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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성' 김연아, 중요한 것은 '무사귀환'

기사입력 2008.03.20 13:34 / 기사수정 2008.03.20 13:34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 = 조영준 기자] 한국시간으로 20일 새벽에 벌어졌던 ISU(국제빙상연맹) 세계 피겨스케이팅 선수권대회 여자부 쇼트프로그램에 참가한 김연아(18, 군포 수리고)가 부상의 짐을 끝내 털어버리지 못하고 5위에 머물렀습니다.

이번에 김연아가 기록한 점수는 기술요소 점수 32.71과 구성요소 점수 28.14점에 감점 1점을 받아 총 59.85점을 기록했습니다. 비록 김연아의 장기인 트러플 러츠 부분에서 엉덩방아를 찧는 실수를 저질렀다고는 하지만 기존의 김연아가 기록한 점수대를 생각한다면 상당히 낮은 점수였습니다.

이러한 점수를 확인한 김연아와 브라이언 오서 코치도 당혹스럽고 실망스러운 기색이 역력히 보였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적어도 이번 대회의 쇼트프로그램에 참가한 김연아는 진정으로 완성된 그녀가 아니었습니다. 빠르고 현란했던 그녀의 스피드는 부상의 여파로 상당히 떨어져 있었고 연기 중에도 통증을 참고 뛰어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파워와 집중력도 흐트러져 있었습니다.

스핀과 스텝, 그리고 스파이럴 시퀀스의 레벨이 낮았던 것도 의외의 결과였습니다. 또한, 같은 기술에 점수를 준 다른 대회의 심판들과 비교해 본다면 한편으로는 서운한 감정도 배제할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요소들도 전체적인 김연아의 연기 속에서 나오는 것들인데 이와 같은 자잘한 테크닉을 살려주는 기본적인 스피드와 파워는 현저히 부족했습니다.

당초, 이번 세계선수권에 참가하는 김연아를 지켜보면서 주변에서 바라보는 그녀에 대한 높은 기대치에 무리해서 부응하기보다는 앞으로 2010년 밴쿠버 올림픽과 그에 앞선 여러 가지 대회를 생각했을 때, 더 큰 부상을 당하지 말고 건강하게 돌아오는 게 무엇보다 시급하게 느껴졌습니다.

여자피겨스케이팅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에서 모두 세계신기록을 보유하고 있고 지난해 그랑프리 파이널에서도 우승했던 모습을 생각한다면 김연아의 부진에 속상할 팬들이 많을 것입니다. 그러나 지난 4대륙 대회에도 불참하고 이번 세계선수권도 신중하게 대회 참가 여부를 결정할 정도로 김연아는 지금 자신의 기량을 맘껏 나타내기가 힘든 상황입니다.

모든 스포츠에서는 부상이 선수에게 치명적으로 작용하지만 홀로 빙판에서 서서 여러 가지 기술과 예술적인 연기를 펼쳐야 하는 피겨스케이팅은 부상을 안고 그 어렵고 난이도 높은 점프 기술과 스핀, 스텝 등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습니다. 김연아가 그토록 자랑하던 트리플 러츠에서 흔들리고 넘어진 부분은 현재 김연아의 몸 상태가 어느 정도인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부상의 우려로 애초에 빙판에서 어느 정도의 안정된 기량을 보여주느냐가 관건이었는데 비록 트리플 러츠에서 실수가 있었다고는 하지만 시합 중에도 지속적으로 괴롭히는 통증을 안고 뛰는 선수로서 그 정도 기지를 발휘한 부분은 마땅히 인정해줘야 할 부분입니다.

현재 김연아의 부상이 어느 정도인가는 대회를 앞두고 여러 차례 밝혀졌습니다. 집중적인 훈련을 해야 할 시점에 부상으로 제대로 훈련다운 훈련도 못해봤으며 거기에 열악한 환경으로 인해 맘 편히 놓고 연습에 임할 수도 없었습니다.

연습 때에도 사라지지 않는 통증과 어려운 여건 속에도 불구하고 김연아는 늘 여유로운 모습과 웃음을 잃지 않았습니다. 바로 이것이 김연아다운 모습입니다. 정말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두둑한 배짱을 지녔으며 지금 눈앞에 있는 한순간에 조급하게 전전긍긍하지 않는 모습은 정말 대형 선수들에게서만 나타나는 점입니다.

아무리 뛰어난 선수들이라 할지라도 그들이 늘 잘하거나 최상의 모습만 지속적으로 보여주기는 힘듭니다. 또한, 지금 한 순간보다는 앞으로 벌어질 경기들과 내년에도 있을 세계선수권은 물론, 올림픽은 정말로 중요하며, 이 길을 걸어가는 기쁘고 힘들었던 모든 순간들은 모두 다 완성된 자신이 만들어질 과정이 되어간다는 것입니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김연아는 아사다 마오처럼 반드시 우승을 하겠다는 확실한 의사표현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절대 자신감의 결여에서 오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연습시에나 경기에 들어갔을 때나 김연아만큼 자신감으로 무장한 선수는 결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이번 쇼트프로그램에서 나타났듯 최상의 김연아와는 달리 다소 떨어져 있는 상태입니다. 그러나 현재 김연아의 부상 정도를 생각한다면 그리 이상할 일도 아닙니다. 그랑프리 파이널 대회를 2연패하고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 세계신기록 보유자인 김연아는 이렇게 밝은 길도 걸어왔지만 어느 선수들도 피할 수 없는 힘든 길을 현재 걸어가고 있습니다.

본인에겐 실망스런 결과가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특유의 씩씩함을 잃지 않은 김연아는 결코 자기 자신에게 지지 않은 승리자였습니다. 고관절 통증 때문에 점프의 성공률도 낮아졌으며 훈련 부족으로 체력도 갖춰지지 못한 상태에 스피드와 파워도 떨어져 있지만 이제 남은 프리스케이팅에서도 그녀답게 후회 없는 연기를 펼쳤으면 합니다.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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