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파주, 조용운 기자] 점심시간을 훌쩍 넘긴 시간까지 훈련은 계속됐고 해외파들은 비오듯 땀을 흘렸다. 오로지 스페인을 상대한다는 동기부여가 발길을 이끌었다.
시즌을 마치고 달콤한 휴가를 보내고 있어야 할 해외파 7인이 23일 자발적으로 파주NFC(축구대표팀트레이닝센터)에 모였다. 대표팀의 정식 소집인 29일보다 일주일 먼저 모인 것은 내달 열리는 유럽 원정 2연전을 앞두고 몸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주장 기성용이 중심이 됐다. 기성용은 23일 발표된 스페인-체코전 명단에 포함된 해외파를 한데 모아 훈련을 계획했다. 손흥민과 윤석영, 홍정호, 지동원 등 함께 시즌을 마무리한 유럽파가 대다수였고 아시아서 뛰는 임창우, 장현수도 동참했다.
세계 최강 스페인과 맞대결을 한다는 것이 계기가 됐다. 기성용은 "해외파 선수들은 시즌이 끝나 스페인전을 준비하기까지 시간이 많이 남는다. 2주를 쉰 뒤에 3일 준비해서 스페인을 상대한다는 것은 프로의 자세가 아니다"고 조기소집 이유를 전했다.
손흥민도 "선수들이 스페인과 체코전을 향한 의지가 좋다. 조기소집 얘기를 늦게 들었는데 함께 훈련하고 싶어서 합류하게 됐다"며 "그동안 대표팀이 좋은 모습을 보였는데 아무래도 상대가 아시아쪽이었다. 유럽에 나가서 평가전을 하는 것에 기대가 되기에 망신 안 당하도록 하겠다"고 스페인전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지난해 3월 우즈베키스탄전 이후 14개월 만에 대표팀에 재승선한 윤석영도 "휴식기간이 길면 컨디션이 떨어질 수 있다는 생각에 (기)성용이형 중심으로 모이게 됐다. 몸을 더 빨리 만들겠다는 의욕이 크다"면서 "스페인과 체코는 강팀이다. 더 집중하고 뭉쳐야 한다"는 자세를 보였다.
선수들이 자발적 훈련을 지켜본 슈틸리케 감독은 그저 기특할 뿐이다. 그는 "해외파 선수들에게 소집 전까지 훈련할 것을 권고하기는 했는데 다들 모여서 훈련하겠다는 답을 보내왔다"며 "사실 이번주가 국제축구연맹(FIFA)이 정한 A매치 기간이 아니어서 소집 훈련을 시킬 근거가 없었는데 다행이다. 여러명의 해외파가 대표팀을 위해 희생하는 자세가 고맙다"고 칭찬했다.
이들 덕분인지 슈틸리케 감독은 FIFA 랭킹 6위의 스페인을 상대로 승리를 입에 올렸다. 유럽 원정에 나설 20인을 발표하는 자리서 그는 "2012년 5월에 치러진 스페인전을 봤다. 결과가 1-4였는데 2-8로 끝나도 이상할 것이 없는 경기였다. 선수들에게 그때 경기 영상을 보여주고 할 수 있다는 생각을 주입시킬 것"이라며 "누구를 상대하든 우리의 축구철학을 잊어서는 안 된다. 자신감을 가지고 스페인을 이기기 위해 준비할 것이다. 처음부터 진다는 생각이라면 원정을 갈 이유가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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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운 기자 puyol@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