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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시즌 동안 김연아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들

기사입력 2008.04.30 11:24 / 기사수정 2008.04.30 11:24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스포츠 종목의 슈퍼스타들은 오히려 유명 연예인들을 넘어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둔갑할 경우가 많습니다. 지금 한국 스포츠계에서 이러한 자리에 오른 최고의 스포츠 스타는 단연 김연아(18, 군포수리고)입니다. 

국민적인 인기를 등에 업은 김연아는 가전제품 냉장고와 우유 CF 촬영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또한, 김연아를 광고 모델로 내세운 회사는 국내 은행을 비롯해 교복 회사, 그리고 스포츠 전문 브랜드에 이르기까지 꽤 굵직한 기업들은 김연아를 본사의 이미지 모델로 내세웠습니다.

김연아가 광고시장에서 이처럼 주목받는 점은 일단은 고무적인 현상입니다. 그랑프리 파이널 대회에서 2연패를 한 김연아는 이미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고의 피겨선수입니다. 비록 세계선수권에서 부상의 여파로 인해 3위에 마무르긴 했지만 피겨를 제대로 볼 줄 아는 전문가들과 팬들, 그리고 세계 각국의 피겨선수들 중 상당수는 세계랭킹 1위인 아사다 마오보다 2위인 김연아를 한 수 위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교과서적이고 세계 어느 선수들보다 정확하고 높은 점프를 구사하는데다가 연기력과 표현력은 거의 타의 추종을 불허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독보적인 피겨실력에 항상 근면 성실한 김연아는 어린 나이가 믿어지지 않을 만큼 성숙하고 당찬 모습까지 갖추고 있어 만인의 호감을 사고 있습니다.

모든 대중들을 아우르는 매력을 가진 김연아는 각종 광고 이미지에 가장 적합한 인물입니다. 그러나 김연아가 광고 출연을 포함한 돈이 되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피겨라는 종목이 돈이 많이 드는 스포츠이며 스피드 스케이팅과 쇼트트랙 등을 모두 주관하고 있는 대한 빙상연맹은 김연아를 비롯한 많은 피겨 유망주들을 지원해줄 재정적인 능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최근 연이은 CF 촬영으로 김연아가 돈방석에 앉았다고는 하지만 그동안 피겨를 하면서 자체적으로 본인의 경기를 위해 이만한 투자를 한 선수도 드뭅니다. 김연아란 스타가 배출되긴 했지만 아직까지도 한국에서의 피겨 스케이팅은 스폰서가 쉽게 생기지 않을 정도로 변방에 있는 종목입니다.

전문 피겨 스케이팅 잡지의 높은 인지도를 비롯해 유망주들을 발굴하는 체계적인 밑바탕이 확립되어 있는 일본은 그만큼 피겨라는 종목이 대중적으로 인기가 높아서 투자 역시 활발하게 일어날 수 있습니다.

아사다 마오를 비롯한 안도 미키와 남자 피겨 스케이팅 선수인 다카하시 다이스케 등은 이미 이들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스폰서가 있습니다. 이렇게 훈련과 대회 출전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스폰서가 있는 마당이니 이들은 다른 것에 신경 쓰지 않고 오직 피겨에만 전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김연아의 경우는 돈이 되는 일을 병행할 수밖에 없습니다. 실질적으로 김연아가 유명세를 타고 수익을 올린 것은 확실하지만 그렇다고 어린 나이에 고수익을 올렸다는 눈총을 받을 정도로 피겨가 아닌 다른 분야에 매진한 것은 아닙니다.

CF 출연 및 기타 방송 활동과 캠페인 활동을 통해서 김연아가 수익을 올리지 않았더라면 지금과 같은 훈련 여건을 완성하기도 힘들었을 것입니다. 이렇게 김연아의 이미지가 각종 광고를 통해 알려지면 긍정적인 면도 작용하지만 부작용도 일어나는 것도 사실입니다.

바로 김연아의 이미지를 활용한 상업화 문제입니다. 이미 예전부터 스포츠 선수가 크게 세인들의 주목을 받으면서 본인과의 의도와 상관없이 연예인화 되다가 선수 생명이 단축되는 경우는 적지 않았습니다.

대중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고 잘 알려진 선수들에 대한 태도는 그 선수들을 포장해 내놓는 기관이 큰 책임을 가지고 있습니다. 김연아는 현재 IB 스포츠에 소속되어 있고 이번 달 17일에 열리는 아이스쇼의 주최와 주관도 이곳에서 담당하고 있습니다.

김연아를 비롯해 2006 토리노 동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아라카와 시즈카 등의 유명 선수들을 초빙해 높은 수준의 피겨를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많은 이들의 관심을 얻고자 하는 것은 여러모로 긍정적입니다.      
 
그러나 이런 단발성 이벤트도 필요하지만 이것보다 한국 피겨 계에 성장을 촉진하는 것은 많은 이들의 관심을 얻어낼 수 있는 국내 시니어 대회의 활성화입니다. 김연아도 중요하지만 국내에서 경쟁자 없이 단독으로 성장하는 것은 김연아에게도 좋지 못합니다. 그리고 한국 피겨는 김연아만이 아닌 다른 선수들과 유망주들에도 성장의 기회가 자주 주어져야 합니다.

이번에 벌어질 아이스쇼는 대중들의 관심을 자아내며 피겨에 대한 관심을 크게 촉진시킬 수 있습니다. 그리고 상업적인 성과도 어느 정도 동시에 따라올 것입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상업성을 떠나서 김연아를 비롯한 한국의 피겨선수들이 자라날 수 있는 그런 국내 대회의 촉진이 무엇보다 시급합니다.

이벤트 행사에 비해 정작 중요한 이런 대회는 금전적으로 그리 재미를 볼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제 진정으로 2010년 밴쿠버 올림픽을 대비해 나가는 김연아와 다른 한국의 피겨선수들을 생각한다면 한국 피겨계의 뼈대를 이룰 수 있는 근본적인 체제가 필요합니다.

현재 오프시즌 동안 김연아는 모처럼 학생 신분으로 돌아가서 자신의 나이대에서 공유할 것을 맘껏 누리고 있습니다. 이렇게 본연의 모습을 향유하며 훈련에만 정진한다면 그 선수에겐 불행이 쉽게 따라오지 않습니다.

그러나 훈련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지속적으로 다른 일도 병행해야 하며 상업적인 의도로 점차 그 선수의 활동이 퇴색되어 간다면 아무리 재능이 뛰어난 선수라도 그 선수의 미래는 결코 밝지 않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의 피겨가 좀 더 많은 대중의 관심을 얻어 선수들이 몰려들고 이러한 선수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진정으로 한국에서도 피겨란 종목이 경쟁력을 갖추게 되었을 때, 김연아와 피겨 유망주들은 좀 더 나은 환경 속에서 훈련에 매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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