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조은혜 기자] 약 30년 동안 삼성 라이온즈의 유니폼을 입었던 류중일(53) 감독이 현장을 떠난다. 삼성에 헌신했던 지난 날들에 비해 류 감독이 물러나는 모습은 다소 쓸쓸하다.
15일 오후 삼성은 보도자료를 통해 "삼성의 14대 감독으로 김한수 타격코치를 선임했다. 계약금 3억원, 연봉 2억원으로 3년 총액 9억원 계약"이라고 발표했다. 삼성은 "젊은 리더십으로 팀 전력 향상과 구단의 변화 혁신을 동시에 리드할 수 있는 최적의 인물이라고 평가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임 감독이 부임했다는 말로 류중일 감독과의 결별 전언을 대신한 셈이었다. 많은 이들이 놀랄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새벽에는 류 감독의 유임 가닥을 보도하는 기사까지 있었다. 6년 간 삼성을 책임졌던, 그것도 역대 최초 5연속 정규시즌 우승으로 삼성을 왕좌에 올려놨던 류중일 감독과의 이별은 기사 한 줄로 갈음됐다.
1987년 선수로 삼성에 데뷔한 류중일 감독은 거의 30년 간을 삼성에서만 몸담았다. 1987년부터 1999년까지 13시즌 동안 1095경기에 나와 통산 874안타 45홈런 359타점 475득점 2할6푼5리의 성적을 기록한 류중일 감독은 데뷔 해와 1991년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삼성에 안기기도 했다.
그리고 2000년부터 2007년까지 삼성의 주루코치,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수비코치를 역임한 류중일 감독은 2011년부터 삼성의 지휘봉을 잡았다. 이 때까지 삼성 출신 선수 중 단 한번의 팀 이동 없이 감독이 된 경우는 없었다.
2011년 감독 데뷔 첫 해 류중일 감독은 삼성을 가장 높은 곳으로 올려놨다. 그리고 2016년까지 통합 우승 4연패, 정규시즌 우승 5연패라는 전인미답의 위업을 작성했다. 류중일 감독은 지난해 역대 최소 666경기 만에 감독으로서 400승을 달성하기도 했다.
그러나 2015년 한국시리즈 우승에 실패한 뒤, 선수 일부의 도박 의혹 등으로 분위기가 뒤숭숭했던 삼성은 'begin again'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재도약을 다짐했다. 하지만 선수들의 이탈과 부진 등 여러 악재 속에 최종 9위로 시즌을 마감했고 5년 동안 1위를 만들었던 류중일 감독은 한 해 9위로 칼바람을 피하지 못했다. 삼성은 '다시 시작'하는 류 감독을 기다려주지 않았다.
만약 류중일 감독이 내년 시즌까지 뛰었다면 삼성 최장 기간 감독으로 기록될 수 있었다. 2016시즌까지 465승 333패 12무를 기록한 류 감독의 500승 고지도 눈앞이었다. 하지만 삼성은 9위라는 성적 앞에서 무서울 정도로 냉정했다.
삼성은 보도자료에 "올해로 계약기간이 만료되는 류중일 전 감독은 향후 기술자문 자격으로 팀을 위해 지속 헌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헌신'을 '계획'하고 있다는 것이 본인이 아닌 구단을 통해 설명되는 것이 조금은 기이한 모양새다. 삼성은 '헌신'을 말하려면 류중일 감독의 앞선 29년을 말해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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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혜기자 eunhw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