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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드리드더비 리뷰 - 승리하는 법

기사입력 2008.01.25 15:51 / 기사수정 2008.01.25 15:51

유형섭 기자

    



축구에서 승리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 중 하나는 경기의 주도권을 잡는 것이다.  공격의 주도권을 잡고 상대를 공략하는 것만큼 쉬운 공략 법은 없으며 그것은 축구의 승리공식의 기본중의 기본이다.  경기 시작 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최근의 가파른 상승세로 인해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하였다.  또한, 라이벌 레알 마드리드는 코파 델 레이의 탈락과 선수들의 줄부상으로인해 선수 층이 얇아질 대로 얇아진 상태.  모두가 아틀레티의 우세를 점쳤고, 아틀레티역시 그들의 홈 비센테 칼데론에서 레알 마드리드를 패배시키기 위한 완벽한 동기부여가 되어있었다.  그리고 경기의 결과는 0-2.  아틀레티의 완패.  아틀레티는 공격의 주도권을 쥐었지만, 패배라는 아이러니한 성적을 받아버렸다.  몇 년 만에 데르비 마드릴레뇨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아틀레티가 레알 마드리드 앞에 무릎 꿇을 수 없었던 이유.  그건 바로, 프리메라리가 전반기 최다 승점을 갱신하며 2년 연속 스페인의 왕좌를 노리는 레알 마드리드만이 알고 있는, 그리고 레알 마드리드만이 보여주는 ‘승리의 공식’에 아틀레티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서가 아닐까.


더비란 건 킥오프를 시작하면서 달궈지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곧 더비가 다가온다는 걸 느낌에 따라 달궈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모든 것이 맞아 들어가며 상승세를 올리던 아틀레티코에게 큰 변혁을 겪고 있던 발렌시아는 적수가 되지못하였고, 코파 델 레이에선 복병 바야돌리드를 제치며 8강에 진출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리가 최하위 레반테에게 선수 개개인의 뛰어난 능력덕택에 승리하였으나 전술적, 경기력적인 면에서 완벽히 밀려버려 승점은 쌓으나 뭔가 부족한 경기력을 보인 레알 마드리드.  모든 게 아틀레티에게 유리했다.  레알 마드리드는 마요르카에게 2연패를 하며 코파 델 레이에 탈락하였고, 베르나베우에서의 시즌 첫패로 레알 마드리드는 충격을 먹은듯해 보였기 때문이다.  또한, 여러 선수들의 부상으로 축구팬들은 이번 데르비만은 아틀레티가 우세할거라 점쳤고, 전문가들 역시 아틀레티가 비센테 칼데론에서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로 승리를 거둘 거라 예상했다.




허나, 그 예상은 30초 만에 깨져버렸다.  파블로 이바녜즈의 치명적인 클리어링 실수, 호빙유의 패스, 라울의 슈팅, 그리고 반지 세레머니.  단 10초 만에 이루어진 이 과정.  라울의 아틀레티를 상대로 한 열한번째골.  그리고 레알 마드리드는 40초 만에 승기를 잡았다.  아틀레티는 레오 프랑코의 부상으로 인해 아비아티가 선발로 나온 것을 제외하고 현재 아틀레티에서 최고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선수들이 선발로 나왔다.  그리고 35초 만에 실점.  아틀레티 선수들은 공격적인 자세로 비센테 칼데론에서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을 찌르기 시작했다.







아틀레티의 공격은 나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치명적이라고 말해야 할 것이다.  골이나 다름없던 여러 순간들은 스페인에서 San Iker(성인 이케르)라고 불리는 이케르 카시야스와 예전과는 다른 견고한 수비스타일에 의해서 안타깝게도 무위로 그치고 말았다.  그리고 시망과 페페, 두 포르투갈 선수의 부상으로 인하여 살가도와 레예스가 투입된다.  이미 하락세로 접어든 살가도의 투입은 견고한 수비로 인해 힘들어하던 아틀레티가 공략할 수 있는 좋은 찬스였다.  허나, 레예스는 전혀 활약을 해주지 못했으며, 공격수인 포를란과 아게로가 측면까지 내려와서 공격을 전개할 수 밖에 없었다.






슈스터의 레알 마드리드는 언제나처럼 4-3-3을 변형한 4-4-2 전술을 들고 나왔다.  허나, 레알 마드리드의 전술은 지금까지 보여주었던 답답한 전술이 아닌, 새롭고 참신한 전술이었다.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으로인해 빠져있는 디아라를 대신하여 가고가 선발되었고 호빙유, 구티, 스네이더라는 레알 마드리드가 가장 창의적이고 위력 있는 공격 전개를 할 수 있는 미드필더 진을 들고 나왔다.  이까진 레알 마드리드가 지금까지 보여준 선수구성과 큰 차이가 없지만 슈스터는 여기서 발상의 전환을 하여 ‘좌우의 밸런스’를 깨어 측면 돌파의 호빙유, 킬패스와 조율을 맡는 구티, 그리고 지금까지 오른쪽에서 안 좋은 모습을 보인 스네이더 셋에게 좀더 자유로운 역할을 부여한 것이다.  비록 셋이 모두 왼쪽에 몰려 오른쪽에 혼자 남은 살가도에게 큰 부하가 갔지만, 이 전술은 꽤나 괜찮았고, 왼쪽의 공격적인 선수들이 있음으로서 미겔 토레스가 공격적인 부담을 덜고 막시 로드리게스를 막는 것에 전념 하게 되는 것에 도움을 줬다.  가고와 구티를 지워버리기위해 출전한 아틀레티의 모타와 라울 가르시아는 반대로 그들에게 완전히 지워져버렸다.  이번 경기에서의 레알 마드리드의 미드필더 진은 왼쪽으로 치우친 경향이 있지만 좀더 호흡을 맞추고 서로가 좀 더 자연스레 왼쪽 오른쪽의 사이드 체인지에 익숙해진다면 돌파의 호빙유, 중거리 슛과 박스 투 박스 플레이의 스네이더, 킬패스의 구티 셋의 플레이가 매우 위협적으로 조화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이는 마요르카와의 답답한 경기 끝에 완패하여 탈락한 코파 델 레이에서 슈스터가 배운 가장 큰 소득중 하나인 ‘전술의 유연성’이라 말할 수 있겠다.




