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무엇을 이야기하려는지 갈피를 잃었다.
MBC 수목드라마 ‘미씽나인’이 9일 종영했다. 최태호(최태준 분)는 결국 체포돼 재판을 받았다. 최태호를 비롯해 서준오(정경호)와 라봉희(백진희) 등 전용기 추락 사고 생존자들은 이후 벽화를 그리며 해피엔딩을 그렸다.
비행기 추락사고로 무인도에 조난된 9명의 생존기를 그린 '미씽나인'은 초반 고퀄리티 재난 드라마의 향기를 풍기며 기대를 높였다. 극한의 상황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본성과 사회각층의 이해관계를 비추며 신선함을 줬다. 무능한 현 정부를 연상하게 하는 사회풍자 성격도 짙어 보였다.
하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개연성이 실종됐다. 최태호는 극악무도한 '불사신' 악역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혼자 살려는 이기심 때문에 무인도에서 동고동락한 이들을 살해했다. 생존한 뒤에도 태호항(태항호), 정기준(오정세), 하지아(이선빈)를 협박해 서준오를 살인자로 몰아갔다. 심지어 마지막회까지 그의 연쇄살인 행위는 계속될 뻔했다.
초반 던져놓은 떡밥들은 무용지물이었다. 살인한 이가 최태호라는 것을 너무 빨리 알리면서 김이 샜다. 막상 '현재'에서는 하나둘씩 나타나는 생존자들이 사고를 당하거나 거짓증언을 하는 등 도돌이표 전개를 보여줬다.
시원한 전개로 회심의 일격을 가해도 모자랄 판이었다. 하지만 사이다 한 모금조차 용납하지 않았다. 종영을 1회 남겨둔 시점에서 최태호가 풀려나는 등 끝까지 고구마 전개를 이어나갔다.
끝까지 뻔뻔한 태도를 일관하던 최태호는 마지막회가 돼서야 반성의 눈물을 흘렸다. 이 한 장면을 위해 16회까지 달려왔을까. 마지막 장면에서 "어이가 없네", "망했네"라며 우스갯소리를 하는 레전드 식구들의 마음만큼 시청자도 허탈했다.
이럴 거였으면 2008년 방영한 시트콤 '크크섬의 비밀'을 다시 보는 게 나았을지 싶다. 크크섬의 비밀' 역시 무인도를 소재로 한 작품이다. 일일쇼핑 구매부 직원 10명이 조난을 당해 무인도에 표류하면서 벌어지는 생존기를 신선하게 그렸다. 당시 시청률은 아쉬웠지만 시트콤 특유의 코믹함에 스릴러를 더한 실험성을 보여주며 호평받았다.
"무인도에 있었을 때가 행복했다"는 서준오의 대사가 와 닿는다. 차라리 무인도에서의 다채로운 생존기를 비중 있게 그리는 방향으로 나아갔다면 재미라도 건졌을 것 같다.
khj3330@xportsnews.com / 사진 = MBC 방송화면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