀으로 가든 그 선수는 그 팀에 충성을 다해야 하고, 애정을 담아야 합니다. 그 전 팀에서 그랬던 것처럼요. 그 모습을 전 소속팀의 팬들에겐 더없이 슬프고, 반대로 현재 팀의 팬들에게는 더없이 반가운 일이겠지요.



어떤 연유로든 이제 박성운 선수는 KT&G의 선수는 아닌 겁니다. 항상 경기장에서 외쳤던 그의 이름을, 이제는 외칠 수 없게 됩니다. 항상 보았던 익숙한 유니폼이 아닌, 다른 색의 유니폼을 입고 KT&G와 적으로 맞서게 됩니다. 작년 시즌까지만 해도 한 식구였던 선수들과요. 물론 경기 밖에서는 모두 다 같은 선수들이고 동료겠지만 적어도 제일 중요한 경기 내에서만큼은 그러겠지요.

소리소문없이 이렇게 또 한 선수가 떠났습니다.

또 새로운 선수들이 들어오고, 나갈 것입니다. 이제 또 천천히 그것에 적응을 해나가야겠지만 그 이전에 그동안 우리에게 최선을 다해주었던 박성운 선수에게 제대로 된 배웅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언제 떠났는지도 모를 만큼 조용히 다른 곳으로 가버린 이 선수에게, 마지막으로 떠나는 길을 같이 해주지도 못해준 것이 지금 제일 아쉽습니다. 08-09시즌에서 다시 만나기 전에 우리가 해줄 수 있는 배웅은 그 팀에서도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잘할 거라는 믿음과, 그 앞길이 평탄하라고 빌어주는 마음밖에 없습니다. 물론 가끔 그리워하는 마음도 괜찮습니다. 가끔 생각나면 아쉽고, 그리운 그 마음들이, 지금 시각 동안 보이는 곳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아껴주었던 그 마음들이면 됩니다.

그 마음들이 박성운 선수가 떠났던 그 길에서, 성운 선수를 지지했던 KT&G팬들이 할 수 있는 마지막 위로가 되기를 바랍니다.



김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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