라울, 판 니스텔로이 투톱은 스페인에서, 유럽에서,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투톱이 되었다.  전반41분, 아틀레티의 강력한 공세를 칸나바로를 중심으로 한 수비진과 카시야스의 선방으로 막아낸 뒤에 얻어낸 코너킥찬스, 스네이더의 코너킥, 판 니스텔로이의 특허인 어떤 상황에서도 기회를 골로 연결하기, 비센테 칼데론에 울리는 탄식.  이번시즌, 라울과 판 니스텔로이 두 명 모두가 득점한 경기에선 레알 마드리드는 패배하지 않았다.  아니 패배할 수가 없다.  한번의 찬스를 골로 연결시킬 줄 아는 라울과 판 니스텔로이는 수많은 찬스와 돌파를 무위로 끝낸 포를란과 아게로와 비교될 수밖에 없었다.  또한, 아틀레티의 파블로는 이번시즌을 통틀어 최악의 경기, 최악의 하루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




포를란은 레알 마드리드 수비진에 완벽히 당했다.  4백과 가고의 수비는 리가 피치치출신 포를란을 고개 숙이게 만들 수밖에 없었다.  ‘메시와 비등한 잠재성을 가진 선수’ 아게로는 경기를 바꿀 힘을 가졌으나 아직은 그 재능이 만개하지 않아 번번이 중요한 부분에서 막히고 말았다.  특히 살가도를 상대로 좋은 돌파를 보이며 찬스를 만들려했던 아게로는 강력한 중앙수비진에 번번이 막혔고, 경기 후반부터는 중앙돌파를 주로 보이며 정면에서부터 중앙수비진을 부수기 위해-사이가 안 좋은 라모스를 부수기 위해- 노력을 했지만, 그건 더 이득 없는 과정이었고, 포를란과 카시야스의 5경기 무실점 행진의 조연역할을 맡을 수밖에 없었다.


세르히오 라모스는 지난경기에서 발가락이 거의 부러질 정도의 부상을 당하였다.  부운 발이 자신의 축구화에 맞지 않아 판 니스텔로이의 축구화를 빌려 신고 풀 경기를 뛸 정도의 투혼을 보인 세르히오 라모스는 칸나바로와 완벽한 수비를 펼치며 카시야스와 함께 최고의 모습을 보여줬다.  차기 주장 후보인 두 사람의 성장을 보는 것도 우승을 기대하고 있는 레알 마드리드 팬들의 또 하나의 큰 재미라 할 수 있겠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이번 패배로 비야레알에게 3위 자리를 건네주고 말았다.  아틀레티는 나쁜 경기를 보여준 게 아니었으므로 자신을 책망하지 말고 지금까지의 모습으로 다음 경기를 준비해야겠다.


축구라는 건 골로 승부가 나는 스포츠다.  골이 나려면 공격을 해야 한다.  공격을 하려면 경기의 주도권을 잡아야한다.  아틀레티는 주도권을 잡고 맹공을 퍼부었다.  허나 레알 마드리드는 이런 상황에서 골을 넣고 승리하는 법을 알고 있었다.  항상 경기의 주도권을 잡고 여러 팀들에게 맹공을 퍼붓던 레알 마드리드에게 이런 스타일의 축구로 나오는 상대편은 알기 쉬운 상대였던 것이다.  이번 라운드는 데르비 마드릴레뇨에 모든 시선이 집중되는 리가였지만, 비야레알과 발렌시아라는 빅매치가 있었다.  결과는 비야레알의 완승.  비야레알의 선수들은 공과 자신의 감각이 일치화된 것 같은 플레이를 보이며 발렌시아의 모든 패스를 컷팅하며 공격을 주도했으며, 골을 결정지으며 발렌시아를 ‘농락’하였다.  재미있게도 다음 라운드는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비야레알과 레알 마드리드가 경기를 펼친다.  비야레알의 공격진과 레알 마드리드의 공격진의 대결, 레알 마드리드를 떠나 비야레알에서 주전으로 정착한 디에고 로페즈와 디에고 로페즈가 도저히 넘을 수 없었던 벽인 카시야스와의 대결 등으로 굉장히 흥미진진한 경기가 펼쳐질 것이라 여겨진다.  어쩌면 다음주에는 쥐세페 로씨와 라울 곤잘레스의 이야기로 시작할지도 모르겠다.



유형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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