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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던 해도 될까?' 투수·타자 각자의 입장 [XP 인사이드]

기사입력 2016.05.26 07:00 / 기사수정 2016.05.26 09:52

나유리 기자


[엑스포츠뉴스=나유리 기자] 며칠 전이었다. 메이저리그에서 오도어와 바티스타가 난데 없이 경기 중 난투극을 벌여 지구 반대편 한국에서도 큰 화제가 됐다. 그런데 사실 둘 사이의 갈등은 작년 포스트시즌에서 바티스타의 '빠던(배트 플립)'이 원인이었다는 이야기가 솔솔 흘러나왔다.

영어로 배트 플립(bat flip)이라 부르고 우리말로 순화하면 방망이 던지기 또 더 세속적(?)인 용어로 줄여부르면 빠던(빠따 던지기)이라 하는 이것. 타자가 배트를 휘두른 직후 홈런임을 확신하고 배트를 더 과장해서 던지거나 내려놓는 행위. 일종의 홈런 세리머니와도 같은 이것. 바로 논란의 대상인 '배트 플립'이다. 

KBO리그에서 홈런 타자였던 강정호나 박병호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했을 때, 과연 그들이 그곳에서 배트 플립을 할 것인가를 두고 미국 언론에서도 큰 관심을 가졌다. 배트 플립을 둘러싼 문화는 한국과 미국이 조금 다르다. 한국에서는 배트 플립을 자주볼 수 있고, 미국은 전반적으로 자제하는 분위기다. 투수와 상대팀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작년 가을 호세 바티스타의 배트 플립은 리그 분위기상 얼마나 많은 논란을 일으켰을지 어느정도 이해가 간다. 바티스타는 지난해 10월 15일 홈구장에서 열린 텍사스와의 디비전시리즈 5차전에서 3-3에서 6-3을 만드는 역전 스리런 홈런을 터트렸다. 사실상 바티스타의 홈런으로 토론토의 챔피언십시리즈 진출이 확정됐고, 그곳은 더욱이 토론토팬들로 가득찬 홈 구장이었다. 관중석은 바티스타의 홈런이 터진 후 5분 가까이 엄청난 함성으로 뒤덮였다.



하지만 당시 바티스타의 배트 플립은 두고두고 입방아에 올랐다. 치자마자 홈런임을 확신한 그는 타구를 한참 지켜보다 배트를 천천히 집어 던졌고, 격한 자축 세리머니를 하며 천천히 다이아몬드를 돌았다.

충분히 상대를 자극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경기는 토론토의 승리로 끝났지만 리그내 관계자들의 비판이 이어졌고, 바티스타는 "텍사스에게 무례하기 위해 한 행동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나온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다. 이번 바티스타-오도어의 충돌이 당시의 앙금에서부터 비롯됐다고 보는 이유다. 쉽게 말해 텍사스팀에게 바티스타는 '얄미웠던 녀석'으로 찍혀있기 때문이다.

KBO리그내 분위기는 조금 다르다. 예전에 비해 자중하는 추세지만 여전히 세리머니성 배트플립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리고 "배트 플립은 무례한 행동이 아니다. 순간적인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일 뿐 옳고 그른 문제가 아니다"라는 데릭 지터의 말처럼, 결정적인 홈런이나 압도적인 타자의 배트 플립은 상황에 따라 충분히 이해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크다. KBO리그 몇몇 투수, 타자 그리고 외국인 선수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투수들의 입장

당연히 기분이 좋지 않다. 세상에 홈런을 맞고 기분이 좋은 투수가 어디에 있을까. 설령 아무리 크게 이기고 있어도 말이다. KBO리그 타자들 중에는 배트 플립을 심하게 하는 타자들이 많다. 그래, 타자들의 입장을 십분 이해해서 어차피 배트는 손에서 내려놔야 하는거니까 던지는 것까지는 넘어간다고 해도 치고 나서 타구를 한참 쳐다보다가 설렁설렁 베이스로 뛰어갈 때는 그 복잡미묘한 기분이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또 가끔 너무 오버하는 선수들도 있다. 배트 플립을 멋있게 하고나서 그 타구가 플라이로 잡히는 경우도 많은데 그럴땐 서로 민망하다.

물론 배트플립 자체에 대해 전혀 신경 안쓰는 투수들도 있다. 하지만 반대로 무척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투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메이저리그에서도 배리 본즈급 엄청난 타자들의 경우 배트 플립을 해도 크게 비난받지 않는다고 들었다. 그런 경우는 이해할 수 있다. 



◆ 타자들의 입장

그래도 현재 KBO리그 타자들의 배트 플립은 심하지 않은 수준인 것 같은데. 물론 예의를 지켜야한다는 것은 동의한다. 하지만 배트 플립이라는게 어디까지나 자기 스스로의 순간적인 표현에 불과하고 대부분은 일부러 상대를 자극하려는게 아니라 자신도 모르게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순간에 몰입하기 때문이다. 또 승부의 세계에서 이정도 감정 표현은 할 수 있는것 아닌가?

지난달 KIA 서동욱이 이적 첫 타석에서 배트 플립을 했었는데, 그런 경우는 양 팀 선수들 모두 이해하고 넘어간다. 왜냐면 스토리가 있는 홈런이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잘 풀리지 않아 답답했던 심경까지 묻어나오는 것이랄까. 당시 서동욱이 상대를 자극하기 위해 그렇게 했겠나. 자기 자신에 대한 만족에 불과하다.

◆ 외국인 선수들은? 

드물게 KBO리그 선수들의 배트 플립에 항의하는 외국인 선수들도 있다. 대체적으로 한국 타자들의 배트 플립이 심하다는 의견에는 동의했다. 그러나 미국에서도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는 이야기가 나오는만큼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호불호에 가깝다. 아마 이 논란은 앞으로도 계속되지 않을까. 메이저리그에서 몸 담았던 투수들 중에 배트 플립에 무척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들도 많다. 반대로 크게 신경쓰지 않는 투수들도 있다. 미국에서 왔다고 해서 무조건 배트 플립을 반대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단 한가지 의견은 일치했다. 배트 플립을 했으면 무조건 홈런이어야 한다. 외야 뜬공이나 파울이 됐을때 배트 플립을 하면 그때만큼은 빈정 상한다. 투수를 무시하는 행동이라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다. 

NYR@xportsnews.com/사진=엑스포츠뉴스

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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