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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챔피언스리그 16강 엿보기①] 지독한 악연, 스쳤던 인연

기사입력 2016.12.13 08:00 / 기사수정 2016.12.13 07:47

신태성 기자

 
[엑스포츠뉴스 신태성 기자] 지난 12일(한국시간) 스위스 니옹의 유럽축구연맹(UEFA) 본부에서 2016/2017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대진이 결정됐다. 추첨을 위해 초청된 루드 굴리트의 손에서 각 팀의 이름이 나올 때마다 이야기가 만들어졌다. 질긴 인연을 반복하는 팀도, 첫 만남을 기다리는 팀도 탄생했다. 이제 무대는 완성됐다. 앞으로 8개의 승부가 어떻게 풀어질지 엿볼 일만 남았다.
 
▲ 벤피카 (B조 2위) vs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F조 1위)
 
벤피카와 도르트문트는 챔피언스리그에서 한 차례 만나 각각 1승1패씩을 기록했다. 다만 그 기억이 너무 오래됐다. 두 팀은 1963/1964시즌 유러피언컵(챔피언스리그의 전신) 16강전에서 만났다. 당시 에우제비우의 활약으로 벤피카가 홈에서 열린 1차전을 2-1로 잡았지만 원정에서 0-5 대패를 당해 탈락했다. 도르트문트는 프란츠 브룽스의 해트트릭으로 벤피카를 격침시켰다. 같은 1승1패라지만 다른 기억으로 남아있는 양 팀이다.
 
냉정히 말해서 지금의 벤피카는 도르트문트에 한 수 아래다. 도르트문트는 조별리그에서도 21골을 퍼부으며 역대 최다 득점 기록을 깼고, 레알 마드리드마저 조 2위로 따돌리며 16강에 진출했다. 하지만 벤피카는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 8강, 그 이전 2년 간 UEFA 유로파리그 준우승을 차지하는 등 유럽대회에서 저력을 보여주는 팀이다. 여기에 포르투갈 프리메이라리가에서 1위를 지키고 있는 상승세까지 더해진다면 이변을 연출할 수도 있다.
 
▲ 파리 생제르망 (A조 2위) vs 바르셀로나 (C조 1위)
 
지긋지긋한 악연이 이번에도 이어졌다. 파리 생제르망(이하 PSG)는 바르셀로나와 더 이상 엮이고 싶지 않을 것이다. 두 팀은 지난 2013년부터 3년 연속으로 모두 경기를 가졌다. 2014/2015시즌에는 조별리그와 8강에서 두 차례나 대결이 성사됐다. 올해는 좀 쉬어가나 했더니 귀신같이 내년 초에 대진이 잡혔다. 앞선 네 시즌 간 상대 전적은 바르셀로나가 6전 3승2무1패, 절대적 우세다. PSG는 1994/1995시즌 8강에서 최종 합계 3-2로 꺾고 올라간 적도 있다. 
 
두 팀은 지난 시즌 나란히 8강에 그쳤다. 그렇기에 바르셀로나는 어떻게든 우승에 도전해 명예 회복을, PSG는 4년 연속 8강에 이어 올시즌은 더 높은 곳에서 마치기를 원한다. 바르셀로나는 조별리그서 20골을 넣는 동안 단 4골만을 실점해 압도적 조 1위로 16강에 발을 내딛었다. '에이스' 리오넬 메시는 이 중에 10골을 혼자 책임지며 최상의 컨디션을 자랑하고 있다. PSG는 애매하다. 무패로 마무리하기는 했지만 조별리그 최종전서 루도고레츠 라즈그라드에 예상치 못한 무승부를 거둬 조 2위가 됐다.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의 이적 이후 공격에서 무게감도 떨어진 상태다. 상대가 워낙 강하다보니 PSG의 난항이 예상된다.
 
▲ 바이에른 뮌헨 (D조 2위) vs 아스널 (A조 1위)
 
우연의 일치인지 여기서도 깊은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 팀들이 있다. 아스널 또한 지난 네 시즌 동안 뮌헨을 무려 세 번이나 마주쳤다. 아스널은 6전 2승1무3패를 거뒀고, 조별리그에서 만난 지난 시즌을 제외하면 모두 뮌헨 때문에 16강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그리고 이번에도 두 팀을 위한 무대는 16강이다. 동 대회 역대 전적은 뮌헨이 10전 5승2무3패로 앞선다.
 
과거로 보면 아스널의 열세가 명확하지만, 현재 상황은 그렇지만도 않다. 아스널은 5년 만에 조 1위로 16강행 열차를 타며 기세가 올랐다. 조별리그 경기당 3골을 넣으며 화력도 장전했다. 반면 뮌헨은 부진 아닌 부진을 겪고 있다. 아직 안첼로티 감독 체제로 완벽히 정착하지 않은 모습이다. FC 로스토프에게는 창단 첫 챔피언스리그 승리도 안겨주며 충격적인 일격도 당했다. 뮌헨이 조 2위로 16강에 간 것은 2009/2010시즌 이후 처음이다. 아스널은 이번에야말로 지난 6년 간 숙원이던 16강 탈락의 고리를 끊으려 한다. 경기가 열리는 2월까지 상승세를 어떻게 유지하느냐가 관건이다.
 
▲ 레알 마드리드 (F조 2위) vs 나폴리 (B조 1위)
 
기억의 한 조각을 공유하고 있는 레알과 나폴리는 1987/1988시즌 유러피언컵 32강 토너먼트에서 정면승부를 펼쳤다. 마라도나가 이끄는 나폴리와 부트라게뇨를 필두로 한 레알의 대결은 마라도나를 봉쇄한 레알의 승리로 끝났다. 레알은 홈에서 먼저 무실점 승리를 거둔 뒤, 원정에서 부트라게뇨의 동점골로 패배를 면했다. 그렇게 양 팀은 레알이 1승1무의 성적을 기록한 채로 한동안 연을 맺지 못하다가 이번에 다시 만났다.
 
양 팀의 전력차는 크다. 레알은 디펜딩챔피언이자 대회 최다 우승팀(11회)이다. 선수단도 막강하고 올시즌 무패를 달리고 있다. 나폴리가 믿을 구석은 레알의 '이적생 징크스'다. 2003/2004시즌 AS모나코의 페르난도 모리엔테스로 시작해 2011/2012시즌 뮌헨의 아르옌 로벤, 2014/2015시즌 유벤투스의 알바로 모라타까지 레알을 탈락시키는 데 결정적인 득점을 터트렸다. 모두 레알에 몸담고 있다가 각자 해당 팀으로 떠나 친정팀에 못을 박았다. 지금 나폴리에는 호세 카예혼과 라울 알비올이 여기에 해당된다. 충분히 기대해볼 수 있다. 때로는 객관적 전력보다 징크스의 힘이 승패를 가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하는 법이다.

vgb0306@xportsnews.com / 사진 ⓒ AFPBBNews=News1

신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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