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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의 e스토리] 악동들과 돌풍 일으킨 진지한 남자, 아프리카 정제승 코치

기사입력 2016.05.24 10:29 / 기사수정 2016.05.24 11:49

박상진 기자

[엑스포츠뉴스=박상진 기자] 롤챔스 서머 시즌 개막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지금 롤챔스 스프링 시즌을 돌아보자면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부진은 있어도 몰락은 없던 SKT T1의 롤챔스와 MSI 우승, ROX의 11연승, MVP와 ESC 에버의 롤챔스 입성 등 처음부터 끝까지 이전 시즌과 다른 많은 일이 있었다. 그러나 스프링에 이어 서머 시즌까지 계속 진행형인 이야기가 있다. 바로 아프리카 프릭스의 포스트시즌 진출.

2015년 서머 시즌 레블즈 아나키로 '악동'같던 이미지를 자랑하던 '익수' 전익수, '리라' 남태유, '미키' 손영민' 상윤' 권상윤, '눈꽃' 노회종 등 다섯 선수는 2016년 스프링 아프리카 프릭스 창단으로 강현종 감독과 정제승 코치를 만난다. 그리고 이들은 어디로 튈 줄 모르는 악동에서 시즌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한 소년만화같은 이야기를 써내려갔다.



스포츠 무대에서 영광은 선수의 것이다. 그만큼 경기는 선수의 활약에 영향받는다. 그러나 선수들이 활약할 수 있게끔 지원하는 코칭스테프의 영향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선수도 사람인 이상 경기에서 연승하거나 연패할 때 이들을 다독이거나 환기시킬 사람도 필요하다. 선수가 연습에 전념하게끔 전략을 세워줄 사람도 필요하다.

아프리카 프릭스 강현종 감독은 포스트 시즌 진출 소감을 밝히며 선수들과 코치의 공이 컸다고 밝혔다. 정제승 코치는 강현종 감독이 CJ 엔투스 시절 코치로 등용해 아프리카 프릭스까지 함께 온 사람이다. 요리사와 운동 트레이너 등 게임과 어울리지 않은 경력을 가진 정제승 코치는 CJ와 계약 직후 많은 팀에서 러브콜을 받았지만, 이를 모두 거절하고 다시 한 번 강현종 감독과 함께 아프리카 프릭스에서 활동했다.

작년 정제승 코치가 CJ 엔투스 코치로 이름을 올렸을 때는 이 사람이 누군지 알지 못했다. 정제승 코치는 2011년 당시 강현종 감독이 이끌던 MIG 팀에서 새로운 탑 라이너를 구하게 됐고, 그 과정에서 '샤이' 박상면과 마지막까지 경쟁했다. 정제승 코치는 당시 정글러였지만 이현우 해설의 추천으로 테스트를 봤다. 그러나 당시 메타에서 중요했던 젝스 장인이었던 박상면보다 좋은 모습을 보이기 쉽지 않았고, 자신의 포지션도 아니라 아쉽게 테스트에서 탈락했다.

결국 제닉스 스톰에 입단한 정제승 코치는 당시 자신과 라인에서 활약할 '코코' 신진영을 발굴하기도 했다. 공격적이고 상대를 압박하는 플레이가 인상적이었다고. 승부욕이 강했던 거도 정제승 코치와 맞는 부분이었다. 그러나 미래에 대한 확신이 필요했던 정제승 코치는 팀을 나오며 일단 e스포츠에 대한 꿈을 접었다. 팀을 나오며 테스트 요청도 많이 받았지만, 정제승 코치는 즐겁고 행복하게 계속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생각이었다.

150Kg가 넘던 체중을 반 이상 줄일 정도로 강한 의지력을 가졌던 정제승 코치는 고향 근처인 대전에서 다시 운동을 배우던 중 정제승 코치는 등 근육 부상을 입으며 재활 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서울로 재활 치료를 다니던 정제승 코치는 강현종 감독을 다시 만났고, 그의 단도직입적인 코치 영입 요청으로 선수가 아닌 코칭스테프로 다시 e스포츠 무대에 올랐다.



"스포츠나 e스포츠가 같은 부분이라면 일이 시기가 중요하다는 거죠. 스포츠처럼 e스포츠도 시기를 놓치면 할 수 없고, 계속 저를 기억해준 강현종 감독님의 설득에 코치를 시작하게 됐어요. 제 정신력이나 운동에 관한 열정을 보고 계속 기억해주셨던 거고, 저도 강현종 감독님을 보고 다시 e스포츠로 돌아왓어요."

e스포츠를 떠나있던 동안 생긴 공백을 메꾸기 위해 기초부터 상대 팀 분석까지 다시 준비했던 정제승 코치의 첫 팀 생활은 길게 가지 못했다. CJ 엔투스에서 기존 코칭스테프의 계약 종료를 알린 것. 다만 정제승 코치에게는 남아달라고 했지만, 그는 강현종 감독과 새로운 팀을 찾기로 결정했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정제승 코치는 케스파컵을 준비했고, 준우승이라는 성적도 냈다.

'감독은 코치를 만들고, 코치는 선수를 만든다'는 생각을 가진 정제승 코치는 한국 최초로 롤드컵 결승이 간 강현종 감독과 새팀을 찾았다. 중국과 일본, 멀리는 터키까지도 팀을 알아봤지만, 이들의 새 팀은 기존 레블즈 아나키를 인수한 아프리카 프릭스였다. 정제승 코치는 강현종 감독과 할 수 있는 걸 보여주자는 이유로 한국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작년 서머 시즌 상대했을떄는 아마추어 같은 느낌을 받았다는 정제승 코치는 처음 선수들을 만났을 때 선수들의 눈빛이 계속 기억난다고 말했다. "처음 만났을 때 다들 '누구세요?' 하는 눈빛으로 저를 쳐다보더라고요. 다섯 명이 꽁꽁 뭉쳐있어 어떻게 녹아들지 고민이 컸어요. 쉬는 기간에도 선수들을 만났을 때 어떤 거부터 할지 정해두고, 목표치를 정하고 있었는데 이 선수들과 첫 시즌 포스트시즌에만 진출해도 대 성공이라고 생각했어요."

