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파주, 조용운 기자] 울리 슈틸리케(62) 축구대표팀 감독의 칼날은 날카로웠다. 뛰지 못하는 선수들에게 두 번의 기회를 주지 않았다.
내달 유럽 원정을 준비하는 슈틸리케 감독은 23일 오전 파주NFC(축구대표팀트레이닝센터)에서 스페인(6월1일), 체코(6월5일)전에 나설 20인을 발표했다.
변화폭이 크다. 지난 3월 소집 명단과 비교해 무려 9명이 제외됐다. 그동안 대표팀을 굳건히 지탱해주던 다수의 유럽파가 탈락했다.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은 부상의 이유가 있었으나 이청용(크리스탈팰리스)과 박주호(도르트문트), 김진수(호펜하임) 등은 별다른 부상이 아님에도 슈틸리케 감독의 눈에 들지 못했다.
이유는 경쟁력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유럽에서도 손에 꼽히는 강호인 스페인, 체코를 상대하면서 한국 축구의 현주소를 확인하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최고의 전력을 구축하길 원했고 누누이 말했던 '뛰지 못하면 뽑지 않겠다'던 입장을 지켰다.
주된 대상은 지난 3월 한 차례 기회를 줬던 이청용, 박주호, 김진수다. 슈틸리케 감독은 두 달 전만 하더라도 이들을 지목하며 "작년에 대표팀에서 보여준 활약상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어려운 시기를 보내는 이들에게 한 번의 기회를 안겨주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소속팀으로 돌아가 반전을 만들지 못했다. 박주호와 김진수는 여전히 결장을 이어갔고 이청용은 간간이 교체로 뛰긴 했지만 앨런 파듀 감독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인터뷰로 논란을 일으켰다. 결국 최근 열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FA컵 결승전 출전 명단에 들지 못하는 수모를 겪었다.
대표팀 합류 효과를 누를 통해 자신감을 되찾길 바랐던 요구에도 선수들이 시즌 막판까지 반등을 이뤄내지 못하자 같은 선택을 하지 않았다. 더이상 신뢰를 앞세운 유럽파 배려는 있을 수 없다는 단호함이 엿보였다.
여기에 활약이 부족한 선수들도 승선에 실패했다. 대표팀의 황태자인 이정협(울산)은 올해 K리그 클래식에서 10경기를 뛰면서도 1골 1도움에 그치자 과감하게 황의조(성남)와 석현준(포르투) 둘만 유럽 원정에 데려가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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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운 기자 puyol@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