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수려한 외모가 타고난 것이라면, 그 외적인 조건에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열정과 노력, 또 그것이 조화롭게 더해졌을 때 얼마나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는 배우 강동원을 보면 더욱 선명하게 그려진다.
강동원이 영화 '마스터'(감독 조의석)를 통해 또 하나의 도전을 완성했다. 12월 21일 개봉한 '마스터'는 629만 관객을 돌파하며 꾸준한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강동원은 '마스터' 속에서 굳은 신념을 가진 지능범죄수사팀장 김재명으로 분해 희대의 사기범 진회장(이병헌 분)과 그 배후 권력을 끝까지 쫓는 강직한 모습으로 보는 이들에게 통쾌함을 안겼다.
▲ '당연히 해야 할 올바른 일'…김재명이 보여준 믿음
영국 수상 처칠의 일화를 들려주는 '마스터' 오프닝 시퀀스에서 드러나듯 김재명은 '건강하게 자란 사람이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다'고 생각하는 인물이다. 강동원의 마음에 들었던 점 역시 이런 설정이었다.
"김재명은 영화 속에서 정확히 롤이 있어요. 영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끌고 나가줘야 되고, 관객 분들이 재명이의 감정에 이입해서 마지막에 통쾌함을 느껴야 되고요. 저도 이렇게 판을 까는 역할은 거의 처음인데, 이번에는 처음부터 욕심을 버리고 제가 극을 잘 끌고 가야되겠다고 생각했어요. 욕심을 최대한 버리면서도, 어쨌든 관객들이 제 감정에 따라오려면 그 매력은 어느 정도는 살려야 되니까요. '차분하게 잘 끌고 가자' 처음부터 끝까지 거기에 중점을 뒀죠."
'당연하게 올바른 일은 한다'는 생각을 중심에 놓으니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과정 역시 더욱 명확하게 그려갈 수 있었다.
외적으로도 무게감 있는 형사 캐릭터를 완성하기 위해 평소 68~70kg를 유지하는 체중을 75kg까지 늘렸다. 필리핀 해외 로케이션 중 식중독에 걸리고, 무더위 때문에 탈수에 고생하며 다시 3kg이 빠지기도 했지만, 고생했던 만큼 멋지게 완성된 화면으로 영상미를 더해냈다.
영화 속 김재명 캐릭터와 실제의 강동원 자신의 비슷한 부분도 찾을 수 있었다. "저도 사회 이상향을 꿈꾸는 건전한 30대 중반의 남성이다"라고 웃어 보인 강동원은 "저와 재명이는 분석적으로 접근하는 성격도 좀 비슷한 스타일이고요. 제가 만약에 김재명 같은 직업에 있는 사람이라면 굉장히 부딪혀서 싸울 것 같아요. (실제의 저는) 허술한 지점이 많아서 빈틈은 있는 것 같지만,(웃음) 일에는 철두철미한 스타일이에요. 김재명처럼 빡빡하진 않지만요. 하긴 김재명도 딱 소수정예 팀원과 경찰청장 말고는 아무도 안 믿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라고 덧붙였다.
김재명을 비롯해 그를 묵묵히 지원하는 경찰청장(정원중) 등, 다른 영화와는 다른,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이상적인 인물들을 그려낸다는 점이 좋았다.
"'이런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인물들이 나오잖아요. 그게 좋았어요. 비현실적이라고 얘기하는 게 아이러니하고, 사실은 슬픈 현실이기도 하고요. 필리핀 촬영에서도 느꼈던 것이지만, 투명하지 않은 사회가 극단적으로 어떻게 될 수 있는지를 절실히 현실로 보고 왔죠. 굉장히 충격이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밝더라고요. '이들이 제대로 일할 수 있고, 또 일한만큼 보상을 받고 복지도 잘 이뤄지는 곳에서 살았다면 얼마나 더 행복할까'란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그냥, 모두가 행복한 세상에서 저도 행복하게 살고 싶어요. 힘든 사람들 많은 세상에서 저 혼자 행복한 건 싫고요. 다들 즐겁고 행복한, 행복지수가 굉장히 높은 나라에서 나도 행복하게 살고 싶은 거죠. 물론 나만 잘 살면 된다는, 소수의 나쁜 사람들도 있겠지만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까요."
