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인터뷰①에 이어) 'W'는 현실과 만화가 공존하는 이색적인 세계관을 담았다. '우리가 사는 이 세계는 정말 현실일까', '현실이라고 증명할 수 있을까'라는 철학적인 물음을 던졌다. 죽음의 위기를 여러 번 넘겼던 강철(이종석 분)이 보이지 않은 존재에게 '너 누구야'라고 외친 것처럼 '나는 누구인가'라고 한 번쯤 생각하게 만든 작품이었다.
철학과 출신인 배우 허정도는 철학적인 질문을 재기발랄하게 하는 작품들에 끌린다고 말했다. 'W'의 성공을 단언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했다.
"처음 대본 받았을 때 철학적인 질문이 많았어요. 내가 누구로 인한 존재고 그 존재는 또 어떤 존재고
나는 실제로 존재하는가. 나는 무슨 존재일까 하는, 학교 다닐 때도 생각해봤던 중요한 질문들이 있더라고요. 그런 질문이 나온 것 자체가 저에겐 흥미로웠어요. 작품의 레벨도 좋다고 느꼈고요. 이런 질문이 드라마에서 나오기도 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죠."
철학적인 메시지 속 허정도가 맡은 박민수는 진지한 주인공들과 달리 웹툰 W의 덕후 면모를 가감 없이 뽐냈다. 까칠하지만 그의 말대로 재기발랄한 인물이었다. 드라마에서 나오는 보통의 의사들과 전혀 다른 이미지로 감초 노릇을 톡톡히 했다.
"연인이 변심한 느낌, 혹은 애정하던 가수가 이상한 노래를 부르는 느낌으로 연기했어요. 실제로 되게 좋아했던 만화가 있었는데 중후반에 그림체가 달라져서 굉장히 화가 났던 경험이 있어요. 그걸 'W' 할 때도 생각했어요. 만화보고 화냈던 모습이 이 사람(민수)과 비슷하더라고요."
박민수와 비슷한 부분이 많아요. 윤태호 작가의 '이끼', '야후', 또 강풀 작가의 작품을 거의 다 봤어요. 시작하면 끝을 보는 성격이라 한번 빠지면 만화 폐인이 되기 쉽죠. 내가 만화를 좋아할 때 어떻게 했고 실망할 때는 어떻게 했는지 박민수를 연기할 때 (경험을) 가져갔죠."
15회의 마지막 장면을 강렬하게 장식한 민수가 그토록 궁금해하던 웹툰 W의 마지막 회는 강철의 죽음으로 끝났다. 하지만 강철은 사실 살아있었고 그 전에 만화가 끝난 것에 불과했다. 성무(김의성)는 연주(한효주)와 강철의 해피엔딩을 위해 소멸했다.
허정도가 원했던 결말은 무엇인지 물었다. 그는 "미친개의 멜로?"라며 웃었다. "뻘소리였어요. 하하. 멜로 한 지가 오래됐거든요. 오래 안 하면 하고 싶어요. 악역도 오래 안 하면 하고 싶고 똑같은 게 반복되는 걸 못 참아요. 작품 볼 때도 지루한 걸 못 참고 제 연기도 지루하면 못 참죠. 드라마에서 멀쩡한 역할을 많이 했는데 이번에 미친개를 해서 좋았어요.
결말도 나쁘지 않았어요. 작가님도 고민했을 것이고 강렬했던 상황에서 많이 품고 간 것 같아요. 만화를 시작한 아버지가 마무리하며 양보하는 모습이 좋았어요."
그는 주로 한효주와 붙는 신이 많았다. 연주에게 사사건건 잔소리하던 그는 연주가 다름 아닌 오성무 작가의 딸인 것을 알게 되면서 W 얘기를 늘어놓는다. 연주에게 소개팅도 시켜주는 등 '은근히' 걱정도 해주는 재밌는 캐릭터다. 이 과정에서 같은 소속사 식구이기도 한 한효주와 짧지만 인상적인 '케미'를 발산했다.
"한효주 씨와 호흡은 좋았어요. 예쁜 아이가 웃으면서 응원해줘서 좋았죠.(웃음) 피부가 있나 싶을 정도로 너무 투명하고 밝아요. 생각보다 키도 크고요. 소속사로 만날 일은 없었고 W로 만나게 됐어요. 병원팀과 술 한잔 하자 했는데 아직 못 했네요. 효주는 쉬느라 정신없고 저 역시 공연연습 하느라 저녁 약속을 못 잡겠더라고요.
연주는 난이도가 높은 인물이에요. 현실과 만화를 오가야 하고 로코도 해내야 하고 남편의 죽음, 아버지 죽음도 비장하게 다 해내야 하는 폭이 큰 인물이었죠. 잘했다고 말해줬어요." (인터뷰③에서 계속)
khj3330@xportsnews.com / 사진 = BH엔터
[XP인터뷰①] 'W' 허정도 "미친개 캐릭터, 애드리브 많았죠"
[XP인터뷰③] 'W' 허정도 "진실되고 매력적인 배우 되고파"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