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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무도' 되감기③] B급 감성 물씬, 다시 봐도 웃긴 배꼽 도둑들

기사입력 2016.12.15 10:00 / 기사수정 2016.12.15 06:29

이아영 기자
1위의 자리는 언제나 위태롭다. 11년 된 장수 예능 프로그램 MBC '무한도전'도 예외는 아니다. 위기설을 꼬리표처럼 달고 다니는 '무한도전'은, 올해도 그런 평가를 보란 듯이 비웃었다. '행운의 편지'부터 '무한상사', '우주 특집'까지 오직 '무한도전'이기에 할 수 있는 프로젝트로 매주 토요일을 책임졌다. 한 해를 돌아보고 내년을 기약하는 12월, 엑스포츠뉴스가 5회에 걸쳐 '2016 무한도전 되감기'를 기획 연재한다. '무한도전'의 분야를 가리지 않는 확장성(②), 웃음을 위해 망가짐을 불사하는 프로페셔널(③),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진심(④)은 우리 삶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연재 순서

① 양세형 합류, 광희도 살린 신의 한 수
② 시그널·쇼미·웹툰·엑소, 경계 넘나든 콜라보
③ B급 감성 물씬, 다시 봐도 웃긴 배꼽 도둑들
④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감동 특집 다섯
⑤ 2017년에도, 토요일을 잘 부탁해

[엑스포츠뉴스 이아영 기자] MBC '무한도전'은 평균 이하의 여섯 남자가 모여 말도 안 되는 것을 향해 도전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했다. 지하철과 달리기 경주, 소와 줄다리기, 목욕탕 물 퍼 나르기 등이 대표적인 도전 아이템. 포맷이 변하면서 이제 '무모한 도전'은 볼 수 없게 됐지만, 그 B급 감성과 정서만은 아직 남아 있다.

'무한도전'은 대체로 의미와 재미를 동시에 찾을 수 있는 특별한 방송을 추구하지만, 지금부터 소개할 특집은 큰 메시지 대신 원초적 재미를 보장한다. 1차원적인 개그, 즉석 상황극, 슬랩스틱 코미디로 2016년 한 해 시청자의 배꼽을 앗아간 다섯 개의 에피소드를 꼽아보았다. 우주특집 같은 대규모 프로젝트에 비하면 초라해 보일 수 있지만, 우스운 분장을 하거나 스스럼없이 망가지는 건 개그맨에게도 어려운 일. '무한도전'의 진정한 프로 의신과 연륜을 느낄 수 있다.

▲ 예능학교-스쿨 오브 樂 (1월 30일 방송)

할리우드 배우 잭 블랙은 지난 1월 영화 '쿵푸팬더3' 홍보차 내한했다. 숨 가쁜 내한 일정 속에서 '무한도전'을 위한 시간을 비운 잭 블랙은 한국 예능 프로그램의 대표 아이템을 단계별로 총정리한 '한국 예능 단기 속성 수업'을 가졌다. '무한도전'의 상징과 같은 파란 트레이닝복, 쫄쫄이 반스타킹을 신은 잭 블랙은 마시멜로 많이 먹기, 닭싸움, 물공 헤딩, 베개 싸움, 고요 속의 열창 등의 게임을 함께 했다. 생소한 한국 예능 아이템을 찰떡같이 소화해 외국 연예인 출연 특집 중 최고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 무한상사 : 액션 블록버스터 (5월 7일)

3년 만에 돌아온 '무한상사'는 김은희 작가, 장항준 감독을 만나기 전 워밍업 단계로 100% 애드리브 콩트를 진행했다. 여전히 진상인 유재석 부장, "수뇌부가 뽑았다"는 신입사원 황광희의 순발력과 풍자가 빛났다. 이날 방송의 히트 아이템은 초고속으로 승진한 하버드대학교 방문판매학과 출신의 양세형 과장. 알 수 없는 중국어와 다부진 영어, 그의 주특기인 '딱뱀(딱밤)'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 오늘 뭐하지? (6월 18일)

갑작스럽게 미국 촬영이 취소되고 방송 공백이 생긴 '무한도전'은 출국을 위해 싸 온 짐을 들고 목적지도, 일정도 정하지 않고 여행을 떠났다. 생각난 대로 먹고 즐기는 '무계획 무대책' 여행을 시작한 것. 샘 해밍턴, 샘 오취리와 함께 계곡으로 떠난 멤버들은 영화 '곡성'을 패러디하기도 하고, 워터파크에서 놀이기구 타며 냉면 먹기에 도전했다. 특별하지도, 거창하지도 않은 이른 바캉스였지만 '무한도전'만의 B급 감성이 오롯이 담긴 특집이었다.

▲ 우린 자연인이다 (10월 22일)

'행운의 편지' 특집 미션을 위한 작은 코너였지만 박명수, 정준하의 중년 케미는 물론 유재석, 하하, 광희, 양세형의 눈부신 콩트 호흡이 빛났다. 박명수는 속세를 떠나면서 눈물을 머금고 디제잉 기계를 팔았고, 머슴이 된 정준하는 박명수를 극진히 모셨다. '자연인'이라 인스턴트 음식은 먹지 않는다는 멤버들은 라면을 흡입했고 마지막엔 솥뚜껑에 삼겹살을 구워 먹었다. 모순된 상황, 그리고 뻔뻔한 연기, 적재적소의 애드리브는 별것 아닐 수 있는 벌칙 수행을 하나의 서사로 만들어냈다.

▲ 산타 아카데미 (12월 10일)

B급 재미의 정수라 할 수 있는 슬랩스틱 코미디가 잭폿을 터뜨렸다. 심지어 그 주인공은 '무한도전'에서 웃음으로는 최약체로 평가받던 광희. 몸개그를 의도하고 만들어진 코너에서 광희는 제대로 놀았다. 자기 몸보다 큰 냉장고를 끌고 오던 광희는 결승선 앞에서 넘어졌지만, 포기 않고 보디로션을 챙겨 셔터 사이로 미끄러지는 투혼을 발휘했다. 또 썰매로 선물을 배달하는 게임에서 광희의 종이 인형 몸매는 바람에 나부껴 시청자를 포복절도하게 했다. 부산 추격전 이후 광희의 활약이 돋보인 가운데 오랜만에 '무한도전'다웠다는 평가다.

lyy@xportsnews.com / 사진 = MBC

이아영 기자 lyy@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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