▲ 연기, '평생 할 수 있을 일'이라는 믿음
2003년 데뷔 이후 어느덧 20편에 이르는 필모그래피를 차곡차곡 쌓아왔다. 언제나 "현장에 있을 때가 가장 즐겁다"고 한결 같이 말해왔고, 그 즐거움에서 나오는 매 작품마다의 새로운 결과물들로 관객과 소통해왔다.
강동원은 "(연기는) 처음 데뷔할 때부터 평생 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시작했어요. 제 평생직장이겠다 싶어서요. 연기수업을 3년 정도 계속 준비하고 데뷔했거든요. 모델을 하다가 그냥 데뷔한 건 아니고요"라고 회상했다.
"연기 수업 첫 시간에, '아, 이게 내가 평생 할 수 있는 일이겠구나' 생각이 들더라고요. 첫 수업 할 때 딱 '이거다!' 싶었죠. 당시 독백수업을 할 때였어요. 선생님과 사람들 앞에서 자기가 그 인물이 돼서 독백을 하는데, 아무 생각이 안 들더라고요. 저는 대사를 잊어버리거나, 또 긴장도 하고 이럴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어요. 그 자리에서 준비해 온 것을 다 하고 끝내고 나니까 후련한 거예요. 딱 그 당시에 대사를 할 때는 아무 생각도 안 들고, 그 공간 안에 있는 느낌도 들었고요. 그래서 '아, 이게 내가 할 수 있겠고, 평생직장으로 삼을만한 거구나'란 생각을 했었어요. 제가 '이게 나랑 안 맞는 것 같은데'라고 생각했으면 할 수 있을까 싶었을 텐데, 그때 바로 '이게 나랑 맞다' 싶더라고요."
배우라는 직업은 세월이 흐를수록 깊이를 더해가고, 또 마침표 없이 계속해서 달릴 수 있는 직업군 중 하나이기도 하다.
"배우라는 직업은 정년이 없어서 더 좋은 것 같다"는 이야기에 강동원은 "그렇죠. '저는 죽을 때까지 (연기)할 거다'라고 말하면, 신기하게 쳐다보는 사람들이 가끔 있어요. '왜 그렇게까지 해, 나중에는 놀아야지' 그러시더라고요"라고 말을 이었다.
"저는 목표가 할 수 있을 때까지 계속 하는 것이어서요. 놀면 뭐하나 싶고요"라며 옆에 놓인 생수를 집어 들어 한 모금 삼킨 그는 "저는 그런 얘기도 했어요. '만약에 저한테 치매가 온다면, 치매 걸린 역할이라도 하겠다' 뭐 이런 얘기도 했고요"라고 말한 뒤 이내 "모르겠어요 또. 나이가 들면 바뀔 수도 있죠. 이제 못하겠다고"라고 눙치며 쑥스러운 미소를 함께 지어보였다.
2016년 강동원은 '검사외전', '가려진 시간', '마스터'까지 세 편의 작품을 연이어 선보였다. 한 해에 세 편을 내보인 것은 2010년 '의형제', 옴니버스 영화 '카멜리아', '초능력자' 이후 처음이다. 여기에 지난 달 말에는 영화 '골든슬럼버(가제)'의 출연 확정 소식까지 전하며 2017년에도 쉼 없이 이어질 바쁜 행보를 예고했다. "내년에는 가을쯤에 뵈려나요"라며 인사를 전한 강동원이 만들어 갈 2017년의 새로운 발걸음도 그렇게 다시 시작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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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