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인터뷰 장소에 들어선 양파는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처음 뮤지컬 무대에 선 소감을 들려줬다. 휘트니 휴스턴의 노래를 부르는 레이첼의 모습을 잠시 잊고, 인간 이은진의 솔직한 면모를 보여줬다.
양파는 지난 15일 LG아트센터에서 개막한 뮤지컬 '보디가드'에 출연 중이다. 냉철하고 이성적인 경호원 프랭크 파머가 스토커에 쫓기는 당대 최고의 여가수 레이첼 마론을 보호하면서 싹트는 러브 스토리를 담은 작품이다.
1990년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영화 '보디가드'를 원작으로, 이번에 아시아 초연했다. 양파는 여주인공 레이첼 역을 맡아 뮤지컬에 데뷔했다.
“음반 같은 경우는 단독 작업이거든요. 저 혼자 노래하고 저 혼자 곡을 만들고요. 뮤지컬은 정말로 협동 작업이에요. 배우 30명에 스태프까지 다 포함하면 120명의 크루들이 공연을 위해 두 달 남짓 준비해요. 이 세계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노래하는 거니까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너무 많은 것들이 다르더라고요.”
군대에 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연습 과정은 정신없이 바쁘고 힘들었다. 그럼에도 혹독한 연습 과정 덕분에 완벽한 레이첼이 돼 무대에 올라설 수 있었다.
“서로 배려하고 약속을 지켜야 하는 것들이 너무나도 달라서 군대에 온 것 같았어요. 입소해서 훈련받는 것 같은 기분이요. 그 모든 대장정을 끝내고 무대에 첫 공연을 올렸고 아직 미숙한 점들을 무대에서 내보여도 될까 고민했어요. 날짜가 됐으니 올라가긴 했는데 무의식중에 정신을 차릴 때쯤 1막이 끝나 있었어요. 어리바리하게 첫 공연을 끝냈죠.
그래도 굉장히 열심히 했어요. 두 달 동안 훈련받은 것, 준비한 것들을 처음 선보이는 자리잖아요. 뮤지컬 데뷔 무대니까 감회가 새로웠어요.”
양파가 뮤지컬에 도전한다는 소식이 알려졌을 때 궁금증과 기대를 동시에 높였다. 뮤지컬 배우로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했고, 새로운 매력을 발산할 것으로 기대됐다.
“강산이 두 번 변할 정도로 데뷔한 지 오래됐지만 무대에서 안무와 연기를 선보이는 건 난생처음이잖아요. 뮤지컬 배우로 변신했다기보단 어린 시절에 휘트니 휴스턴을 보면서 가수의 꿈을 키운 중학생 이은진이 횡재 같은 기회를 잡아서 무대에 선다는 생각을 해봤어요. 가수로서의 커리어들이 바탕에 깔아놓고 뮤지컬을 한다기보다 생초보로 시작했죠.
두 달간 쉴 새 없이 매일 아침 9시부터 8시까지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만 빼고 온종일 안무와 노래 연습을 했어요. 배운 대로 하고는 있는데 떨리고 정신이 들어왔다 나갔다 해요. 발연기 소리만 안 들으면 된다고 각오를 다지면서 노력하고 있어요.
자타공인 몸치인데 안무 선생님이 한국의 아이돌 댄스 그룹도 힘들어할 만큼 난이도 높은 안무라고 하더라고요. 나머지 공부를 많이 해서 그나마 지금 이렇게 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웃음)
완벽한 공연을 위해 살도 5kg 찌웠다. ‘저질 체력’을 극복하고 휘트니 휴스턴의 레이첼 캐릭터에도 괴리감 없이 녹아들었단다.
“군대처럼 스케줄이 짜여있고 단체생활도 엄격하게 지켜야 하는 상황인지 몰랐어요. 첫날부터 강도 높은 훈련이 계속됐고 숨이 턱까지 찼어요. ‘이걸 매일 해야 한다고?’라고 생각할 만큼 힘든 시간이었죠. 2, 3주 지나니까 받아들였고 죽었다 생각하고 해나갔어요.
사실 체력이 고민돼 뮤지컬을 고사했었어요. 단독 공연도 하루에 2회 이상 잘 못 할 만큼 저질 체력이었거든요. 몸도 작아서 무대에서 안 보이니까 말랐다, 뼈다귀 같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레이첼이 강인한 여성이고 몸매에 양감이 있어야 섹시해보이잖아요. 또 굵직한 넘버들을 두 시간 동안 소화하려면 이 체력으로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모두의 응원과 저의 결정으로 체력 키우기에 돌입해서 엄청 먹고 5kg 찌우고 근력 운동을 했더니 체력이 많이 올라왔어요. 그래서 공연을 할 수 있게 된 거예요. 춤도 어렵고 연기도 어렵고 노래도 힘들지만, 무대에 서 있다는 사실이 기뻐요.” (인터뷰②에서 계속)
khj3330@xportsnews.com / 사진 = 랑
[XP인터뷰②] '보디가드' 양파 "가수 꿈꾸던 중학생 이은진의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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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