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조용운 기자] 항상 같았다. 최고의 카드를 꺼낸 것은 이해하지만 상대에 네 차례나 같은 카드를 보여주면 대처할 방법을 찾기 마련이다.
무적함대 스페인의 침몰 이유다. 스페인은 지난 28일(한국시간) 열린 유로2016 16강전에서 이탈리아에 0-2로 패했다. 유로2008과 유로2012를 연거푸 우승하며 유럽 최고로 우뚝선 스페인의 시대가 저물었다.
2년 전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에서 얻은 교훈이 없었다. 2000년대 후반 티키타카를 앞세워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스페인 축구는 브라질월드컵서 처절한 실패를 맛보며 진보 없이는 불가피함을 피부로 느꼈다.
월드컵이 끝나고 스페인은 다양한 변화를 시도했다. 비센테 델 보스케 감독은 주전술을 손봤고 새로운 선수들을 기용하며 새바람을 일으키려 애를 썼다. 실제로 이번 대회를 앞두고 기존 이름값에서 벗어나 새로운 얼굴을 다수 발탁하기도 했다.
다만 대회 안에서 변화가 없었다. 델 보스케 감독이 꺼내든 카드는 여전히 과거 전성기를 누렸던 선수들이었다. 예선을 통해 많은 행했던 실험은 온데간데 없었고 주전술, 주전 모두 과거 베스트11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변화에 인색했던 결과는 이탈리아전 무기력한 패배로 이어졌다. 현지 언론이 이번 대회 스페인의 실패 이유로 첫 손에 꼽는 것이 변화 없던 베스트11이다. 스페인 언론 '아스'는 "스페인은 베스트11이 항상 반복됐다. 정작 무기들은 벤치에 있었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델 보스케 감독은 체코와 첫 경기서 내보낸 베스트11을 터키, 크로아티아, 이탈리아전까지 기용했다. 베스트로 대회에 임하는 것은 옳은 방법이겠지만 얻은 것이 없었다. 골키퍼 변경에만 단호했을 뿐 필드플레이어는 같은 선수만 활용했다. 헥토르 베예린과 마르크 바르트라는 1분도 뛰지 못했고 변화 중심으로 떠올랐던 코케, 티아고 알칸타라, 루카스 바스케스 등도 기회가 적었다.
주전일변도의 운영은 체력 문제를 낳았다. 세르히오 라모스와 후안프란은 유럽챔피언스리그 결승을 치러 가장 늦게 팀에 합류했고 주전 다수를 이룬 FC바르셀로나 소속 선수들도 국왕컵 결승을 치르느라 체력 소모가 컸다.
이는 곧 훈련 집중의 문제기도 하다. 팀별 일정에 따라 선수들의 합류가 각기 이뤄지면서 한 달 전부터 시작된 소집훈련 성과가 없었다. 실제로 지난달 25일 처음 훈련을 시작할 때 모였던 18인 중 프랑스까지 온 선수들은 8명에 불과했다. 결국 주전들을 향한 과도한 집착은 델 보스케 감독 스스로 브라질월드컵 이후 2년의 리빌딩 시간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음을 인정한 꼴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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