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외모만큼이나 성격도 시원시원하다. 솔직한 입담 덕분에 배우 황보라의 주위에는 금세 밝은 기운이 맴돈다.
황보라는 MBC 주말드라마 '불어라 미풍아'에서 청자(이휘향 분)의 딸이자 미풍(임지연)의 얄미운 동서 희라 역을 맡아 열연했다. 부모의 심한 반대를 무릅쓰고 사랑하는 남자 장수(장세현)와 결혼할 만큼 당찬 캐릭터다.
황보라는 “실제라면 부모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하지는 못할 것 같다. 엄마에게 죽을 것”이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작가님이 청승맞기보단 코믹하게 연기하면 좋겠다고 하시더라고요. 잘 표현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미풍이를 미워하는 연기를 밉지 않게 하려고 했어요. 마지막에 미풍이와 처지가 바뀌어서 사과 깎는 장면이 코믹하게 그려진 것 같아요.” (웃음)
'불어라 미풍아' 마지막회는 26.3%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권선징악의 전개가 절정에 달한 뒤부터 20%대를 유지하며 인기를 끌었다. 빠듯한 스케줄로 힘든 상황에서도 화기애애한 분위기의 연속이었단다.
“촬영 현장이 너무 재밌었어요. 감독님이 지금까지 했던 작품 중에서 단언컨대 이렇게 좋은 배우들이 많은 건 처음이라고 했어요. 모든 배우들이 착하고 모난 사람이 없어요. 다들 좋은 사람이어서 더 잘할 수 있었죠. 시청률이 잘 나와서 후반에는 분위기가 더 좋았어요. 50부작인데 6개월에 동안 매번 대본리딩을 했는데, 시청률이 높으면 감독님도 한턱 쏘셨죠. 늘 풍족한 작품이었어요. 하하”
53부작의 장편 드라마를 완성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6개월간 쉴 새 없이 촬영하다 보면 지칠 때도 있다. 황보라 역시 복합적인 감정을 느낀다고 털어놓았다.
“당연히 혼신의 힘으로 연기해야 하지만 매너리즘에 빠진다는 느낌이 있었어요. 연기를 직업적으로 하는 느낌이랄까. 대본만 외워서 술술 말하는 제 모습이 순수성이 결여된 것 같았어요. 30회가 지나면서 그런 느낌을 많이 받았죠. 리프레시 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저도 모르게 그렇게 되더라고요. 장단점이 있어요. 어떻게 보면 언제 또 작품에 들어갈지 모르고 생계가 끝날지 모르는데, 6개월간 안정적인 직장에 다니는 느낌도 있긴 해요. 하지만 연기적으로는 매너리즘에 빠지곤 하죠. 종영하니까 우울해지고 아쉽네요”
긍정적인 성격의 소유자지만, 때로는 슬럼프를 겪기도 하고 배우로서 고민도 있다. 2003년 SBS 10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해 15년 차를 맞은 그는 여전히 연기에 대한 고민이 많다. 그래도 그 모든 것이 감사하단다.
“어릴 때는 너무 어려 보여서 로맨스를 할 수 있는 캐릭터가 잘 안 들어왔어요. 27살, 28살인데도 애들 역할만 들어왔죠. 이후 나이가 들었을 때는 ‘나이가 벌써 이렇게 됐어? 알고 보니 나이가 많네’라는 반응이더라고요. 그런 것에 고충이 좀 있죠.
얼마 전에는 바보 같은 기도를 했어요. ‘이 오디션에 합격하게 해주세요. 인생을 바꿔놓을 수 있는 거예요’라고요. 그러다 신과 딜을 하려는 모습이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더 깊어지고, 여유 있어지라고 실패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배우는 톱이 아닌 이상 평생 죽을 때까지 오디션을 봐야 해요. 저만 고민하는 게 아니라 매니저님, 대표님 다 예민해질 수밖에 없으니 더 잘 돼야겠다는 책임감이 있어요. 그만큼 영향력 있는 사람이라는 게 감사하기도 하고요.”
데뷔한지 벌써 1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가야할 길이 멀다고 털어놓았다. 배우로서 가장 중요한 건 '좋은 사람'이 되는 거라고 했다.
“아직 갈 길이 멀어요. 연기를 잘하자 이런 것 보다는 좋은 사람이 되자가 제 목표에요. 20대에는 테크닉적으로 생각했다면 30대에는 좋은 사람이 되지 않고 어떻게 큰 배우가 되겠냐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인문학 책도 많이 읽고 있고요. 인격적으로 좋은 사람이 되는 게 배우로서의 첫 걸음이에요. 착한 사람이 연기도 잘한다고 생각해요.” (인터뷰②에서 계속)
khj3330@xportsnews.com / 사진 = 박지영 기자
[XP인터뷰②] 황보라 "'불어라 미풍아'로 좋은 배우들을 얻었어요"
[XP인터뷰③] 황보라 "오달수 선배님과 왕뚜껑 CF 또 찍고 싶어"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