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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의 e스토리] 데이비드 킴이 말하는 스타2 밸런스의 과거와 미래

기사입력 2016.04.27 17:06

박상진 기자


[엑스포츠뉴스=박상진 기자] 1990년대 후반부터 인기를 끌어온 스타크래프트는 실시간 시뮬레이션 게임의 대표작이자, 브루드워와 스타크래프트2를 거쳐 가장 오래 이어져온 게임이다. 스타크래프트는 장르적 특성뿐만 아니라 세 종족이 서로간의 균형을 맞춰야 하는 만큼 종족간, 그리고 유닛간 밸런스를 맞추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블리자드 내에서 스타크래프트2 밸런싱을 담당하는 개발자는 데이비드 킴이다. 이미 몇 차례의 인터뷰 및 한국 방문으로 스타크래프트2를 좋아하는 팬들에게 익숙한 이름이다. 확장팩 초반에는 종족간 밸런스에 문제가 있어 보이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맞아가는 밸런스에 ‘밸런스의 신’이라는 별명까지 생겼다.

데이비드 킴은 4월 진행된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NDC) 참석을 위해 최근 한국을 방문했다. 작년 출시된 공허의 유산으로 진행된 스타크래프트2 리그도 어느덧 한 시즌을 마무리하는 지금 데이비드 킴은 스타크래프트2의 밸런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리고 밸런스 조정은 어떤 기준을 가지고 진행하는지에 대해 NDC 발표 이후 좀 더 심도있는 이야기를 나눴다.

공허의 유산이 출시되고 6개월, e스포츠 리그로는 한 시즌이 지났는데, 현재 스타크래프트2에 대한 전체적인 밸런스 상황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나도 다양한 시각과 관점에서 스타크래프트2의 밸런스를 보려고 한다. 어떻게 보면 좋고 어떻게 보면 나쁜 게 현재 밸런스다. 밸런스 문제는 항상 있고, 그것을 위해 계속 테스트를 진행한다. 리그를 보는 시청자들도 스타리그나 GSL이 황금 밸런스라고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밸런스가 엉망이니 당장 다음 주에 패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한다. 완벽한 밸런스는 없기에 두 의견 모두 맞다고 생각한다. 굳이 이야기해보자면 출시 이후 얼마 되지 않은 것을 감안할 때 나쁘지 않은 상황이다. 물론 지금이 출시 후 2년 후라면 나쁜 상황이지만, 지금이라면 괜찮다고 할 수 있다.



지난 11월 공허의 유산 출시 이후 가장 뜨거운 밸런스 이슈라면 분광기 사도 전략인데, 이를 예측했는지.

그렇다. 사도 뿐만 아니라 분열기나 다른 유닛 드랍도 예측했던 부분이다. 매 게임이 전개되는 방식이 똑같으면 재미가 없으니까, 게임마다 다른 구도를 보일 수 있게 견제가 강력한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너무 심하게 강력한 전략이 아니면 모든 전략이 물고 물리니까 모든 유닛이 공평하기보다는 난이도가 높더라도 재미있는 유닛이나 전략이 사용되는 쪽이 좋다고 생각한다. 다만 사도는 너무 강해서 너프할 수 밖에 없었다.

차원 분광기 역시 너프가 필요하다면 수납 범위를 너프하는 것 보다는 유닛 생산 비용을 바꿔 차원 분광기 자체의 가치를 높이거나 체력을 줄이는 편을 택할 예정이다. 강력하지만 생산하기는 힘들고 격추당했을 때의 피드백이 크게끔. 사용을 잘 하면 강하지만, 운영하기는 쉽지 않도록 하는 게 게임의 재미에 도움이 될 거 같다. 견제 자체를 줄이는 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테란의 매카닉 체제가 사용되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테란 매카닉에 대해 이야기해보자면, 매카닉과 바이오닉 체제를 굳이 나눠야 하는가에 대한 커뮤니티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최근 우리는 한국을 비롯한 해외 커뮤니티 글에 많이 주목하고 있다. 바이오닉과 매카닉을 나누기보다는 바이오닉과 매카닉을 섞어서 병력을 조합하는게 재미있는데 굳이 나눠야 하느냐 하는 장문의 글이었는다. 

우리 역시  브루드워 시절의 시스템을 가져가야 하는 게 옳은 방향인가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상대 병력, 혹은 선수의 선호도에 맞춰 다양한 조합이 나오는 게 더 재미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밴시 이동 속도 업그레이드 역시 단순 매카닉-바이오닉에 공중 유닛도 섞어 다양한 상황에서 다양한 병력 조합으로 같은 양상의 게임이 덜 나오게 하려는 목적이다. 하지만 우리의 판단이 완전히 옳다고는 생각하지 않고, 예전처럼 바이오닉과 매카닉이 각각의 체제로 돌아가게끔 할 수도 있다.

7년동안 스타크래프트2의 밸런싱의 기준이 있었다면.

