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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P인터뷰] 유승호, 지나온 시간만큼 넓어진 깊이

기사입력 2016.07.31 06:30 / 기사수정 2016.07.31 01:07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반듯함 속에 거침없는 솔직함이 함께 자리하고 있다. 배우 유승호가 영화 '봉이 김선달'(감독 박대민)을 통해 또 하나의 새로운 도전을 완성해냈다.

지난 6일 개봉한 '봉이 김선달'은 30일까지 204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여름 극장가 관객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임금도 속여먹고, 주인 없는 대동강도 팔아 치운 전설의 사기꾼 김선달의 통쾌한 사기극을 다룬 '봉이 김선달'에서 유승호는 위험을 즐길 줄 아는 두둑한 배포는 물론 비상한 두뇌로 난관을 헤쳐 나가는 매력적인 희대의 사기꾼 김선달 역을 소화했다.


▲ "'봉이 김선달'로 코미디 도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여장은 기본에 내시, 스님, 임금 등 다양한 인물로 변신해 웃음을 선사하는 유승호의 코미디를 만나볼 수 있다는 것 또한 '봉이 김선달'의 매력 중 하나다. 유승호 역시 '봉이 김선달'을 선택한 이유로 '코미디'라는 장르가 시선을 끌었음을 고백했다.

유승호는 "놓치고 싶지 않았다"면서 "예전부터 모든 장르를 한 번쯤 다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감독님께서 '젊고 섹시한 사기꾼인 김선달을 만들어보고 싶다'고 하셨었다. 지금 제 나이가 극 중 김선달과 비슷한 나이이고, 코미디 장르는 언젠가 꼭 해보고 싶었던 것이라서 여러모로 좋은 기회에 잘 맞게 찍을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얘기했다.

전작이었던 '조선마술사'에 이어 연이은 사극이라는 점에 잠시 고민했던 지점도 있었지만, 캐릭터와 영화 전체적인 분위기에 있어 차이를 두고 연기하면 될 것이라는 생각으로 자신감을 갖고 뛰어들 수 있었다.

우리가 보통 알고 있던 설화 속에서의 해학적인 봉이 김선달과는 전혀 다른 매력의 김선달이 유승호에 의해 재탄생됐다. 자신의 코믹 연기를 보며 즐거워하는 스태프들의 반응을 살펴보는 것은 촬영장에서 느낀 새로운 즐거움이었다.

유승호는 "코믹한 부분은 물론이고, 그렇지 않은 장면에서도 촬영 현장은 늘 웃음이 넘치고 즐거웠다. 특히 여장을 했을 때 스태프 분들이 '이게 뭐냐'며 많이 웃으셨는데, 이게 전에는 느껴보지 못한 감정이었다. 사람들이 웃는 모습이 참 보기 좋더라. 그동안은 좀 무거운 작품으로 많이 인사드렸었는데, '봉이 김선달'을 하고서는 정말 편하고 즐겁게, 코믹한 작품을 한 번 더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며 웃음 지었다.

김선달과 함께 하는 사기패 일원인 고창석(보원 역), 라미란(윤보살), 시우민(견이), 대립 구도를 형성하는 조재현(성대련)과의 유쾌하고 또 긴장감 넘치는 조화는 극에 더 몰입할 수 있게 하는 힘이 된다.

"마지막 촬영 때 뭔가 섭섭하고 아쉬웠다"고 회상한 유승호는 "그 때 당시 (김)민석이 형(시우민)이 없었다. 빈자리가 많이 느껴지더라. 무엇을 어떻게 더 굳이 하지 않아도 팀워크가 잘 맞는 느낌이었다. 홍보활동을 진행하면서 사기패들이 다 같이 모였는데, 정말 반갑더라"며 함께 한 동료들에 대한 아낌없는 애정도 함께 전했다.


▲ "작품 전체를 바라보는 책임감 생겨"…깊고 넓어지는 시선

유승호는 2000년 드라마 '가시고기'로 데뷔해 어느덧 16년차 배우 생활을 맞았다. 여덟 살 소년은 어느덧 스물네 살 듬직하고 건장한 청년이 돼 자신의 스펙트럼을 조금씩 넓혀가며 우직한 발걸음을 내딛고 있는 중이다.

