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서울월드컵경기장, 조용운 기자] 기적에 또 기적이었다. 90분 전쟁도 극적이었지만 연장 그리고 승부차기는 더욱 각본 없는 드라마가 펼쳐졌다. 최용수 감독은 롤러코스터와 같았던 우라와 레즈(일본)전을 "나는 죽는 경기"라고 정의했다.
서울이 죽었다 살아났다. 서울은 25일 홈구장인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에서 우라와와 승부차기까지 가는 대혈투 끝에 7-6으로 승리해 8강행 티켓을 손에 넣었다.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경기였다. 서울은 하필 1차전 원정경기를 상대에 0-1로 내주고 안방으로 돌아온터라 90분 안에 흐름을 뒤집기 위해서는 2골차 승리가 필요했다.
공격적인 라인업을 들고 나온 서울은 전반 29분 데얀의 골이 터지면서 준비했던 시나리오대로 경기를 풀어갔다. 하지만 계속 두들기고도 추가골은 나오지 않았고 오히려 수비가 흔들리면서 실점 위기를 자주 맞았다.
다행히 박용우를 투입하면서 급한 불을 끈 서울은 1-0으로 정규시간을 마치며 1차전 패배를 딛고 연장으로 승부를 끌고갔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는 유럽과 달리 연장부터 원정 다득점 원칙이 사라진다. 실점의 부담을 덜자 후반 내내 지키던 모습에서 탈피한 서울이 다시 발톱을 드러냈고 연장 전반 4분 만에 주세종-박주영-아드리아노로 이어지는 패스플레이를 통해 역전에 성공했다.
이대로 끝나도 드라마인데 서울은 그 짧은 시간 동안 또 한번의 시련을 겪었다. 선수들의 체력이 급격하게 떨어지면서 다 이긴 듯한 분위기에 연속 2실점으로 찬물을 끼얹었다. 합계 2-3으로 밀리자 최용수 감독은 심우연을 마지막 교체카드로 넣으면서 마지막 승부에 돌입했다.
사실 경기장 분위기는 서울의 탈락으로 굳어질 때 또한번 기적이 일어났다. 선수들의 위치를 더욱 올려 남은 5분여를 몰아친 서울은 극장골 전문가 고요한이 천금같은 동점골을 세번째 골을 뽑아내면서 위기를 극복했다. 승부차기까지 손에 땀을 쥐게 만들었고 오스마르의 실축에도 유상훈 골키퍼의 두 차례 선방으로 길었던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서울의 힘이 잘 드러났다. 최소한 2골 이상이 필요했던 경기 아데박(아드리아노-데얀-박주영)의 공격진은 자신들의 기량을 확실하게 증명했다. 필요할 때 모두 득점에 관여하면서 뚫을 수 없는 방패가 없음을 과시했다.
여기에 정신력까지 더해 상승세를 이어간 서울은 고공행진을 이어갈 원동력까지 얻게 됐다. 시즌 초반 행보에 비해 조금 페이스가 떨어졌던 상황서 엎치락뒤치락 끝에 대첩을 완성했기에 팀 사기는 하늘을 찌를 것이 분명해졌다.
힘은 최 감독의 마지막 말에서 잘 엿보인다. 서울은 8강 대진추첨을 통해 전북 현대와 상하이 상강, 산둥 루넝 중에 한 팀을 상대한다. 누구와 만나고 싶은가 질문에 최 감독은 "상대를 가리지 않겠다"고 잘라말했다. 극장승리의 효과는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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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운 기자 puyol@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