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이아영 기자] 발연기란, 지나치게 어색하고 실감 나지 않은 연기를 일컫는 신조어다. 연기력이 검증되지 않은 신인 배우 혹은 아이돌 출신 배우의 이름과 함께 자주 쓰이는 말로 배우로서는 최악의 수식어이자 불명예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배우 주상욱에게 이 단어는 이제 기분 좋은 수식어 아닐까. JTBC 드라마 '판타스틱'에서 한류스타 류해성 역을 맡았던 그는 발연기를 연기해야 하는 엄청난 미션을 완벽하게 수행했다. 시험에서 0점을 받기 위해선 모든 정답을 알고 있어야 하듯, 주상욱은 류해성의 영혼 없는 발연기에 연기 내공을 다 걸었다.
"발연기는 류해성 캐릭터의 중요한 축이었다, 어떻게 해야 시청자가 발연기라 믿을까 고민하다 함께 다니는 스태프에게 대본을 읽어 보게 했다. 기가 막히게 잘했다. 하하. 근데 그건 너무 평범하고, 거기에서 더 과장했다. 말도 안 되는 다른 감정을 꺼내 연기했다. 첫 대본 연습 신에서 발연기를 선보이는데 (난 진지한데) 감독님과 스태프들이 많이 웃더라. 신선하고 재밌는 경험이었다."
사실 발연기보다 더 부담스러웠던 건 류해성의 성장을 보여줘야 했던 마지막 회 대본 연습 신이었다고 한다. 발연기 류해성이 이소혜(김현주 분)와의 사랑을 통해 배우로서 한 뼘 더 성장한 걸 보여주는 중요한 장면이면서 동시에 이소혜와 시청자의 마음을 움직일 필살기였다.
"그 전까지 발연기를 하다가 진짜 진지하게 잘해야 하는 장면이었는데, 그걸 못 하겠더라. 연기를 잘해야 할 때 못하고 발연기는 발연기대로 잘하면 너무 이상하지 않나. 부담스러웠다. 그래도 괜찮게 했던 것 같다. 류해성이 진짜 배우로 성장하는 과정을 더 보여줄 수 있었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도 살짝 있어서 16부작이 너무 짧게 느껴졌다."
발연기 말고 류해성을 설명하는 데 필요한 또 다른 단어는 허세다. 주상욱은 "류해성의 말도 안 되는 허세, 예를 들면 전세 비행기 같은 거. 그런 게 재밌었다. 제가 언제 그렇게 허세를 부리면서 살아보겠습니까. 하하. 또 백설(박시연)과 사고 장면을 촬영하는데 협찬받은 자동차가 아닌 람보르기니를 가져온 거다. 깜짝 놀랐다. 그렇게 살면 좋겠지"라고 호탕하게 웃었다. (인터뷰②에서 계속)
lyy@xportsnews.com / 사진 = 서예진 기자, JTBC 방송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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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영 기자 ly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