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황성운 기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중요한 일전에서 미끄러졌다. '빅4' 진입을 위해 승리가 절실했던 맨유는 리그 14경기 무패 기록을 이었지만, 결코 웃을 수 없었다. 반면, 강등권 탈출을 위해 승점이 필요했던 헐 시티는 귀중한 승점 1점을 챙겼다.
맨유는 2일 오전 5시(한국시간) 영국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 2016/2017 프리미어리그 23라운드 헐 시티와의 맞대결에서 0-0 무승부를 기록했다.
'패배 같은 무승부'로 경기를 끝낸 맨유는 11승 9무 3패, 승점 42점으로 '빅4'와 격차를 줄이는 데 실패했다. 더욱이 전날 상위권 팀들이 승점 3점 획득에 실패했던 터라 맨유로서는 승점차를 좁힐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으나,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더욱이 리그 최하위의 헐 시티를 상대로 했다는 점에서 더욱 뼈아프다.
반면 헐 시티는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다. 힘겨운 강등권 탈출 경쟁을 펼치고 있는 헐 시티 입장에서는 승점이 절실한 상황. 객관적으로 전력이 앞선 맨유를 만난 헐 시티는 승점 1점을 챙기면서 16점의 선덜랜드를 제치고, 19위로 순위를 한 계단 올렸다.
이날 홈팀 맨유는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를 전방에 두고, 헨리크 미키타리안, 폴 포그바, 마커스 래쉬포드가 2선에 섰다. 마이클 캐릭, 안데르 에레라가 허리를 지켰고, 마르코스 로호, 필 존스, 안토니오 발렌시아, 달레이 블린트가 4백을 구성했다. 다비드 데 헤아가 골문을 지켰다.
원정팀 헐 시티는 오우마르 니아세를 원톱으로, 톰 허들스톤, 괴벨 에반드로, 데이빗 메일러, 라자르 마르코비치, 조쉬 타이몬이 중원을 구성했다. 수비진은 마이클 도슨, 사무엘 클루카스, 해리 마기어, 앤드류 로버트슨이 나섰고, 골키퍼 장갑은 엘딘 야쿠포비치가 꼈다.
▲ 전반 - 맨유, 시종일관 두드렸으나…
맨유 팬들은 이날 헐 시티 경기보다 같은 시간대 펼쳐지는 '이웃' 맨시티의 경기에 더 집중했을 것 같다. 헐 시티전에서 승점 3점은 당연해 보였다. 맨시티 경기 결과에 따라 순위가 바뀔 수 있고, 더 높은 곳을 바라볼 수 있는 그 시작이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린 때 팬들의 희망은 무너졌다. 맨시티가 4-0 대승을 거두며 '빅4'와 승점차를 지운 반면, 맨유는 당연해 보였던 헐 시티전에서 0-0 무승부에 머물렀다.
맨유는 초반부터 공격적으로 나섰다. 발렌시아의 오버래핑이 활발했고, 미키타리안의 몸놀림도 활발했다. 서서히 점유율을 높여가며 경기를 주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헐 시티의 두터운 수비벽을 쉽게 뚫어내진 못했다. 섬세한 면이 부족했고, 중앙에서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수비 중심으로 나선 헐 시티를 효율적으로 공략하지 못하면서 맨유의 공격도 답답하게 전개됐다. 폴 포그바의 활동폭도 눈에 띄지 않았고, 즐라탄 역시 뭔가를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이 부족했다.
결정적 찬스도 있었다. 전반 41분, 중원의 캐릭이 전방의 즐라탄에게 넘겼고, 즐라탄은 감각적인 힐킥으로 폴 포그바에게 연결했다. 지체없이 강력한 슈팅을 날렸으나 야쿠포비치의 슈퍼세이브가 골문을 허락하지 않았다.
▲ 후반 - 야쿠포비치의 화려한 선방쇼에 막힌 맨유.
주제 무리뉴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허리 자원인 마이클 캐릭을 빼고, 웨인 루니를 투입하며 전술적 변화를 꾀했다. 미키타리안을 중앙에 배치하고, 포그바를 아래로 내렸다. 그리고 즐라탄과 함께 루니를 공격 옵션에 추가했다.
이 같은 변화에도 맨유의 공격력은 헐 시티의 견고한 수비벽을 뚫지 못했다. 전반보다는 더 결정적 찬스를 만들어냈으나 야쿠포비치의 선방쇼를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또 후반 9분, 다리에 통증을 느낀 필 존스를 크리스 스몰링으로 교체했다. 예상치 못한 교체 카드를 이른 시간에 사용한 것.
맨유는 후반 16분, 미키타리안을 대신해 후안 마타를 투입하며 다소 이른 시간에 다시 한 번 공격진에 변화를 꾀했다. 그리고 마타는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는 듯 했다. 후반 27분, 마타는 완벽한 찬스를 맞이했다. 그러나 더욱 빛났던 건 야쿠포비치의 슈퍼세이브. 마치 야쿠포비치를 빛내기 위한 장치처럼 느껴질 정도로 맨유에겐 탄식의 순간이었다.
헐 시티는 한 번의 역습으로 맨유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후반 40분, 마르코비치의 강력한 슈팅이 데 헤아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으로 향했다. 하지만 골문이 맨유를 살렸다.
주어진 추가시간 5분까지, 맨유는 계속 두드렸지만 기대했던 골은 나오지 않았다. 결국 승점 1점에 결코 만족할 수 없는, 패배 같은 무승부를 기록하며 경기장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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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운 기자 jabongd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