2013년 3월 군 입대 전까지 활발한 작품 활동을 이어가던 유승호는 2014년 12월 전역 이후에도 MBC 에브리원 '상상고양이'와 SBS '리멤버-아들의 전쟁', 영화 '조선마술사', '봉이 김선달'까지 연이어 모습을 드러내며 쉴 틈 없는 행보를 이어오고 있다.

유승호는 정말 오랜만에 정식으로 마련된 취재진과의 인터뷰 자리에 대해서도 "신기하다"는 말과 함께 "어렸을 때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지금보다 더 못했었다"며 연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어린 시절부터 유독 '예쁘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왔던 유승호는 '봉이 김선달'에서의 여장 등을 통해 스스로도 '난 남자구나'라는 것을 발견했다면서 호탕하게 웃었다.

유승호는 "어릴 때 주위에서 '예쁘다'고 말한 것에는 기분이 나쁘지도, 그렇다고 반갑지도 않았었던 것 같다. 그냥 '그렇구나'란 생각으로 살았었는데, 영화 속에서 여장을 하면 진짜 여자처럼 예쁠 줄 알았더니 제 골격과 힘줄이 다 그대로 드러나서 징그럽더라"고 설명하며 다시 미소를 보였다.

너무나도 어린 시절부터 일찍 사회생활을 시작해왔기에, 스스로도 다른 이들과는 조금 다른 삶을 살고 있다고 매 순간 느낄 수밖에 없었던 시간들이었다.

유승호는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싶다. 예를 들면 학생 때 수학여행을 가고, 교복 입고 친구들과 PC방을 간다거나 하는 것들을 하지 못했으니까 너무 아쉬운 점은 있다"고 얘기했다.

자신의 미래에 대한 새로운 길을 찾고, 생각한다는 것이 전혀 낯설지 않은 젊은 나이. '혹시 다른 꿈을 생각해본 적은 없냐'는 물음에 잠시 생각에 잠긴 유승호는 "제가 딱히 운동이나 공부, 춤, 노래를 잘 하는 게 없다"고 멋쩍은 미소를 보인 뒤 "사회봉사활동은 하고 싶더라. 지금 마음 같아서도 친구들과 함께 봉사활동을 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데, 그게 오히려 저 때문에 피해가 될 것 같은 생각도 있어서 조심하고 있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한창 활발히 활동을 할 나이에 조용히 군에 입대한 것은 물론, 대학교 특례 입학을 거부했던 사연은 많은 이들에게 회자되기도 했다.

유승호는 "'이미지를 좋게 해야지'라고 생각해서 한 것은 아니다"라고 솔직하게, 또 조심스럽게 운을 뗀 후 "대학교를 가도 제대로 출석하지 못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또 군대를 일찍 간 것은 어렸을 때 꿈이 군인이기도 했고, 배우 생활을 하면서도 군인들이 항상 멋져보였다. 작품 활동을 하면서 힘든 점도 많이 있었기에 사실 도망치고 싶은 생각도 좀 있었던 것 같다. 원래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가려고 했었는데, 부모님과 얘기 후 결정한 시간이 그 때였던 거다"라고 고백했다.

군대 생활은 인간 유승호의 삶에도 큰 자산이 됐다. 또래 친구들과도 속 편히 이야기를 나누기 조금 힘들었던 모습은 군대에서 만난 선임과의 교감을 통해 조금씩 바뀔 수 있었다. 사회에 나온 후에도 든든한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 것은 물론이다.

유승호는 "연기를 하면서 어렸을 때는 제 의지와 상관없이 했던 경우도 있으니 작품에 공감을 할 수도, 또 자세히 알지 못했던 적도 많았다. 그런데 지금은 하나하나 알아가고, 공감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내 캐릭터만 보는 게 아니라 작품 전체를 바라보는 책임감도 생겼고, 나 혼자만 잘해서 돋보이고 싶은 게 아니라 '그 작품에 잘 녹아들면 나도 돋보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 같다"며 지나 온 시간들을 정리했다.

우여곡절 여러 일들 속에서도 단단해져가는 법을 스스로 터득해 낸 그다. 시간이 더해질수록 조금씩 넓어져가는 유승호의 시선이 조금씩 더 깊어져 갈 다음 행보를 기대케 만들고 있다.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엑스포츠뉴스 박지영 기자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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