스프링 1라운드에서 눈에 띄는 성적을 내지 못했지만, 라운드 막판 SKT T1을 잡아내는 인상적인 경기를 펼친 아프리카 프릭스를 보며 정제승 코치는 포스트 시즌 진출이라는 자신의 목표를 이룰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이들의 기세와 함께 단단함을 갖추면 충분할 거라는 그의 예상과 맞게 아프리카 프릭스는 7승 2패를 기록하며 ROX 타이거즈, SKT T1과 함께 서머 시즌 최고의 성적을 냈다. 



"새벽에도 감독님과 수없이 팀에 대해 이야기를 했어요. 그리고 저와 감독님의 모습을 보고 선수들도 마음을 열더라고요. 그러면서 점점 성적이 나기 시작했어요. 물론 시즌 마지막 포스트시즌 진출을 두고 엄청난 압박을 받았지만, 감독님의 조언과 다시 한 번 해보자는 근성으로 선수들과 함께 좋은 성적을 낸 거 같아요."

레블즈 아나키에서 아프리카 프릭스로 바뀐 이번 시즌 팀 이름만큼이나 팀의 스타일 변화도 컸다. '익수' 전익수나 '리라' 남태유가 자신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시기였다. 눈에 띄지는 않았지만 '상윤' 권상윤과 '눈꽃' 노회종의 활약도 컸다. 언제나 모두가 주목받을 수 있고 주인공이 될 수 있는 팀이 된 것.

정제승 코치는 레블즈 아나키 시절 팀의 에이스였던 '미키' 손영민의 변화 역시 팀 성적 상승의 이유라고 밝혔다. 라인전 단계 피지컬은 최고였고, 캐리형 챔피언으로 경기를 이끌 수 있지만 그 능력을 팀에 도움이 되도록 발휘한 게 컸다는 것. 리그 오브 레전드는 팀 게임이고, 본인이 언제나 주인공이 될 수 없는 게임이라고 말한 정제승 코치는 '미키' 손영민이 자신에게 맞지 않는 챔피언을 하면서 답답함을 느꼈지만 더 열심히 하며 발전한 모습을 보였다며 칭찬했다.



다섯 명이 똘똘 뭉친 선수들 사이에 정제승 코치는 어떻게 녹아들었을까. 정제승 코치는 선수보다 먼저 일어나서 늦게 자는 코치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그대로 실천했다. 선수들의 일에 대해 알기를 원했고, 끊임없이 서로 맞춰간 정제승 코치는 e스포츠 코치와 스포츠 코치의 역할이 다를 바 없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팀 게임인 이상 선수들에게 녹아들어갈 게 필요했고, 연습 외에 쉬는 시간에도 선수들과 애견 카페를 가거나 호수 공원에서 운동하고 가끔 PC방에서 같이 다른 게임을 즐기며 형으로 다가가며 유대관계를 쌓았다고 한다.

아프리카 프릭스 선수들 역시 1주일만에 정제승 코치의 진지하고 오글거리는 모습을 알았다고. 이런 모습을 그대로 보인 게 '히사시부리 코치님'. 정제승 코치는 그 영상에 나온 모습은 자신의 본 모습과 다를 바 없다고 이야기했다.

아쉽게도 아프리카 프릭스는 포스트시즌 첫 경기에서 패배하며 스프링 시즌을 마쳤다. 무대도 서 본 사람이 안다고, 경험면에서 진에어 그린윙스에 밀렸다고 평가한 정제승 코치는 선수들이 점점 커지는 무대에 긴장해서 경직된 플레이를 보였다고 말했다. 그래도 워낙 밝은 팀이기에 선수들도 금방 회복하고 쉬는 기간에 휴식을 취하며 금방 분위기를 회복했다.



서머 시즌을 얼마 앞두지 않은 시점에서 정제승 코치는 다시 한 번 선수들과 같이 포스트시즌 무대에 오르고 싶다고 말했다. 선수들이 더 큰 무대에 서서 그 분위기를 느껴봐야 다음에 더 잘할 거라고 말한 정제승 코치는 롤챔스 결승이나 롤드컵 무대의 부담감이 선수들을 더 성장시킬 거 같다고 말했다.

코치로서 무언가 남기는 게 목표라는 정제승 코치는 롤드컵 무대에 올라 우승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금 지신의 위치에서 얼마나 최선을 다하고 무엇을 이루느냐에 따라 최종 목표로 가는 길이 달라질 거라 생각한다며 지금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롤챔스 서머 시즌을 준비하는 정제승 코치는 아프리카 프릭스 팬들에게 언제나 감사한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팬이 많아지며 선수들도 힘을 받고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거라고 말한 정제승 코치는 팬이 더 많아지면 좋겠다는 욕심도 보였다. 그리고 롤챔스 서머 시즌을 앞둔 선수들에게 짧은 메시지도 보냈다.

"아직 우리가 같이할 수 있는 게 더 많은 거 같다. 팀원들이 서로를 얼마나 믿고 함께 가느냐에 따라 우리가 서머 시즌에서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 결정되는 거로 생각하니, 나태해지지 말고 최선을 다하자. 그리고 더욱 친해져서 즐겁게 지냈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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