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인터뷰①에 이어) 가수로 외길을 걷던 양파는 왜 뮤지컬에 도전했을까. 그동안 뮤지컬 제안을 고사했던 양파가 ‘보디가드’를 택한 이유는 온전히 故 휘트니 휴스턴 때문이다.
휘트니 휴스턴은 전 세계적으로 1억7000만 장의 앨범을 팔아치운 슈퍼스타다. 6개의 그래미상, 22개의 아메리칸뮤직어워즈 상을 거머쥐며 명실상부 팝의 전설로 사랑받았다. 1992년에는 배우 케빈 코스트너와 영화 '보디가드'에 출연해 전성기를 누렸다. 당시 그가 참여한 OST는 20주 동안 빌보드 앨범차트 1위에 올랐다.
양파는 어린 시절부터 우상이었던 휘트니 휴스턴으로 변신을 감행했다. 로맨틱한 멜로 연기와 파워풀한 가창력으로 뮤지컬 신고식을 무리 없이 치렀다.
“뮤지컬이라서 도전했다기보단 휘트니 휴스턴이어서 나선 게 100%라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뮤지컬 장르에 아직도 두려움은 있어요. 원래 에너지 100%를 노래하는데 쏟았다면 이젠 춤과 노래, 연기에 삼등분했죠. 노래의 집중도가 줄어들 수밖에 없어요. 이렇게 다재다능한 건 아무나 할 수 없구나 생각해요. 인내와 끈기와 예술에 대한 열정을 원동력 삼아서 이 모든 과정을 해나가는 분들이 존경스러워요.”
어린 시절 휘트니 휴스턴 같은 가수가 되기를 꿈꿨다. 레이첼 마론에 몰입하면서 중학생 이은진의 모습을 떠올렸고 금세 추억에 젖어 들었다.
“초등학교 4, 5학년 때 이 영화가 처음 나왔는데 재밌었어요. 그 후에 휘트니 휴스턴의 음반도 찾아 듣고 노래를 연습했어요. 중학교 때 이후로 잊고 있었는데 이번 뮤지컬을 계기로 다시 떠올리게 됐어요.
가수로서 힘든 부분도 많았거든요. 어릴 때 가수를 꿈꿀 때는 화려하고 감동적인 모습만이 아니라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는 걸 모르잖아요. 중학교 때 아름다운 꿈을 꾸던 중학생 이은진의 마음이 생각났고 그런 마음으로 임하자 다짐했어요.”
레이첼 마론은 앞에서는 까칠하지만 사랑을 바라는 여린 마음을 가진 여자다. 무대 위에서는 당당하고 카리스마 넘친다. 아들에게는 따뜻한 엄마이기도 하다. 노래부터 춤, 연기까지 소화하기 어려울 터지만, 애정 있는 역할인 만큼 양파 자신만의 매력을 펼치는데 성공한다.
“레이첼 마론이란 역할은 세기도 하고 싱글맘이어서 자기 보호 본능이나 아이 보호 본능 같은 배타적인 성향이 많아요. 사랑에 회의적이고 센척하는 여자여서 어떻게 하면 짜증을 잘 낼 수 있을까 찾아봤죠.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편집장 역할을 참고하기도 했고 TV에 나오는 드라마도 찾아봤어요. 연기 수업을 듣다 보니까 재밌더라고요. 그동안 시청자의 눈으로만 보다가 제가 외우는 비슷한 대사가 나오는 걸 보니 신기하기도 하고요."
무대에 설 때만큼은 양파가 아닌 레이첼 마론이다. 양파의 옷을 벗고 레이첼 마론으로 변신한 그의 모습을 보는 건 이 작품의 재미 중 하나다.
“양파로서 노래할 때는 스스로 틀에 갇힌 게 있었어요. 가수로서 양파의 감성으로 이렇게 불러야지 하는 매뉴얼이 있다면 레이첼 마론의 노래들은 눈빛도 강인하고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슈퍼스타로 무대에 서야 해요. 안무가가 비욘세가 무대에서 얼마나 파워풀한지 생각해 보라고 하더라고요.
그동안 슬픈 노래들만 해서 센 모습이 없었어요. 화내는 연기할 때도 너무 야들야들하다고 하더라고요. 살을 찌워라, 독해져라, 화내라는 말을 들으면서 조금씩 레이첼로 변해간 것 같아요. 노래할 때도 목소리를 의도적으로 바꾸려고 노력했다기보단 풍성한 저음으로 노래했어요.“
데뷔 20년 만에 뮤지컬이라는 분야에 뛰어들었다. 휘트니 휴스턴이 부른 명곡을 부르며 무대를 활보하는 그는 어느덧 가수 양파에서 디바 레이첼 마론으로 탈바꿈한 모습이다.
“들어오기 전에는 너무 낭만적인 스토리여서 얼마나 행복할까 했어요. 막상 현실은 죽을 듯 살듯 옷 갈아입고 노래를 어떻게 하는지도 모르게 지나가더라고요.(웃음) 연출님이 이제 적응되면 점점 캐릭터에 몰입하면서 성장할 거라고 하셨어요. 그래야 한다고 생각해요. 매회 완성된 모습을 보여주자고 생각하기보단 매회 성장을 거듭하고 있어요. 저 스스로 그런 모습을 지켜보려고요.” (인터뷰③에서 계속)
khj3330@xportsnews.com / 사진 = 랑
[XP인터뷰①] '보디가드' 양파 "뮤지컬 첫 도전, 군대에 온 것 같았죠"
[XP인터뷰③] 양파 "60세 넘어도 노래하는 사람으로 남을래요"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