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30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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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P초점] 어느 연습생의 비참한 결말, 연예인 공화국의 어두운 단면

기사입력 2016.05.12 14:28

김경민 기자

▲연습생 101명이 출연해 화제가 됐던 '프로듀스101'의 최종 멤버인 아이오아이. 

[엑스포츠뉴스=김경민 기자]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연예인 공화국이다. 대통령이나 과학자를 외치던 초등학생의 희망직업 1순위는 어느덧 '연예인'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한쪽에서는 수백억원씩의 수입을 올리는 한류스타와 회당 수천만원을 받는 유명 방송인, 그리고 연 매출이 중소기업에 달한다는 가수 등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와 함께 저마다의 성공 스토리가 이제는 흔한 일이 됐다.
 
언제나 양지만 있을 수는 없는 것이 세상의 이치. 연예인의 꿈을 꾸다 탈락한 이들의 현실은 너무나 가혹하다. 이런 이들의 숫자 또한 사회적 문제일 만큼 방대하다. 대형기획사의 오디션은 수백대 일의 경쟁률을 자랑하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심지어 산학 협동으로 걸그룹을 데뷔시키는 이상한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경쟁에서 밀린 연습생들의 현실은 어떨까? 그 속사정을 들어 봤다.
 
▲10대 후반 20대를 바친 연예인의 꿈. 남는 것은 빚 뿐인 비참한 결말.
 
일반적인 대형 기획사의 아이돌 그룹 멤버로 연습생을 발탁할 경우 고등학교 2학년, 우리나이 18세를 마지노 선으로 본다.
 
그 이유는 아이돌의 데뷔연령이 낮아지는데다 트레이닝에 필요한 최적 시기를 3년 내외로 보기 때문이다. 남자들의 경우 이보다 늦어지면 병역 문제로 활동에 지장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자는 과거 친분이 있던 한 배우 A(24)로 부터 연락을 받았다. A는 배우의 꿈을 품고 있던 중 고교 재학시절 한 중소규모 기획사에 캐스팅이 됐다. 연예계에서 잔뼈가 굵은 매니저가 세운 이 회사에서 꿈을 키우기로 한 A는 소속사에서 요구하는 성형수술과 레슨 등을 받았다. 하지만 이는 모두 빚으로 남게 됐다. 50%를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는게 소속사의 입장이었다. 본인이 원치 않았더라도 예외는 없었다.
 
트레이닝 또한 마찬가지였다. 변변한 소속사 건물이 없어 외주 트레이닝을 받아야 했다. 이 비용 또한 마찬가지로 모두 빚으로 돌아왔다. 이 외에도 배역 오디션이나 광고 미팅을 위해 메이크업을 받아야 할 경우도 빚이 됐다. 그래도 미래의 성공을 위한 투자라며 자신을 위안했다. 왕관을 쓰게 될 자신을 그리면서 묵묵히 능력을 쌓아갔다.
 
수입은 변변치 않았다. 수 편의 영화에서 단역으로 활동했다. 모두 소규모 제작사의 금액이 작은 영화로 A의 손에 쥐어지는 금액은 무척 적었다. 그래도 A는 포털 사이트에 자신이 '배우'라는 호칭으로 등록이 됐다는 것에 만족하면서 청운의 꿈을 꿨다.
 
그렇게 수년이 지나면서 A는 의문이 생겼다. 같은 회사에 있던 그나마 이름이 있던 배우들은 갈 길을 찾아 간다는 것이다. 소속사에 남은 것은 배우라 부르기도 힘든 연습생에 가까운 자신과 그야말로 트레이닝을 받고 있는 후배들이 전부였다.
 
결국 소속사에 계약해지를 요청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빚 청산에 대한 요구였다. 이미 수천만원에 달한 이 돈을 A는 갚을 수 없었다. 고향을 떠나 타지인 서울에서의 생활비로 부모에게 돈을 타 쓴데다 평소 배우의 길을 못 마땅해 했던 아버지가 밟혀서였다.
 
결국 A는 화장품 통신 판매업으로 뛰어들었다. 그녀의 SNS는 어느새 배우로 자신의 모습과 대본 인증샷이 아닌 회사 제품 홍보와 함께 회사에서 신입 교육으로 보내준 해외 여행 사진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기자가 A에게 안부를 묻자 담담한 한마디를 꺼냈다.
 
"현실의 벽은 너무 높았다. 그저 배우로 일하고 싶었을 뿐인데, 첫 단추를 잘못 끼운 것 같다. 변변한 이력도 없는 고졸의 20대 중반 여성에게 일자리를 주는 곳은 없었다. 빨리 빚을 갚고 새출발을 하고 싶다."
 
▲기획사만의 문제일까? 연예인에 대한 대중의 환상이 문제.
 
앞서 언급한 A씨는 엄연한 피해자다. 하지만 한가지 드는 의문은 있다. 과연 연예인이 될 자질을 가진 이들이 연예인을 꿈꿀까? 하는 부분이다. 답은 'NO'라는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한 대형 기획사 신인개발팀에 근무 중인 B씨는 회사에서 공개 오디션 및 신인 트레이닝을 총괄하는 부서장이다. B씨는 소양 없이 꿈만 가지고 있는 지망생들이 무척 많다고 전한다.
 
B씨는 연습생이 연예인이 될 확률을 100대 1로 봤다. 100명의 연습생 중 1명 정도가 데뷔를 한다는 것이다. 이 중에서 단 5%만이 '스타'가 된다고 한다. 하지만 대중의 생각은 연예인은 노력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돈을 버는 이들로 각인되고 있다. '연예인 걱정은 하는게 아니다'는 말까지 있다. 이에 대해 B씨는 연예인은 노력과 함께 타고난 자질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타고난 자질에 트레이닝으로 대표되는 노력, 그리고 운이 더해져야 '스타'가 될 수 있다고 한다.
 
B씨는 연습생 관련한 이야기를 꺼내자 단박에 마음속에 있던 말을 털어냈다.
 
"언론의 통해 언급되는 연예인 중 대중이 알만한 이들은 10% 내외다. 드라마에 얼마나 많은 단역이 있나? 하다 못해 요즘 음악 방송을 봤을 때, 팀 이름이 아닌 멤버 이름을 기억하는 경우가 얼마나 있을까? 데뷔를 해도 주목을 받지 못하는게 현실이다. 그런데 이미 부모나 연습생들의 생각은 자신은 한류스타에 빌딩을 짓겠다는 꿈을 품은 이들이 많다. 연예인이 쉽게 되는 것은 아니다. 물론 내 자식이 가장 예쁜 부모의 마음은 이해를 한다. 그래도 현실을 이야기 하면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은 병이다. 예전에는 연습생들의 경우는 부모와 소속사가 문제가 없었는데, 요즘은 헬리콥터맘 들이 소속사의 신인 그룹 발탁까지 간섭하는 경우도 있다. 현실과 이상의 괴리가 큰 것이다."
 
fender@xportsnews.com

김경민 기자 fend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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