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조은혜 기자] 스트라이크 두 개를 잘 잡아놓고 흔들렸다. 출발은 좋았으나 결정적 한 방의 부족, SK 와이번스 투수 문승원(28)의 2016 시즌도 꼭 이러했다.
상무야구단에서의 군복무를 마치고 팀에 복귀한 문승원은 4월 22일 시즌 첫 선발 등판해 5이닝 4피안타(1홈런) 5볼넷 6탈삼진 2실점으로 무난한 성적을 올렸다. 두번째 등판이었던 4월 28일 두산전에서도 5⅓이닝 6피안타 2사사구 1탈삼진 1실점으로 제 몫을 다했다. 기세를 이은 문승원은 5월 4일 한화전에서는 데뷔 첫 선발승을 올렸다. 이날 5이닝 5피안타(1홈런) 5사사구 3탈삼진 1실점을 기록한 문승원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동고동락하며 훈련했던 제춘모 코치와 함께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시즌 초반 쾌조의 출발로 5선발 역할에 기대를 모았던 문승원이었지만 경기를 치르면 치를 수록 힘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7월부터는 4이닝을 채 채우지 못하고 강판되는 날이 많았고, 결국 문승원은 불펜으로 보직을 옮겨야 했다. 문승원은 "부족한 점이 많다고 느낀 한 해"라고 2016년을 자평했다. 그는 "잘 될 것 같다가도 한 번 무너지면 걷잡을 수 없이 와르르 무너지게 되더라"고 돌아봤다.
문승원이 평가한 가장 큰 문제는 제구였다. 그는 "체력이 약한 것 같았다. 공이 가운데로 몰리고, 힘이 힘이 떨어지면서 파울이 될 것도 안타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회상했다. 확실한 결정구의 부재의 아쉬움도 뼈저리게 느꼈다. 문승원은 "2스트라이크 이후에 맞춰잡거나 삼진 처리할 수 있는 확실한 공이 없어서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는 구종도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그래서 시즌 종료 후 떠난 일본 가고시마 마무리캠프, 약점이라고 여겼던 결정구를 찾기 위해 최상덕, 제춘모 코치와 함께 체인지업을 연마하는 데 힘썼다. 문승원은 "가고시마 캠프에서 고쳐야 하는 부분을 많이 고칠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하며 "체인지업의 경우 아직은 제구가 완전하지 않다. 가고시마에서 처음 던져봤는데, 타자들을 상대해봐야 할 것 같다"고 얘기했다.
20경기에 나와 63⅔이닝을 소화해 4승4패. 문승원에게 작년 시즌 자신에게 점수를 매겨달라고 하자 "60점"이라는 답을 내놨다. 그는 "4승을 올리긴 했지만 선발투수로서 팀에 필요한 6이닝 이상이라는 조건을 채우지 못했다. 그건 0점이다. 그래도 경험을 했다는 데에 60점을 주고싶다"고 설명했다.
김광현이 팔꿈치 수술로 전열에서 이탈하면서 SK는 선발진에 큰 구멍이 생겼다. 김광현의 공백은 분명 뼈아프지만 반대로 생각해본다면 투수들에게는 선발 한 자리를 꿰찰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고, SK로서도 선발 마운드를 책임질 새로운 얼굴을 찾을 수 있는 타이밍이다. 지난해 가능성을 보였던 문승원에게 역시 두번째 기회가 주어질 수도 있다.
문승원은 "5선발 안에 들어가는 게 목표다. 작년에 기회가 왔는데도 불구하고 잡지 못했다"면서 "작년에는 기회를 받고도 잘한 것보다 못한 게 많았다. 이번에 기회가 온다면 꼭 잡고싶다"고 의지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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