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서울월드컵경기장, 조용운 기자] 3-0의 일방적인 승리를 눈앞에 뒀던 한국이 거짓말처럼 2실점하며 씁쓸한 뒷맛만 남긴채 중국전을 마무리했다.
후반 한때 세 골 차의 리드를 잡으며 축제 분위기와 같았던 서울월드컵경기장은 3분새 2골을 허용하며 긴장감에 사로잡혔다. 다 이겼던 경기를 놓칠 수 있다는 불안감은 다행히 현실이 되지 않았지만 90분 종료 휘슬과 함께 안도의 한숨을 내쉰 점은 한중전의 양상이 달라졌음을 의미하는 신호탄이었다.
힘들었다. 슈틸리케호가 월드컵 최종예선 첫 경기를 어렵게 통과했다. 한국은 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중국과의 2018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 1차전에서 3-2로 진땀승을 거뒀다.
"쉽게 끝낼 수 있는 경기를 어렵게 끌고 갔다"는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총평이 정확하다. 한국은 중국에 쉽사리 우위를 잡았다. 전반부터 볼을 쥐고 경기를 풀어나간 한국은 3일의 준비기간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운영을 보여줬다.
유럽서 뛰는 공격진의 역량으로 중국을 흔들어댄 한국은 전반 이른 시간에 행운이 섞인 선제골로 균형을 깼다. 중국의 반격이 있었으나 차분하게 막아낸 한국은 후반 2골을 더 터뜨리면서 달아났다.
샴페인을 일찍 터뜨렸는지 한국은 남은 20여분을 혼란스럽게 진행했다. 중국은 한국의 수비진 클리어링 실수로 한골 만회한 뒤 무섭게 달려들어 프리킥으로 한방 더 성공하며 턱밑까지 추격했다. 그제서야 한국은 상황이 좋지 않음을 깨달았고 혈전 끝에 승리를 완성했다.
3분새 2실점은 곱씹어봐야 한다. 슈틸리케 감독은 집중력 결여에 무게를 뒀다. 그는 "3-0으로 이기고 있다보니 느슨해졌다. 첫 번째 실점은 우리의 실수였다. 두 번째는 프리킥 실점이니 넘어간다"면서 "두 번째 실점으로 이어지는 과정은 집중력이 떨어진 것을 느꼈다. 몇몇 선수들의 실전 감각 부족도 겹쳐 실점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수비진을 이끈 홍정호도 "3-0이 되고 나서 이겼다는 생각을 빨리 확정한 것 같다. 3-0 이후 문제점이 나왔으니 보완해야 한다"고 더했다.
단순한 방심이라면 독보다 약이 된 경기다. 찝찝하긴 하지만 한 차례 호된 경험이 앞으로 러시아로 가는 길에 결코 나쁘지 않은 채찍질이 될 수 있다.
다만 수비진의 문제를 실수로 치부한다면 문제가 생긴다. 실점 장면에서는 3-0의 리드를 고려해 느슨해진 정신력이 바탕이 됐을 수 있다. 그러나 한국 수비는 경기 내내 중국으르 맞아 안정감을 보여주지 못했다.
공격할 때 수비가 더 중요하다는 슈틸리케 감독의 강조에도 상대 역습을 제때 제어하지 못해 몇차례 단독 돌파를 허용했다. 수비진에서 패스미스가 많아 공격권을 쉽사리 넘겨주는 장면도 반복됐다. 제자리가 아닌 우측 풀백서 뛴 장현수는 90분 내내 실수만 반복했고 두 번째 실점 빌미가 되는 파울을 범하기까지 했다. 이 모든 것이 집중력 결여 때문은 아니다. 뒷문을 다시 점검해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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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운 기자 puyol@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