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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지단에게 돌을 던질 수 없다

기사입력 2016.05.15 09:48 / 기사수정 2016.05.15 09:48

신태성 기자

 
[엑스포츠뉴스=신태성 기자] 레알 마드리드의 극적인 리그 역전 우승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결국 승점 1점 차이를 넘지는 못했다.
 
2015~2016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최종전에서 레알과 FC바르셀로나가 각각 데포르티보 라 코루냐와 그라나다CF에 승리를 거두었다. 마지막 경기까지 우승팀이 정해지지 않았던 프리메라리가는 바르셀로나가 1위(승점 91점), 레알이 2위(승점 90점)로 끝마치게 됐다. ‘우승이 아니면 실패’라는 레알이지만 지네딘 지단 감독에게는 실패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는다.
 
지단 감독은 시즌이 한참 진행 중이던 올해 1월 지휘봉을 잡았다. 이전까지 레알의 2군이자 스페인 3부 리그에 있는 카스티야의 감독직을 맡았던 경험밖에 없는 지단이었기에 사람들은 의문을 표했다. ‘초짜 감독’이 레알을 지휘하기에는 아직 너무 이르다는 평이 대부분이었다. 지단 부임 이전 감독이었던 라파엘 베니테즈도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우승 등의 화려한 경력이 있었음에도 레알에서 실패를 맛봤기에 이러한 우려는 당연했다.
 
하지만 지단은 생각보다 괜찮은 행보를 보였다. 데뷔전인 홈경기에서 데포르티보를 5-0으로 격파한 것을 시작으로 바르셀로나와 ‘엘 클라시코’ 원정에서 승리하고, 챔피언스리그에서 팀을 결승전에 진출시켰다. 리그 순위는 부임 때보다 한 단계 상승한 2위로 마무리했다. 베니테즈 체제에서 24경기 16승5무3패를 기록했던 레알은 지단이 오고 나서 26경기 21승3무2패로 더 나은 성적을 거뒀다. 여기에는 시즌 마지막 12경기 연승 행진도 포함된다.
 
지단의 공적은 단순히 성적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전임 감독 베니테즈가 남겨뒀던 많은 숙제를 해결한 것 역시 지단이다. 선수단과 불화설이 돌았던 베니테즈와 달리 지단은 강력한 카리스마로 모든 선수들에게 존경을 받았다. 선수시절 세계 최고의 미드필더로 군림했던 지단에게는 ‘슈퍼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도 한 수 접고 들어갔다. 선수들은 너도나도 지단을 칭찬하기 바빴다.
 
레알은 베니테즈 아래에서 ‘중원 실종’ 현상을 보이며 저조한 경기력으로 매 경기 비판을 받았다. 지단은 전술적 문제점을 보강하며 베니테즈의 유산들을 하나둘 지워나갔다. 베니테즈는 중원에서 극단적인 역할 분담으로 공수 간격이 크게 벌어지는 전술을 사용했다. 수비는 정해진 인원으로 하고 공격진을 활용해 많은 득점을 노린다는 베니테즈의 계획은 별로 효과를 보지 못했다. 오히려 중원을 상대에게 내주면서 엘 클라시코에서는 홈경기 4-0 패배라는 충격적인 일까지 벌어졌다. 이를 조롱하는 의미로 ‘5-0-5 포메이션’이라는 말도 나왔다. 승리한 경기에서도 베니테즈를 향한 비판은 줄지 않았다.
 
지단은 중원 싸움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우선 호날두와 베일의 수비 가담 횟수를 늘려 레알 중원의 수비 부담을 덜어줬다. 또한 미드필더들을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공간을 지배했다. 지단은 수비 시에 주로 중앙선 부근까지는 공격진들만 활용해 견제하고, 자기 진영까지 상대가 넘어오면 미드필더들이 순간적으로 압박에 가세했다. 압박을 당한 상대 선수들은 패스할 수 있는 길이 묶이면서 제한된 행동밖에 할 수 없었고, 레알은 이를 예측해 협력 수비로 공 소유권을 가져왔다. 중원부터 탄탄해진 레알은 경기 내용 또한 긍정적으로 변화하며 더 많은 승리를 얻을 수 있었다.
 
비록 레알이 리그에서 준우승에 그쳤다고 하지만 바르셀로나와 승점차는 고작 1점에 불과했다. 엘 클라시코 승리로 자존심도 회복했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베니테즈 감독이 잃었던 17점의 승점이 조금이라도 적었으면 어떻게 됐을지 모른다. 챔피언스리그는 결승전에 올랐다. 열 번째 우승인 ‘라 데시마’에 이어 이번 시즌에는 열한 번째 우승을 뜻하는 ‘라 운데시마’에 도전한다. 갑작스런 부임에도 이정도 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다.
 
만약 챔피언스리그에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 패한다면 무관으로 시즌을 마무리하게 된다. 그렇다 할지라도 누가 지단에게 돌을 던질 수 있을까. 지난 6일 스페인 일간지 ‘아스’에 따르면 "레알의 회장 플로렌티노 페레스가 챔피언스리그 타이틀 획득과 관계없이 다음 시즌에도 지단을 믿고 간다는 결심을 표현했다"라고 알려졌다. 지나친 성과 위주의 정책으로 잦은 감독 교체를 일삼았던 페레스조차 우승컵에 상관없이 지단의 능력을 인정한 것이다.
 
이제 레알은 시즌 종료까지 단 한 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유럽에서 가장 큰 대회의 결승전이 오는 29일 밀라노에서 ‘마드리드 더비’로 펼쳐질 예정이다. 지단이 준수한 성과를 보인 데뷔 시즌에 챔피언스리그 우승컵 ‘빅이어’까지 들어 올릴 수 있게 될까. 결과가 어떻게 되든지 다음 시즌이 더 기대되는 ‘지단 마드리드’다.

vgb0306@xportsnews.com / 사진 ⓒ AFPBBNews=News1

신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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