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박소현 기자])인터뷰①에 이어) 진경은 지난해 그 누구보다 분주하게 안방과 스크린을 오갔다. 상반기 '동네의 영웅', '함부로 애틋하게'를 선보인데 이어 하반기 '캐리어를 끄는 여자', '낭만닥터 김사부', '마스터' 등 안방과 스크린을 종횡무진 오갔다. 보여준 모습도 달랐다. 진경이 맡으면 평범한 역할도 허투루 볼 수 없게 된다. 그의 차진 발성과 발음을 들으며 눈을 뗴기가 쉽지 않아진다.
연거푸 작품을 하며 '소처럼' 일한 것에 대해 그는 "계속 들어와서"라는 지극히도 당연한 답변을 내놨다. 진경에게 연기는 일이자 취미, 소유욕을 자극하는 행위다. 진경은 "점심을 맛있게 먹고 디저트 먹고 싶은 것처럼 뭔가 꽂히면 좋은 게 있지 않냐"며 "가령 나는 옷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옷은 그냥 중요부위만 가리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예를 들었다. 그는 "관심이 없는 건 관심이 없다. 그러나 연기에는 관심이 있다. '너무 힘들어'라고 하면서도 이 역할을 다른 사람이 하는 걸 못본다(웃음). '이건 내야 해야겠다'하고 자꾸 움직이게 하는 작품들이 있어 그랬던 것 같다"고 밝혔다.
'낭만닥터 김사부'도 그랬다. 늘 그래왔듯이 허투루 연기하지 않고 안방을 사로잡았다. 마지막회 에필로그 당시 오영심 캐릭터의 일관성을 주기 위해 대본에 없음에도 벌떡 일어나 소리를 지르는 애드리브를 할 정도로 캐릭터에 대한 고민도 깊게 한다.
그는 "멋있는 여자였으면 해서 코믹하려 애쓰지 않았다. 사람들이 덜덜 떨며 엄청난 파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포도당 캔디를 먹어가면서 했었던 것 같다(웃음)"며 "에필로그의 고함신은 오명심의 각성을 생각나게 하려고 한 거였다. 젊었을 때부터 오명심은 잘못 건드리면 소리를 지르는 애라는 통일성을 주려 했었다"고 밝혔다.
언제나 완벽한 연기를 보여주는 진경이나 그 역시도 연기에 대한 고민을, 그 낭만에 대해 생각을 했었다. 그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지 모른다고 한다. 그걸 알고 사는게 곧 낭만"이라며 "그러한 가치관이나 철학을 갖고 사는 게 곧 낭만적인 삶이다. 어느 순간부터 일이 '일'이 되고, 일에 일이 고리를 물면서 순간순간 무엇을 위해 연기를 하고 있나. 방향성을 잃었던 것 같았다고 토로했다.
그런 그에게 '낭만닥터 김사부'는 하나의 이정표를 만들어줬다. 진경은 "지난 5개월 너무 힘들었는데 앞으로의 연기 방향이나 이런 것을 어떻게 가져가야할까 생각해볼 수 있었다"며 "'앞으로 어떤 작품을 만날까'라고 생각하는데 몇 초 확 설레더라. 배우라는게 이래서 좋은 직업이구나 했다. 새로운 역할을 새로운 친구 만나듯 하게 된다. 그걸 기다리는 설렘이 사람을 잠깐 행복하게 하는 구나했었다. 배우의 낭만은 그런게 아닐까 싶다"고 덧붙였다.
그래서 그런지 진경은 유독 여성팬층이 두텁다. '걸크러시'를 부른다는 의견도 많다. 진경은 이에 대해 "내 팬들이 어린 여성들이 많다. 남자팬보다 여자팬이 많은 것 같다. 남성팬들도 좋아해주면 안될까"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자신을 동경하는 여성들의 시선에 으쓱할 법 하지만 진경은 도리어 이에 선을 그었다. 그는 "사실 자연인 진경은 별볼일 없다. 캐릭터들이 멋있을 뿐"이라며 "나랑 서현진이랑도 그런 이야기 했다. 서현진도 화보 보면서 '내가 이렇게 예쁘면 벌써!' 하더라(웃음). 만들어진 이미지고 캐릭터를 좋아해주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진경은 "나는 그렇게 멋있는 사람이 아니다"라며 "캐릭터를 담아내는 하나의 그릇일뿐, 너무 많은 기대를 하지 말아달라"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에게서 뿜어나오는 '아우라'는 상당했다. 자신의 답변이 행여나 재미 없을까 우려하면서도 툭툭 던지는 말들은 충분히 웃음을 자아내게 했다. 우리는 이제 안다. 진경이 맡은 역할이라면 믿고 보아도 좋다는 것을.
sohyunpark@xportsnews.com /사진=스타빌리지 엔터테인먼트, 장소 협찬=호텔 아띠 '더머거'
[XP인터뷰①] 진경 "꼰대 없는 '낭만닥터', 낭만적이었죠"
박소현 기자 sohyunpark@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