밸런스에 있어 재미와 다양성, 그리고 공평성을 함꼐 보는거다. 밸런스 문제는 모든 이슈가 해결방법이 다르다.  하지만 큰 그림으로 밸런스를 보자면 저 세 가지가 중요하고, 이를 어떻게 각 이슈에 맞춰 풀어나가느냐가 중요하다.



스타크래프트 시리즈 첫 편인 자유의 날개는 브루드워의 영향을 많이 받기도, 많이 탈피하기도 했을 거 같은데, 유닛 디자인을 어떻게 진행했나.

스타크래프트2는 새로운 전략 게임을 만드는 게 아니라 한국에서 자생적으로 발생한 리그 시스템을 어떻게 더 개량해서 세계적으로 만들 수 있을까였다. 브루드워에서 어떤 부분을 바꿔야 더 재미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고, 모든 레벨의 플레이어들이 재미있으려면 어떤 유닛을 넣어야 하는지도 많은 이야기를 거쳤다. 당시에는 프로와 아마추어 레벨을 따로 생각해서 거신이나 토르 같이 누가 사용하든 큰 차이가 없는 유닛을 넣었다. 지금 생각하면 선수 레벨의 플레이를 따라하는게 아마추어의 목표지, 다른 유닛으로 다른 게임을 한다는 것은 잘못 생각한 것이었다.

그리고 브루드워는 주로 두 가지, 크게 세 가지의 유닛을 조합한 게임이었다. 스타크래프트2에서는 이를 최소 세 가지에서 많게는 다섯 가지 유닛을 조합해서 게임을 흘러가게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과거 브루드워 테란이 벌처와 탱크, 그리고 후반에 골리앗을 추가했다면 최근에는 해병과 불곰, 의료전에 땅거미 지뢰와 공성 전차까지 사용하는 것이 그 차이다.

브루드 워에서 등장한 드라군과 추적자는 어떤 차이가 있는 유닛이었나.

드라군은 재미없는 유닛이었다. 컨트롤의 여지도 얼마 없었다. 사실 어느 장거리 유닛이든 가지고 있는 딜레마였고, 이를 데미지와 탱킹을 해줄 수 있는 불멸자와 점멸을 추가해 기교를 넣을 수 있는 추적자로 분리했다. 

스타크래프트2의 첫 확장팩인 군단의 유산에서 추가된 새로운 유닛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있었나.

군단의 심장에서 등장한 유닛들의 목표는 게임 내 액션이 많이지도록 하는 것이었다. 자유의 날개 막바지에 등장한 무감타 조합으로 대변되는 같은 방식의 플레이가 많아지면 똑같은 게임을 보게 되는 거 같아 경기의 재미가 떨어졌다. 그래서 액션이 많아지도록 디자인했다. 땅거미 지뢰, 예언자, 군단 숙주 모두 비슷한 이유였다. 다만 군단 숙주는 식충이 방어를 해주는 사이 다른 유닛으로 공격하는 것 보다 그냥 그 상황을 유지하기 위해 사용하는 경향이 컸고, 결국 군단 숙주는 액션을 늘려주려는 목적에는 실패한 유닛이 됐다.

그래서 군단의 숙주 중후반기에 패치를 단행했다. 커뮤니티의 의견 중 가장 재미있었던 날아다니는 식충이 유닛이 아닌 건물을 공격하게 하는 방법으로 재설계했다. 아마 스타크래프트2 사상 가장 큰 변화를 맞이한 유닛인데, 덜 사용되게 하려는 의도는 성공했다. 하지만 너무 보기 힘들게 되기도 했다. 만약 저그가 다른 종족에 비해 약해진다면 군단 숙주를 다시 자주 볼 수 있게끔 수정될 수 있을 거 같다. 그 첫 걸음이 생산 비용을 줄이고 인구수를 늘린 이번 패치다. 다시 많이 등장한다면 사용 역할에 대한 판단이 강화될 수 있을 것이다.



공허의 유산에서 새로 등장한 유닛은 어떤 점을 보고 디자인했나.

테란은 전반적으로 테크의 빈 틈이 적은 반면 저그는 후반이 약하고, 광역 공격이 취약하다. 특히 후반 상대 공중 유닛이 많아지면 상대하기 힘들다. 저그는 이 부분을 채워주고자 광역 공격이 가능한 가시지옥과 살모사 기생 폭탄이 추가됐다. 그리고 낮은 단계에서도 견제가 가능하도록 배주머니 업그레이드를 부화장 단계로 낮췄다. 테란의 경우 탱료선이나 해방선 등 새로운 위치에서 활약할 수 있는 유닛을 추가했다.

프로토스의 경우 초반 유닛인 광전사가 크게 컨트롤의 여지가 없었고, 추적자도 점멸연구 전에는 누가 사용하든 큰 차이가 없었다. 게임 초반 컨트롤이 가능한 견제 유닛을 넣기 위해 만들어 진 유닛이 사도다. 초반에는 강력한 견제가 가능하지만, 후반에는 광전사가 다시 활용될 수 있게 디자인했다.

