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조용운 기자] 아르헨티나가 또 다시 눈물을 흘렸다. 메이저대회 준우승 징크스가 3년 연속 이어졌다.
칠레의 다섯번째 키커 프란시스코 실바의 슈팅이 골망을 흔드는 순간 모든 스포트라이트는 리오넬 메시를 향했다. 우승팀 칠레의 세리머니보다 메시가 고개를 숙이는 것에 더 관심을 보였다. 당연한 반응이다. 그만큼 이번 코파 아메리카 센테나리오 결승전의 모든 관심은 메시의 대관식에 쏠렸던 것이 사실이다.
상징성은 메시의 눈물이지만 연이은 우승 좌절이 안겨다준 허탈함의 크기는 하비에르 마스체라노를 능가할 수 없다. 마스체라노도 이번 준우승으로 어느새 아르헨티나 유니폼을 입고 다섯번째 한숨을 내쉬어야 했다. 한번도 어려울 메이저대회 결승을 다섯번이나 오르고도 모두 우승에 실패하기도 쉽지 않은데 마스체라노는 불운만 반복하는 중이다.
지난 2003년 처음 아르헨티나 대표팀에 발탁됐던 마스체라노는 이듬해 본격적인 주전 미드필더로 도약했다. 그렇게 처음 맞은 코파 아메리카 결승전부터 마스체라노의 불운이 시작됐다.
생애 첫 메이저대회 결승서 숙적 브라질을 만난 마스체라노는 아드리아누와 루이스 파비아누, 클레베르손 등의 상대를 온몸을 날려 막아내면서 120분 연장 혈투를 소화했다. 하지만 아르헨티나는 승부차기서 안드레스 달레산드로와 가브리엘 에인세가 실축하면서 2-4로 패했다.
마스체라노는 준우승의 아픔을 좀 빨리 이겨냈다. 비록 올림픽 무대긴 하지만 2004 아테네 대회에 나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아르헨티나와 함께 정상에 오를 수 있다는 기대감을 잃지 않았다.
기회는 빠르게 찾아왔다. 3년 뒤 코파 아메리카서 재차 결승에 오른 아르헨티나는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였다. 브라질이 제대로 된 전력을 구축하지 못한 가운데 아르헨티나는 조별리그부터 공격력을 폭발하며 우승후보 영순위로 평가받았다. 다시 결승서 브라질을 만난 마스체라노는 이번에도 풀타임을 뛰었으나 또 브라질에 0-3으로 패해 고개를 숙여야 했다.
이때부터 마스체라노도 준우승 징크스가 생겼다. 2014 브라질월드컵과 지난해 코파 아메리카에서도 연거푸 우승에 실패한 마스체라노는 이번 결승에 누구보다 우승 열망을 불태웠다. 대회 내내 최고의 활약을 보여준 마스체라노는 결승에서도 안정적인 수비력을 과시했다. 전투적인 칠레 중원을 맞아 아르헨티나가 내세울 파이팅 넘치는 움직임은 마스체라노뿐이었다.
더구나 마르코스 로호가 퇴장당한 후에는 소속팀에서 뛰듯 최후방까지 내려가 상대 공격을 커버하는 월등한 운동신경까지 과시했다. 마스체라노의 집중력은 마지막까지 대단했다. 메시가 우승에 대한 중압감을 이겨내지 못하고 승부차기를 실축하며 스스로 대업을 망친 것과 달리 마스체라노는 두 번째 키커로 나서 침착하게 성공하면서 제몫을 끝까지 다했다.
이후 동료의 성공을 기다렸던 마스체라노는 기대와 달리 루카스 비글리아의 실축으로 또다시 우승 트로피를 손에 넣지 못했다. 벌써 준우승만 5번. 메시 이상으로 우승이 절실했던 마스체라노는 자신의 마지막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뛴 결승전에서 또 한 번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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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운 기자 puyol@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