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8.03.19 13:58 / 기사수정 2008.03.19 13:58
▲ 과거 격투기 단체인 PRIDE와 새롭게 출범한 격투기 단체 DREAM. 색의 대비가 인상적이다.
[엑스포츠뉴스=남기엽 기자] 전에 존재하였던, 지독히도 화려했던 것은 사라짐으로써 더욱 진한 향기를 발산해 보는 이를 아련하게 만든다.
선수가 갖고 있는 모든 것을 최대화시켜 극적으로 만든 선수소개 영상, 전율의 등장음악, 그리고 화려한 파란빛 조명 속에서 'No.1'을 뜻하는 거대한 손가락과 함께 등장하는 선수들, 케이 그랜트의 절규에 가까운 선수 호명,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이 한껏 분위기를 돋아놓은 절명의 현장 속에 선수들이 등장해 눈을 맞대는 날이면 모두가 열광을 넘어 광분했다.
질질 끌기도 끌었지만 그럼에도 효도르와 크로캅이 경기전 주먹을 맞댔을 때, 어지간한 격투 팬이면 '드디어 시작했구나!'하는 감동을 떨칠 수가 없었다.
이것이 바로 지금은 소멸한 종합격투기 단체 PRIDE가 기자에게 주었던 단상이다.
▲ 너무도 많은 이야기를 낳았던 그들의 주먹이 맞닿았을 때의 흥분은 격투팬이라면 그 누구도 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PRIDE는 모든 세상사가 그렇듯, 좋은 과실만을 가져다주진 않았다.
선수에게 준비시간조차 주어지지 않는 다급한 메치메이킹과 유명선수를 위한 편파성 '튠업 매치', 승자조차 어이없어 했던 석연찮은 판정은 분명 장점만큼이나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여기에 급기야 단체 대표와 야쿠자 연루설까지 터지면서 공중파를 잃었고 이후 언제까지나 세상을 호령할 것만 같았던 그들은 한순간에 몰락했다.
그 후 PRIDE와 UFC로 양분되던 MMA의 축은 UFC로 명백하게 옮겨졌고 일본 MMA 는 암흑기를 맞아야 했다. 여전히 판크라스, 딥, 히어로즈가 일본 내에서 고군분투했지만 종합격투기 메이저 단체라는 이름에는 걸맞지 않았다.
그러던 중 프라이드를 인수한 ZUFFA사 산하 프라이드 월드 와이드(PRIDE WORLD WIDE)가 과거 PRIDE를 이끌었던 구 DSE 직원들을 해고하였고 이들은 우여곡절 끝에 FEG와 협력, K-1 HERO'S와 DSE 직원들이 합쳐진 모양새인 격투기 이벤트 DREAM을 출범시켰다. 그리고 DREAM은 첫 대회부터 PRIDE의 맥을 잇는다고 시위라도 하듯 라이트급 그랑프리 매치업을 짰다. PRIDE가 소멸했던 2007년에 라이트급GP를 기획했던 것을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다.
그런 DREAM이 드디어 지난 15일 개최됐다.
아오키 신야와 JZ칼반이라는 두 정상급 라이트급 파이터의 매치업이 짜졌으며 연이은 패배에도 불구하고 최정상급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크로캅도 출전했다.
여전히 일본 격투기 단체 고질적인 병폐인 너무도 늦은 매치메이킹과 '심하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의 '튠업매치'는 사라지지 않았지만 그래도 기대를 하는 이유는 그 옛날 PRIDE라는 이들이 가져다주었던 말 그대로 '이벤트'로서의 매력 때문일 것이다.
스포츠로서의 색채가 강한 UFC도 물론 훌륭한 이벤트이지만 주말 아침에 일어나야 하는 고단함과 이벤트, 줄거리를 적절히 버무리기를 원했던 동양 정서의 격투기를 원했던 이들 혹은 라이트 팬들에게는 이번 DREAM 이벤트는 또 다른 훌륭한 자양분이 될 것이다.
▲ 이합집산을 거듭했던 격투기 단체들, 이제는 자리 잡아야 하지 않을까.
그러나 DREAM이 잊지 말아야 할 것 하나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상식선의 길' 즉 정도이다. UFC가 과거 십수년전부터 지금까지 꾸준하게 성장해와 커진 배경에는, 철저하게 실력 위주의 매치메이킹과 비교적 공정한 판정, 가혹하리 만치 챔피언에게 쏟아져 내리는 컨텐더들의 도전들이 있었다.
적당한 스토리 메이킹과 흥을 돋우기 위한 매치업도 물론 격투기 흥행에 필요함은 부인할 수 없지만 지금껏 해오던 것처럼, (아니 좀 더 적나라하게 지적하면 이번 크로캅의 대진처럼) 그저 '출전'에 의미를 부여하고 말 그래도 '이벤트적'인 요소만 부과한다면 격투기 이벤트는 더 이상 '격투기'라는 수식을 달 수 없을 것이다. 그들은 적어도 한계치 이상의 정도를 걸으며 PRIDE를 지켜야 한다.
그런 PRIDE를 지킬 수 없을 시에는 '서커스 단체'라던가 '유명인을 위한 대회'같은 오명을 벗어나기 어렵다.
자긍심에 꿈을 걸어라.(PRIDE on the DREAM)
많은 격투팬들은 이와 같은 명제가 잘 지켜는 지 살천스레 두고 볼 것이다. 기자 역시 지금은 또 다른 이벤트 시작의 반가움에 일단은, 덕담을 늘어놓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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