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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 업 V] 남자대표팀을 위한 세 가지 변명. - 2.

기사입력 2007.12.03 12:48 / 기사수정 2007.12.03 12:48

편집부 기자

    
(한국의 양날개를 책임질 차세대 거포들, 문성민, 김요한, 박철우)

 2. 월드컵 세터부분 12위를 기록한 유광우.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월드컵에 참가했던 선수들 중, 매 경기마다 한국의 주공으로서 꾸준한 활약을 해준 문성민과 이호(전 현대캐피탈 리베로)에 이은 월드리베로로 성장한 여오현을 제외하면 쓴 소리를 안 들었던 선수들은 없을 겁니다.

  그 중에서도 주전세터로 활약한 유광우(인하대)에 대한 논란은 많았습니다. 아무리 한국 최고의 대학배구 세터라고 해도 국제적으로 놓고 봤을 때, 너무 떨어지는 게 아니냐는 의견도 적지 않게 나왔습니다.

  초반에는 그런대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았지만 좌우로 날아가는 토스의 스피드가 너무나 떨어지고 공격수의 타점과 위치를 잡지 못하는 불안감은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워낙 리시브가 안 되다 보니 토스의 질도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었지만 유광우에 비해 한층 빠르고 정교하며 게임의 흐름을 잘 읽고 가는 다른 국가의 세터들과 비교하기엔 너무나 기량이 미약해 보였습니다.

  그러나 유광우는 국제대회에서 주전세터로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연습기간도 길지 않았던 데다가 팀의 구성선수들 역시 세터에겐 그리 좋은 공격수들은 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유광우가 명성을 다졌던 무대는 한국의 대학리그에서였습니다.

  그에 비해 높이나 파워, 기르고 기술과 수비 등이 상대가 되지 않을 무대인 월드컵에서 단번에 뛰어난 세터가 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강한 서브와 공격에 대한 수비가 많은 경험을 토대로 얻어지듯 세터 역시 경험만큼 값진 훈련은 없습니다. 야구로 치자면 루키들이 뛰는 싱글 A에서 활약한 선수가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한 것과 비슷한 경우입니다.

  만약에 월드컵에서의 성적이 중요했다면 국제대회 경험이 없고 아직 대학선수에 불과한 유광우를 주전세터로 쓰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내년 5월에 있을 올림픽 예선전을 대비하려면 젊은 선수들의 경험이 우선적이었고 국가대표팀 주전세터인 권영민을 V리그를 위해 쉽게 내주지 않은 현대구단의 방침에도 문제를 둘 수 있습니다.

  비록 최종적인 결과표는 주전 세터들 중 최하위를 기록했지만 유광우 자신에게 있어서는 이번 월드컵이 큰 밑거름이 되었을 것입니다. 현재 자신을 최고라 불러진 무대가 얼마나 비좁은 무대였었고 토스가 얼마나 빠르고 정교해져야 하는지도 이번 대회를 통해 스스로 느꼈을 겁니다.

  이제 국제배구에서 양쪽 날개로 지긋이 올라가는 토스에 의존하는 오픈 공격은 자취를 감췄습니다. 신장과 파워가 뛰어난 선수들도 하나같이 빠른 C퀵을 구사하고 있으며 반드시 중앙 미들블로커가 트릭으로 점프해준 다음에 윙스파이커들은 빠른 속도로 공격하고 있습니다. 이런 스피드가 갖춰진 공격이 이루어지려면 세터의 빠르고 정확한 토스가 우선적으로 따라야합니다.

  좋은 리시브가 수반되면 세터에겐 더 좋은 여건이 없겠지만 우선적으로 왜 빠르고 정확한 토스가 국제무대에서 필요한지를 유광우 세터는 진지하게 고민하고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입니다.

  
  3. 팀을 조정하지 못하고 전술이 부족한 코칭스태프.

  한국도 이번에 국가대표가 출범되면서 처음으로 전임 감독체제로 팀을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남자팀에 유중탁 감독이 전임 감독으로 들어섰다면 여자팀엔 이정철 감독체제입니다.

  각 대표팀에 다른 프로 팀 소속 감독보다 전임 감독으로 운영된다는 것은 어느 면에선 고무적인 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남녀모두 코칭스태프가 새롭게 들어선지 얼마 되지 않았고 대표팀을 조직력으로 다져나가기엔 시간도 짧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또한 중요한 문제는 배구에 프로화가 출범되면서 각 팀에 소속되어 있는 우수 선수들을 대표팀으로 데려오기가 예전보다 한층 어려워졌다는 것입니다. 소속 팀에서 거액의 연봉을 받는 선수들은 최우선적으로 팀의 성적으로 위해 자신의 기량을 십분 발휘해야합니다. 그러다 보니 프로팀에 비해 대표팀에서 활약해야할 명분은 크지 않게 되며 자연스럽게 소속팀은 선수들을 대표팀에 내주길 꺼려하게 됩니다.

  협회와 구단과의 마찰은 한국이 아닌 다른 어느 나라에서도 있는 현상이지만 이러한 부분이 슬기롭게 풀리려면 두 기관이 합리적이고 조율적인 협상을 해내는 것입니다. 그러나 2007 월드컵 대회를 보자면 대표팀 선수들을 구성하기엔 여러 가지 애로사항이 많았습니다. 남자 월드컵대회는 12월 2일에 최종적으로 끝나게 되는데 국내리그인 2007~2008 V리그는 12월 1일이 개막일이었기 때문입니다.

  프로리그의 가장 큰 대회를 앞두고 각 프로팀의 핵심 선수들은 팀에서 조직력을 다져봐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대표 주전세터인 권영민 세터는 부득이 월드컵에 참여하지 못하게 되었으며 대표팀의 기둥인 이경수(LIG 손해보험)는 부상까지 겹쳐서 월드컵 참가 대표팀 엔트리에서 최종적으로 빠지게 됐습니다.

  유독 대학선수들의 출전이 많았던 월드컵은 국내리그와의 겹치는 일정이 크게 작용하였고 이러한 이유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대학선수 위주의 젊은 대표팀이 만들어진 것입니다.

  그리고 국가대표팀의 전력분석관이 이번 대회에 처음으로 참가했지만 일본과 브라질, 그리고 다른 국가들에 비하면 몇 년은 떨어진 정보력과 분석력을 지닌 것이 현 대표팀의 모습입니다.

  컴퓨터와 카메라, 그리고 각종 장비 물과 인건비 때문에 협회에서는 지난 아시아선수권에서도 전력 분석관을 두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일본은 이미 10년 전부터 최첨단 장비를 갖춘 채 꼼꼼히 기록해서 실시간으로 감독에게 상황을 전달하는 전력분석관이 존재했습니다. 준비한 전력과 그것을 지탱하는 현장적인 전술의 보완은 이기는 승리를 위해 필수적인 사항입니다.

  그러나 한국은 이러한 정보와 분석의 전쟁에서도 크게 뒤지고 있습니다. 정말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준 젊은 선수들에게 대회가 끝난 이 시점에서는 격려의 박수를 보내주고 싶습니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의 선수들이 열의가 없고 태만을 부린 것이 아니라고 그들을 감싸주고 싶습니다. 그러나 결코 2승 9패란 초라한 성적표가 무엇을 가져다주는지의 의미와 그것을 바탕으로 발전해야 할 노력이 얼마나 필요한지도 당부하고 싶습니다. 


<사진 = 대한배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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