브루드워와 다르게 스타크래프트2에서는 우주 모함이 힘을 못쓰고 있다. 이를 수정할 생각은 있는지.

모든 유닛이 공평하게 사용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캐리어는 누가 쓰던지 비슷한 성능을 보이는 유닛이다. 모든 선수들이 우주 모함을 사용한다면 경기가 재미없어질 것이다. 전투 순양함과 마찬가지로 우주 모함은 자주 등장하지는 않지만, 등장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는 유닛이다. 쓰는 것 자체로도 실력 있는 프로게이머라는 것을 알릴 수 있는 유닛이다. 우주 모함이 등장했다는 것 자체로 재미있는 경기가 될 수 있는 유닛이 됏으면 한다.

분열기와 거신도 비슷한 맥락이다. 공허의 유산에서 거신을 너프하고 분열기를 등장시켰는데, 거신은 대미지를 너프해 일반 게이머 레벨에서는 사용하고, 프로 단계에서는 컨트롤 여부가 중요한 분열기를 넣어 선수간의 실력 격차가 보이도록 설계했다. 한때는 프로토스 동족전에 무조건  분열기가 등장했지만, GSL 4강에서 주성욱이 보인 불사조 컨트롤로 게임의 수준이 한 단계 올랐다고 생각한다. 

본인이 생각하기에 스타크래프트2 밸런스가 가장 맞은 시기는 언제인가. 

내가 평가하는 것 보다 유저들의 평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군단의 심장 말기 밸런스를 칭찬하시는 분들이 많았기에 나도 그 때가 가장 좋았다고 생각한다. 공허의 유산 출시 후 2년이 지나면 비슷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밸런싱을 하며 예상하지 못한 플레이가 나왔던 가장 인상깊은 경기는.

개발 초창기에는 우리도 예상하지 못한 플레이가 많았다. 알파 시기에는 맹독충을 피하기 위해 해병을 산개할 수 있을 줄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경험이 쌓이면서 계속 선수들의 플레이와 유닛 데이터가 쌓여가며 선수들의 플레이 분석이 가능했다. 플레이 하나하나, 유닛 움직임 하나하나가 왜 재미있는지에 대한 분석을 했다. 그러다보니 예측하지 못한 상황이 나오기는 힘들다. 

가장 최근 감탄했던 플레이는 작년 진에어 그린윙즈 테란 조성주가 공격하면 안되는 타이밍에 불곰을 태운 의료선을 동원해 거신 머리 위에 병력을 내려 상대를 이긴 경기다. 원래 그렇게 하면 안되는 플레이인데 왜 이 선수만 성공했는지 궁금하고 대단했다. 조성주가 커리어 내내 압도적인 모습을 보인 선수는 아니지만 그런 전략을 보인게 놀라웠다. 개성있고 특징있는 선수들이 더 나왔으면 좋겠다.

최근 스타리그 우승을 차지한 박령우의 플레이도 재미있게 봤다고 들었는데.

박령우의 타링링 역시 이론상으로는 가능한데 사용하기는 쉽지 않은 전략이다. 이를 사용한 것도 재미있었고, 이번 스타리그 우승을 차지할때도 상대가 파수기를 많이 뽑지 않을 것을 예상하고 맹독충 드랍을 시도한 것도 재미있었다. 맹독충은 사용하기는 힘들지만, 프로토스 초반 모든 유닛에 상성상 강하다. 한국 선수들이 이미 있는 전략의 완성도를 높이는 부분은 능숙하지만,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모습은 잘 안보인다. 박령우가 새로운 것을 시도한 부분이 놀랍다. 진에어 그린윙스 프로토스 김유진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종족별로 가장 인상깊은 선수가 있었다면.

저그는 해외 선수가 귀하니 스테파노나 스칼렛 선수가 기억에 남는다. 테란은 조성주를 좋아하고, 프로토스는 생각을 많이 해서 이기는 선수인 김유진 선수를 좋아한다. 다른 선수와 다르게 자신만의 전략을 세우는 것이 좋아보인다.

공허의 유산이 너무 견제 위주로 흘러간다는 의견이 있는데.

최근 매 게임마다 많이 생각하고 에너지를 쓰는 게임이 드물다. 많은 게임들이 캐주얼하고 접하기 쉽지만, 스타크래프트2의 특징은 많은 생각을 하고 플레이에 집중하는 면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게임과 차이를 만들고 그쪽을 밀어주는게 좋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스타크래프트2 팬들에게 인사를 부탁한다.

한국 팬들과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매주 커뮤니티 피드백을 내는데, 한국의 경우 번역이 한번 더 필요하기도 하고, 레딧 같은 의견의 흐름을 알 수 있는 사이트가 없어 판단이 쉽지는 않다. 하지만 우리의 목표는 게이머와 같이 게임을 개발하는 것이고, 커뮤니티 팀과 함께 나도 기회가 된다면 한국의 스타크래프트2 사이트를 찾아보고 있다. 어떤 의견이든 스타크래프트2를 보고 주셔서 감사드린다.
 


vallen@xportsnews.com

박상진 기자 vallen@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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